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40년 현대맨'으로 활동했던 정진행 전 현대건설 부회장이 대우건설에 영입됐다.

정 전 부회장은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를 갖추고 과거 현대건설 해외사업 확장에 기여한 바 있다. 대우건설은 글로벌 디벨로퍼로 도약을 추진하고 있는데 정 전 부회장도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누빈 '현대맨' 정진행, 대우건설 부회장으로 해외 확장 힘 보탠다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이 2019년 1월2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사옥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현대건설>


30일 대우건설에 따르면 정진행 전 현대건설 부회장이 10월2일부터 대우건설의 부회장 업무를 시작한다.

대우건설이 정 전 부회장을 영입한 것은 해외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전 부회장은 이전 소속인 현대건설에서도 해외사업에서 눈에 띄는 결실을 거둔 적이 있기 때문이다.

정 전 부회장은 2018년 12월 현대자동차그룹에서 현대건설로 소속을 옮기면서 부진했던 현대건설의 해외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건설은 2018년 해외 건설 수주액으로 2017년보다 40% 급감한 13억990만 달러(약 1조5천억 원)의 성적을 올리며 해외 수주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 전 부회장은 현대건설의 2019년 신규 해외 수주 목표로 7조7천억 원이라는 공격적 목표를 제시하며 자신감을 보였고 실제 성과로까지 이어졌다.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OCIS)에 따르면 2019년 현대건설은 7조7천억 원의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2018년과 비교해 3배 넘게 늘어난 41억6162만 달러(약 4조5천억 원)를 수주하는 데 성공하며 해외수주 1위를 기록했다.

정 전 부회장은 취임한 지 6개월 만에 24억5천만 달러 규모의 이라크 해수공급시설 공사의 낙찰의향서(LOI)를 따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발주한 27억 달러 규모의 ‘사우디 마르잔 개발 프로그램 패키지 6·패키지 12’ 계약도 체결했다. 

2020년에도 정 전 부회장의 해외 수주 행보는 계속됐다. 현대건설은 2020년 파나마 메트로 3호선 공사, 카타르 루사일 타워 공사 등을 따내는 등 64억5462만 달러를 수주해 삼성엔지니어링(현 삼성E&A)에 이어 해외수주 2위를 차지했다.

특히 정 전 부회장은 대우건설이 신규 원전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는 체코를 비롯해 비료공장 수주를 추진하는 투르크메니스탄, 신도시 개발사업에 나서고 있는 베트남 등 핵심 해외사업지와도 인연이 있다.
 
글로벌 누빈 '현대맨' 정진행, 대우건설 부회장으로 해외 확장 힘 보탠다

정진행 현대자동차 전략기획 및 홍보담당 사장이 2018년 10월16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웨스틴 파리 방돔에서 열린 한-프랑스 비즈니스 포럼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정 사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정 전 부회장은 2019년 5월 말 직접 베트남을 방문해 르 딘토 교통부차관과 면담하는 등 베트남 사업 확장을 도모했다.

이는 현대건설이 2019년 12월12일 베트남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인 KDI가 발주한 2억5천만 달러(약 3천억 원) 규모의 베가시티 복합개발 사업 낙찰통지서(LOA)를 접수하는 등 성과로 이어졌다.

베가시티 사업은 베트남 중부 지역 최대 관광 도시인 나트랑에 들어서는 복합 단지를 조성하는 공사로 축구장 약 47개가 넘는 규모에 고급 호텔, 리조트 빌라 단지, 해변 상점가, 오페라 하우스 등을 조성하는 것을 뼈대로 했다.

정 전 부회장은 현대자동차 전략기획담당 사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과 2015년에는 투르크메니스탄과 체코도 방문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투르크메니스탄, 체코 순방에 동행해 비즈니스 포럼 등에 참석하며 현지 경제계와 협력관계를 다졌다.

최근 대우건설은 국내 건설업계 불경기에 따른 불확실성 고조에 대비하기 위해 해외사업 확장에 나섰다.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라는 성과를 거둔 데 더해 베트남 타이빈성 끼엔장 신도시 개발사업의 투자자 승인을 받으며 해외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대우건설은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공사의 최종 계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은 19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순방에 동행해 지역 상생 활동을 펼치는 한편 체코 인프라 건설업체 스돕과 진행한 업무협약식에도 직접 참여했다. 대우건설과 스돕의 업무협약에는 체코 신규 원전뿐 아니라 주변 국가의 다른 프로젝트 개발 때 협력하는 내용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앞서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은 2024년 1월3일 서울 중구 을지로 대우건설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도 “단순 시공만으로는 이윤확보와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해외 시장에서도 시행과 시공을 병행하는 디벨로퍼로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며 “해외에 답이 있고 해외에서 희로애락을 같이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진행 전 현대건설 부회장은 1955년 10월19일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등학교와 서강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1979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 현대자동차 중남미지역본부장, 기아자동차 아태지역본부장, 기아자동차 유럽총괄본부장 등을 거쳐 해외사업 전문가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과정에서는 ‘인수 태스크포스’에 참여해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이 때의 성과를 인정받아 2011년 현대자동차 전략기획 및 홍보담당 사장으로 승진해 2018년까지 해당 업무를 수행했다.

2019년부터는 현대건설 부회장을 맡아 해외 수주 확장에 힘썼다. 그러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경영 전반에 나서면서 진행한 인사 쇄신 과정에서 2020년 12월 현대건설 고문으로 물러났다.

정 전 부회장은 사촌동생인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해 정재계 인맥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정 전 부회장은 2021년에도 대우건설 영입 보도가 나왔다. 업계에 따르면 정진행 전 부회장은 당시 정원주 회장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진행 부회장이 대우건설 등기임원으로 선임돼 이사회 경영에 참여할지는 미지수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건설 부회장 시절에도 사내이사를 맡지 않고 미등기임원으로서 부회장 업무를 수행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사내이사 선임 여부와 관련해 “아직까지 그런 부분은 결정된 바가 없다”면서 “정진행 부회장의 강점을 살려 대우건설의 해외사업을 지원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