미국 희토류 공급망 동맹 구축해 중국 무역보복 대응, '한국산 텅스텐'도 주목

▲ 미국 정부가 중국의 희토류 및 희귀광물 수출 통제에 대응해 우방국을 중심으로 대체 공급망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산 텅스텐의 수출 계획이 주목받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중국의 무역보복에 대비해 희토류 및 희귀광물 공급망을 여러 우방국으로 확장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전략에 힘을 싣는다.

특히 한국에서 생산되는 텅스텐 소재가 본격적으로 미국에 수출되는 시기도 가까워지며 미중 갈등에 전략적으로 의미가 큰 요충지로 주목받고 있다.

1일 로이터와 CNBC 등 외신을 종합하면 중국 정부가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규제 강화에 맞서 희토류와 희귀광물 수출 통제를 본격화할 채비를 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이른 시일에 약 200곳의 중국 반도체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해 미국의 기술이나 장비 등을 수입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규제는 인공지능(AI) 반도체와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중점에 둘 것으로 예상돼 중국의 첨단 기술 발전을 견제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낼 공산이 크다.

이에 중국은 전 세계 공급망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희토류와 희귀광물 수출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무역보복에 나서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규제 계획이 알려진 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과도한 수출제한 조치를 강력히 반대한다”며 “이를 강행한다면 중국의 권익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내년 1월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부과를 비롯한 조치가 더해지며 미국과 무역 갈등이 한층 더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중국의 본격적 무역보복 조치가 현실화되는 시나리오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셈이다.

CNBC는 중국이 군사용 및 산업용으로 모두 활용될 수 있는 필수소재 공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무역보복에 시동을 걸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와 군사무기에 모두 중요한 소재로 쓰이는 텅스텐 금속이 대표적 예시로 꼽힌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텅스텐 생산량의 약 80%를 책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정부는 이미 텅스텐을 비롯한 희귀금속 및 희토류를 수출하는 기업들이 정부에서 반드시 승인을 받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안티모니와 갈륨, 게르마늄과 흑연 등 다른 소재도 이미 중국 정부의 수출관리 대상에 포함됐다. 무역보복에 나설 수 있는 수단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정부는 이미 중국의 대응을 예상해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들이 중국산 흑연 활용 비중을 낮춰야만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미국 희토류 공급망 동맹 구축해 중국 무역보복 대응, '한국산 텅스텐'도 주목

▲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에 위치한 상동광산 입구.

미 국방부와 계약을 맺은 기업들이 2027년부터 중국산 텅스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도 이미 결정됐다. 공급망 다변화를 적극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다.

결국 미국을 중요한 사업 기반으로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 희토류와 희귀광물 소재 의존을 낮추는 흐름은 앞으로 더 활발해질 공산이 크다.

CNBC는 미국 정부가 동맹국에 공급망을 구축해 중국에서 소재 수입량을 줄이는 프렌드쇼어링 전략에도 더욱 무게를 실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은 핵심이 되는 전략적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산 텅스텐이 미국에 수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캐나다 알몬티인더스트리는 강원도 영월군의 상동광산에서 텅스텐을 채굴하고 정제해 미국을 비롯한 국가로 수출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상동광산은 1994년 문을 닫았는데 중국의 텅스텐 수출 제한 가능성이 떠오르며 대체 공급망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해외 기업의 주목을 받아 개발이 시작됐다.

씽크탱크 CSIS는 “미국은 당분간 텅스텐 조달을 프렌드쇼어링에 의존해야 할 것”이라며 상동광산 생산 물량의 약 45%가 미국에 장기 공급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CNBC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도 상동광산을 방문해 매장량을 점검할 정도로 한국의 텅스텐 공급 가능성이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텅스텐 이외에 티타늄과 리튬, 망간 등 다른 광물 소재와 희토류도 호주와 캐나다, 칠레 등 동맹국 및 우방국을 통해 확보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CNBC는 중국의 수출 통제가 주요 소재의 가격을 높여 해외 국가에서 생산 확대를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전했다.

광물 채굴 및 제련 업체가 수익성을 확보하기 유리해진 만큼 중국 이외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공급망을 구축해 중국의 장악력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CNBC는 “신규 광산 개발에는 수 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는 충분히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에서 중국산 소재 수입에 더 많은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