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게임사들이 내년 이후 출시할 ‘트리플A급’ 대형 게임 개발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트리플A급 게임은 최소 200억 원에서 많게는 1천억 원이 넘는 개발비와 최소 5년 이상의 개발 기간이 소요되는 대형 작품을 말한다.
게임 이용자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지만 개발에 필요한 인력이 끊임없이 늘어나고, 개발자 인건비 또한 계속 상승하는 상황에서 트리플A급 대형 게임 개발비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자칫 게임 흥행 실패 시 기업에 돌아오는 타격이 매우 크다.
실제 최근 유럽 대표 게임사 유비소프트를 비롯해 이같은 대형 게임에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해 시장에 선보였다가 흥행에 실패하며 몰락의 길로 들어서는 게임 기업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러나 게임 기업으로선 장기적으로 흥행하는 게임을 만들지 못하면 역시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트리플A급 게임 개발 경쟁을 피할 수 없다.
18일 게임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대부분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2025년을 시작으로 쏟아질 트리플A급 대형 게임 개발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가장 빠르게 트리플A급 게임을 선보일 국내 게임사는 넥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지난 8월 글로벌 게임쇼 ‘게임스컴 2024‘에서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퍼스트버서커:카잔'을 2025년 초, 슈팅 게임 ’아크레이더스‘를 2025년 내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11월14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국내 게임쇼 ‘지스타 2024’에 메인 스폰서로 참여해 가장 큰 부스를 운영하는 만큼, 최근 수 년간 공개하지 않았던 ‘프로젝트 DX’와 ‘프로젝트 DW’ 같은 대형 게임 개발 정보를 최초 공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 다음 타자는 넷마블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일본 애니메이션 '일곱개의대죄'를 바탕으로 오픈월드 액션 RPG ‘일곱개의대죄:오리진’을 2025년 6월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컴투스는 2025년 안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신규 트리플A급 MMORPG인 ‘아이온2’, ‘아키에이지:크로니클’, ‘더스타라이트’ 등을 제작하고 있다.
다른 주요 국내 게임사들도 트리플A급 게임을 준비하고 있으나 출시 일정 발표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은 산하 북미 개발사 ‘몬트리올스튜디오’와 ‘펍지매디슨스튜디오’에서 각각 트리플A급 판타지 게임과 1억 달러(약 1300억 원) 이상의 개발비가 투입된 새 슈팅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
하이브IM은 퍼블리싱 계약을 맺은 트리플A급 MMORPG ‘아키텍트:랜드오브엑자일’을 이번 지스타에서 최초 공개한다. 위메이드는 지난 9월 인수한 개발사 ‘메드엔진’에서 ‘프로젝트 NX’라는 트리플A급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의 트리플A급 게임 개발 시도가 급증한 것은 현재 세계 게임 시장 추세가 반영된 것이고, 포화 상태에 달한 국내 게임 시장을 벗어나 세계 시장에서 성공해야 기업 성장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막대한 투자비를 들인 트리플A급 게임이 흥행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리플A급 게임은 회사의 상당한 자금이 투입돼 개발되기 때문에 흥행 실패는 기업 운영에 직격타를 줄 수 있는데, 프랑스의 게임 개발사 '유비소프트'와 일본 '소니'가 대표적 사례다.
유비소프트는 회사의 대표적 지식재산권(IP)인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를 제외한 신규 IP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대형 게임이 흥행에 실패함에 따라 2022년 연결 기준으로 5억8600만 유로(약 863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4년에도 막대한 개발비를 투입한 신작들이 개발비 대비 충분한 매출을 거두지 못하면서 중국 IT기업 ‘텐센트’에 인수될 위기에 놓인 상태다.
소니는 산하 개발사에서 제작하거나 배급 계약을 맺은 트리플A급 게임의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일반 구매자보다 3일 먼저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데이 원’ 에디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소니는 2024년 8월23일 출시한 트리플A급 슈팅 게임 ‘콘코드’가 15일 만에 서비스 종료됨에 따라 최소 3천억 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이를 보전하기 위해 최신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5 프로’를 약 120만 원에 출시하고, ‘플레이스테이션5’ 전 모델의 가격을 인상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트리플A급 게임 개발을 위한 막대한 비용의 대부분이 주로 그래픽적 요소 향상을 위해 집중돼 있지만, 실제 이용자들이 게임이 출시됐을 때 체감하는 그래픽 변화가 크지 않은 '수확 체감의 법칙'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 IT 매체 ‘익스트림테크’는 “게임 그래픽이 계속 발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 비용 대비 발전 속도가 매우 느린 게 현실”이라며 “대형 게임들은 그래픽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스토리나 인공지능(AI) 등 다른 요소에 집중하는 게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수의 흥행작을 배출한 폴란드 게임 개발사 ‘CDPR’이나 네덜란드 ‘게릴라 게임즈’ 등도 새로운 흥행작을 만드는 데 전작에 비해 최소 4배 이상 늘어난 제작비를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리플A급 개발 경쟁은 북미나 유럽 게임사뿐만 아니라 최근엔 중국 게임사까지 뛰어들어 그야말로 춘추전국 시대다.
지난 8월20일 출시된 중국의 첫 트리플A급 게임 '검은신화:오공'(개발사 게임 사이언스)은 약 769억 원의 제작비와 6년의 개발 기간이 소요됐는데, 현재까지 약 10억 달러(약 1조3716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숀 레이든 전 소니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게임스컴 아시아 2024’에서 “트리플A급 게임에 의존하게 되면 위험 민감도가 떨어지고 흥행을 낙관하게 된다”며 “블록버스터에 의존하는 것은 건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게임 이용자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지만 개발에 필요한 인력이 끊임없이 늘어나고, 개발자 인건비 또한 계속 상승하는 상황에서 트리플A급 대형 게임 개발비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자칫 게임 흥행 실패 시 기업에 돌아오는 타격이 매우 크다.
▲ 넥슨의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카잔'(왼쪽 위), 넷마블의 오픈월드 액션 RPG '일곱개의대죄:오리진', 엔씨소프트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이온2', 카카오게임즈의 MMORPG '아키에이지:크로니클' 등 2025년 출시될 예정인 국내 트리플A급 게임의 로고 이미지. <각사>
실제 최근 유럽 대표 게임사 유비소프트를 비롯해 이같은 대형 게임에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해 시장에 선보였다가 흥행에 실패하며 몰락의 길로 들어서는 게임 기업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러나 게임 기업으로선 장기적으로 흥행하는 게임을 만들지 못하면 역시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트리플A급 게임 개발 경쟁을 피할 수 없다.
18일 게임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대부분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2025년을 시작으로 쏟아질 트리플A급 대형 게임 개발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가장 빠르게 트리플A급 게임을 선보일 국내 게임사는 넥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지난 8월 글로벌 게임쇼 ‘게임스컴 2024‘에서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퍼스트버서커:카잔'을 2025년 초, 슈팅 게임 ’아크레이더스‘를 2025년 내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11월14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국내 게임쇼 ‘지스타 2024’에 메인 스폰서로 참여해 가장 큰 부스를 운영하는 만큼, 최근 수 년간 공개하지 않았던 ‘프로젝트 DX’와 ‘프로젝트 DW’ 같은 대형 게임 개발 정보를 최초 공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 다음 타자는 넷마블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일본 애니메이션 '일곱개의대죄'를 바탕으로 오픈월드 액션 RPG ‘일곱개의대죄:오리진’을 2025년 6월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컴투스는 2025년 안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신규 트리플A급 MMORPG인 ‘아이온2’, ‘아키에이지:크로니클’, ‘더스타라이트’ 등을 제작하고 있다.
다른 주요 국내 게임사들도 트리플A급 게임을 준비하고 있으나 출시 일정 발표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은 산하 북미 개발사 ‘몬트리올스튜디오’와 ‘펍지매디슨스튜디오’에서 각각 트리플A급 판타지 게임과 1억 달러(약 1300억 원) 이상의 개발비가 투입된 새 슈팅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
하이브IM은 퍼블리싱 계약을 맺은 트리플A급 MMORPG ‘아키텍트:랜드오브엑자일’을 이번 지스타에서 최초 공개한다. 위메이드는 지난 9월 인수한 개발사 ‘메드엔진’에서 ‘프로젝트 NX’라는 트리플A급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의 트리플A급 게임 개발 시도가 급증한 것은 현재 세계 게임 시장 추세가 반영된 것이고, 포화 상태에 달한 국내 게임 시장을 벗어나 세계 시장에서 성공해야 기업 성장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막대한 투자비를 들인 트리플A급 게임이 흥행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리플A급 게임은 회사의 상당한 자금이 투입돼 개발되기 때문에 흥행 실패는 기업 운영에 직격타를 줄 수 있는데, 프랑스의 게임 개발사 '유비소프트'와 일본 '소니'가 대표적 사례다.
유비소프트는 회사의 대표적 지식재산권(IP)인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를 제외한 신규 IP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대형 게임이 흥행에 실패함에 따라 2022년 연결 기준으로 5억8600만 유로(약 863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4년에도 막대한 개발비를 투입한 신작들이 개발비 대비 충분한 매출을 거두지 못하면서 중국 IT기업 ‘텐센트’에 인수될 위기에 놓인 상태다.
소니는 산하 개발사에서 제작하거나 배급 계약을 맺은 트리플A급 게임의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일반 구매자보다 3일 먼저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데이 원’ 에디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 그래픽과 관련된 '수확체감의 법칙'을 설명하는 대표 이미지. 그래픽을 표현할 때 사용되는 기본 단위인 폴리곤(triangle)의 수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시각적 차이를 거의 체감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트리플A급 게임 개발을 위한 막대한 비용의 대부분이 주로 그래픽적 요소 향상을 위해 집중돼 있지만, 실제 이용자들이 게임이 출시됐을 때 체감하는 그래픽 변화가 크지 않은 '수확 체감의 법칙'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 IT 매체 ‘익스트림테크’는 “게임 그래픽이 계속 발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 비용 대비 발전 속도가 매우 느린 게 현실”이라며 “대형 게임들은 그래픽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스토리나 인공지능(AI) 등 다른 요소에 집중하는 게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수의 흥행작을 배출한 폴란드 게임 개발사 ‘CDPR’이나 네덜란드 ‘게릴라 게임즈’ 등도 새로운 흥행작을 만드는 데 전작에 비해 최소 4배 이상 늘어난 제작비를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리플A급 개발 경쟁은 북미나 유럽 게임사뿐만 아니라 최근엔 중국 게임사까지 뛰어들어 그야말로 춘추전국 시대다.
지난 8월20일 출시된 중국의 첫 트리플A급 게임 '검은신화:오공'(개발사 게임 사이언스)은 약 769억 원의 제작비와 6년의 개발 기간이 소요됐는데, 현재까지 약 10억 달러(약 1조3716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숀 레이든 전 소니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게임스컴 아시아 2024’에서 “트리플A급 게임에 의존하게 되면 위험 민감도가 떨어지고 흥행을 낙관하게 된다”며 “블록버스터에 의존하는 것은 건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