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제재가 강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희토류를 비롯한 소재 수출 공급망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대선 뒤 대중국 규제가 더 강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면서 무역 갈등에 활용할 ‘협상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28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 희토류와 희귀광물 채굴 및 제련 기업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조사와 통제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관련 기업들이 안티모니와 갈륨, 게르마늄과 디스프로슘 등 희토류 소재 공급과 관련한 정보를 외국에 공유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강화했다.
이러한 정보를 유출한 행위로 관련 기업 관리자들이 실형을 받는 사례도 나온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 자본이 보유하고 있는 희토류 관련 기업을 국영기업이 인수해 중국의 통제 능력을 키우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희토류와 희귀광물을 수출하는 기업은 중국 당국에 이를 상세히 보고해야 하고 정부 규제에도 따라야 하는 등 집중적 관리 대상에 포함된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중국이 전 세계 공급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희토류와 희귀광물 분야에서 정부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했다.
중국이 전 세계 채굴과 제련 능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희귀 소재는 인공지능(AI) 반도체와 군사무기, 전기차와 친환경 에너지 등 핵심 산업 분야에 필수로 쓰인다.
국제에너지협회(IEA)는 이러한 희토류와 희귀금속 수요가 2040년에는 현재의 7배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중국이 이처럼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소재 공급망을 장악하고 통제를 강화하는 배경은 미국 정부의 잇따른 무역 및 기술 규제에 맞서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미국 바이든 정부에서 중국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및 신재생에너지 공급망을 고립시키려는 무역 정책을 시행하자 정부 차원에서 대응에 나섰다는 의미다.
▲ 호주 라이나스에서 생산하는 희토류 샘플 사진.
중국은 이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희토류와 희귀금속 공급망을 통제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며 미리 협상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이러한 필수 소재 공급망을 차단하기 시작한다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반도체와 전기차, 군수산업 등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는 미국과 동맹국이 중국을 상대로 수출 및 기술 규제를 강화하는 데 효과적 방패 역할을 할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해외 희귀광물 채굴 및 제련 업체 사업권을 확보하는 데도 속도를 내며 전 세계 공급망을 장악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이외 국가에서 희토류와 희귀광물 공급망 구축을 시도한다고 해도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수 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의 필수소재 공급망 지배력이 당분간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결국 미국과 동맹국이 중국의 반도체와 전기차 산업 발전을 견제하려 시도하는 과정에서 희토류와 희귀광물 수출 통제 가능성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만약 중국이 실제로 반도체 필수 소재 공급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에 의존이 큰 한국 경제에도 큰 영향이 불가피하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에 희귀소재 공급망 의존을 낮추려는 해외 국가의 시도는 2010년부터 이어져 왔지만 쉽지 않았다”며 “중국 기업들은 손실을 보더라도 저가에 소재를 공급해 글로벌 업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