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포르투자청(GIC)이 보유한 우리나라 빌딩 가운데 규모가 큰 것으로 SFC외에 강남파이낸스센터(이하 GFC)와 더익스체인지서울 등이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싱가포르투자청(이하 GIC)이 서울파이낸스센터(이하 SFC)를 24년 만에 매물로 내놓았다는 뉴스가 최근 나왔었다.
GIC가 이 빌딩을 인수한 것은 IMF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으로, 유진관광이 소유한 지분 100%를 3550억 원에 인수했다. GIC로서는 처음으로 매입한 한국 부동산이었다.
GIC가 보유한 우리나라 빌딩 가운데 규모가 큰 것으로 SFC외에 강남파이낸스센터(이하 GFC)와 더익스체인지서울 등이 있다.
GFC는 2004년 사모펀드 론스타가 보유한 지분 100%를 9300억 원에 인수했다. 더익스체인지서울 역시 같은 해에 서울 무교동 코오롱빌딩을 760억 원에 인수한 뒤 이름을 바꾼 것인데, 현재 코람코자산운용컨소시엄이 2500억 원 안팎의 가격으로 매수할 예정이다.
GIC가 GFC를 팔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은 없다. 그러나 만약 SFC에 이어 GFC도 수년 내 매각한다면 두 건의 투자에서 GIC는 약 4조 원 이상의 차익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빌딩 2채에서 천문학적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일까.
SFC를 소유한 법인 서울파이낸스센터 주식회사와 GFC를 소유한 법인 강남금융센터 주식회사의 재무제표 자본총계에 들어가 자본 구성항목을 보면 눈길을 끄는 숫자가 있다.
올해 3월말 기준 ‘기타자본’으로 SFC는 마이너스 3384억 원, GFC는 마이너스 8870억 원이 누적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기타자본을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서울파이낸스센터㈜가 주주인 GIC로부터 주식 1주(액면가 1만 원)를 회수해 소각한다고 해보자.
소각대가로 GIC에는 10만 원을 지급한다. 이처럼 주주에게 보상을 지급하고 주식을 회수소각하는 것을 유상감자라고 한다.
회사는 지급한 현금(10만 원)과 소각한 주식의 액면가액(1만 원) 간 차이 9만 원을 '유상감자 과정에서 발생한 차액손실'로 인식한다. 두 회사 재무제표에 기록된 마이너스 기타자본은 모두 이 같은 감자차손을 기록한 금액이다.
강남금융센터㈜ 기타자본이 마이너스 8870억 원 이라는 것은 이 회사가 지금까지 여러차례 유상감자 과정에서 적어도 8870억 원 이상을 주주인 GIC에 지급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서울파이낸스센터㈜는 최소한 3384억 원 이상을 지급했다고 보면 된다.
좀 더 세부적으로 알아보려면 현금흐름표를 보면 된다.
서울파이낸스센터㈜는 유상감자로 2023년 300억 원, 2022년 850억 원을 GIC에 지급했다는 사실이 현금흐름표에 나타나있다. 2013년에는 1830억 원 유상감자가 있었고, 이 해에는 245억 원의 배당금도 지급됐다.
강남금융센터㈜로 가보자. 2023년 700억 원, 2021년 2700억 원, 2015년 630억 원의 유상감자 금액이 GIC로 흘러갔다. 2013년에는 무려 4430억 원의 유상감자가 단행되었는데 이 때는 배당으로도 260억 원의 현금이 지급됐다.
2013년 초 이 회사의 보유현금은 501억 원 밖에 안됐다. 그렇다면 2013년 중에 무슨 돈으로 유상감자와 배당 합계 4690억 원을 지급할 수 있었을까.
그 해 강남금융센터㈜의 현금흐름표를 보면 영업활동과 투자활동에서 순유입된 현금은 각각 488억 원과 519억 원이었다.
연초 보유현금과 합쳐봐야 1500억 원 남짓이다. 그런데 재무활동에서 보면 차입금으로 3600억 원을 조달(현금유입)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과 보유현금을 합쳐 유상감자와 배당지급에 대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회사는 모두 3월말 결산법인이다. 2023년 손익계산서(회계기간 2023년4월~2024년3월)를 보면 영업 외 수익 항목에서 ‘기타수익’으로 1146억 원(SFC), 1926억 원(GFC)이 기록돼 있다.
이것은 투자부동산 평가이익이다. 빌딩의 공정가치 평가액 증가분이라고 보면 된다.
2024년 3월말 기준으로 빌딩 공정가치 평가액은 각각 1조1065억 원, 2조6561억 원이다.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이 직접환원법과 현금흐름할인법으로 각각 평가한 가액을 평균낸 값이다.
지금까지 재무제표를 통해 분석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이렇다.
GIC는 서울파이낸스센터서 유상감자와 배당 등으로 모두 3700억 원 가량을 회수했다.
GIC가 지분 100% 인수에 투입한 돈(3550억원)보다 더 많은 금액이다. 단순계산으로 이미 투자를 회수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이 회사가 보유중인 SFC의 장부상 공정가치는 1조1659억 원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매각하면 1조4000억 원 정도에 거래가능할 것으로 보는 모양이다.
인수 투자금을 다 회수하고도 1조4000억 원짜리 빌딩을 여전히 갖고 있는 셈이다.
강남금융센터㈜에서 GIC가 지금껏 회수한 금액은 약 9000억 원이다. 지분 100% 인수에 투입했던 9300억 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올해 3월말 현재 GFC 평가액이 2조6561억 원이니 투자를 거의 다 회수하고도 이만한 빌딩을 갖고 있는 셈이다.
SFC와 GFC를 모두 매각한다면 단순계산으로 GIC는 4조 원(두건물 평가액의 합산)을 웃도는 차익을 얻을 것으로 봐도 되겠다.
우리 기관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와 관련해서는 최근 손실 뉴스만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주택도시기금 1800억 원을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몽땅 날렸다든가 국민연금이 미국 쇼핑몰 투자에서 2400억 원 손실을 봤다, 또는 OO자산운용의 부동산펀드가 유럽 어느 빌딩투자에서 수천억 손실위기에 처했다는 식의 기사가 최근에 있었다.
그래서인지 GIC의 부동산 투자 성공이 더욱더 크게 느껴진다. 김수헌 MTN 기업&경영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