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말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대선 출마를 두고 전미자동차노조가 지지 의사를 밝히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하며 노조의 지지를 얻으려면 미국 내 제조업 활성화를 비롯한 정책에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만 한다는 것이다.
24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전미자동차노조(UAW)는 해리스 부통령과 정식으로 대화를 나눈 뒤 대선 캠페인 지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기로 한 뒤 후임으로 오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올해 초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지지를 선언하며 노동자들의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는 데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등 주요 정책에 친노조 성향을 뚜렷하게 나타내며 노동자 권익 보호를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그와 장기간 손발을 맞춰 온 해리스 부통령도 유사한 태도를 보일 공산이 크다.
그러나 전미자동차노조가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은 해리스 부통령과 협상 과정에서 노동자들에 더 유리한 정책을 약속받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출마가 공식화되더라도 투표까지 남은 시간은 3개월 남짓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간에 최대한 많은 지지층의 우호적 여론을 확보해야만 한다.
따라서 전미자동차노조가 해리스 부통령과 논의 과정에서 노동자 권익 보호에 더 유리한 공약을 유도하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뉴욕타임스는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노조 측이 미국 제조업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 축소와 같은 조건을 해리스 부통령에 요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미자동차노조 구성원 가운데 다수는 이스라엘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성향을 띠고 있다.
▲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
해리스 부통령이 전미자동차노조의 요구를 대선 공약에 반영하고 실제로 당선돼 이를 실행한다면 이는 미국 자동차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조 측은 자동차 공장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등 처우 개선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또한 전기차와 배터리 공장에도 이러한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앞세운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는 실제로 전미자동차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공장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을 높이는 등 계약 조건을 바꾼 사례가 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향후 SK온 및 삼성SDI와 미국 자동차 제조사의 합작공장에도 적극적으로 처우 개선을 요구할 계획을 두고 있다. 이는 인건비 상승 부담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해리스 부통령의 공약도 바이든 정부의 친노조 성향을 이어받는다면 그의 당선은 결국 한국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전미자동차노조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던 입장에서 완전히 선회해 해리스 부통령에 등을 돌릴 가능성은 현재로서 크지 않다.
다만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자동차 제조업의 회복을 주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전미자동차노조가 자신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이 멕시코에 자동차 공장을 건설해 미국 제조업에 타격을 입히는 일을 피하려면 공화당 후보에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와 관련한 성명에서 “노동자를 위한 최고의 후보를 뽑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승리를 거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