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만원 아이폰16 ‘휴대폰 성지’서 17만원에 산다, 단통법 폐지 바람에 불법보조금 다시 활개

▲  애플의 새 스마트폰 '아이폰16 시리즈'가 국내 출시된 지난 2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애플스토어에서 소비자들이 구매를 위해 줄지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애플 아이폰16 시리즈가 국내 출시된지 엿새째 되는 가운데 125만 원짜리 아이폰16 기본모델을 17만 원에 판매하는 유통점이 나타났다.

이른바 ‘휴대폰 성지(단통법을 피해 휴대전화 공시지원금 이상 보조금을 지급하는 매장을 뜻하는 은어)’로 불리는 곳에서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인데, 방송통신위원회 단속은 유명무실해진 것으로 보인다.

25일 스마트폰 정보 공유 커뮤니티 ‘알고사’를 살펴보면, 주요 휴대전화 성지의 보조금 시세표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서울의 강변 테크노마트, 남부터미널 국제전자센터, 노원 와우쇼핑몰을 비롯해 경기도의 부천 까뮤스퀘어, 의정부 센트럴타워 등 일명 휴대폰 성지라고 불리는 곳들의 아이폰 보조금 시세표가 매일 갱신되고 있다.

이를 보면 출고가 125만 원의 아이폰16(128GB)을 10만 원 대 구매하는 게 가능하다.

서울 광진구 테크노마트점에서는 LG유플러스로 번호 이동하는 소비자에 10만5천 원 요금제에 가입하는 것을 조건으로 아이폰16 일반모델을 17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아이폰16 최대 공시지원금을 45만 원으로 책정한 것을 고려하면, 63만 원의 보조금을 유통점에서 추가로 지급하는 셈이다.

통신사가 45만 원의 공시지원금을 책정하면 유통점이 지급할 수 있는 지원금은 공시지원금의 15%인 6만7500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유통점이 지급하는 63만 원 가운데 56만2500원은 불법 보조금인 것으로 추정된다.

현행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은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공시지원금의 최대 15%)을 제외한 보조금 지급을 불법으로 규정한다.

휴대폰 성지라 불리는 매장에선 SK텔레콤과 KT 번호이동 가입자를 대상으로도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LG유플러스 번호이동 가입자 대상 불법 보조금에 비해선는 낮은 수준이다.

SK텔레콤과 KT로 번호이동을 하는 조건으로 아이폰16을 구입하면 각각 49만 원, 63만 원 정도의 기기값을 지급해야 한다.

출고가 155만 원인 아이폰16프로(256GB)의 판매가격을 비교해 봐도 LG유플러스로 번호이동을 하면 기기값이 47만 원으로, SK텔레콤(98만 원)과 KT(97만 원)보다 50만 원 정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125만원 아이폰16 ‘휴대폰 성지’서 17만원에 산다, 단통법 폐지 바람에 불법보조금 다시 활개

▲ 일부 '휴대폰 성지'라 불리는 휴대전화 유통점은 125만 원짜리 아이폰16 일반모델을 17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보조금 차이는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번호이동 가입자 확보에 더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LG유플러스는 아이폰16 시리즈 공시지원금도 경쟁사 대비 20만 원 가까이 높게 책정했다.

아이폰16 출시 이후 스마트폰 불법 보조금이 활개를 치고 있지만, 방통위는 사실상 이를 규제를 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며, 방통위의 불법보조금 관리·감독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야 모두 통신사들의 지원금 현실화를 위해 단통법을 폐지하자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단통법을 근거로 한 불법보조금 제재 필요성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많아졌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6월 단통법 폐지 법안을 발의했고, 김현·이훈기 더불어민주당도 8월22일 국회에서 '단통법 폐지 및 바람직한 가계통신비 저감 정책 마련'을 주제로 토론회를 여는 등 단통법 폐지안을 마련하기 위해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

한 스마트폰 유통점 관계자는 “국회에서 단통법 폐지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불법보조금을 단속할 명분이 매우 약해져 있다”며 “방통위도 아이폰16과 관련해 사기나 허위, 과장 광고로 인한 이용자 주의를 당부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