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다가선 트럼프에 K산업은? 방산·석유화학 '맑음' 반도체·자동차·배터리 '흐림'

▲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지난 13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서 총격 직후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피격 사건으로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될 확률이 70%까지 치솟은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후보의 재선은 국내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반면 방산, 석유화학 기업들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미국 이벤트 베팅 사이트 ‘폴리마켓’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가 13일(미국 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서 총격을 받아 귀를 관통당하는 부상을 입은 뒤, 그의 당선 확률은 하루 만에 10%포인트 상승한 70%까지 올랐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도 “최근 십 여 년의 미국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며 “역사를 되돌아볼 때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매우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후보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 확대는 국내 산업계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도 관세를 일괄적으로 10%포인트 인상하겠다고 예고하는 등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외국 기업을 차별하는 조치를 취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위경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후보는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는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며 “물가 안정을 근거로 내세웠으나, 관세율 인상은 필연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국내 배터리와 자동차 업계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후보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전면 폐기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IRA 혜택을 노리고 미국 투자를 확대해 온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자동차, 배터리 제조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IRA는 부품·소재 원산지 조건을 갖춘 동시에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에게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미국의 차량 연비 규제도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그의 재임 기간 내 전기차 판매는 추가적으로 더 낮아질 것이다. 트럼프 1기 때 연비 규제를 사실상 폐지한 효과로 전기차는 2년이나 역성장했다”며 “트럼프가 당선되면 첫 해에 바이든의 연비규제를 폐지하겠다고 여러 번 공언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한국산 자동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업연구원(KIET)은 “한국 자동차 산업은 2023년 289억 달러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미국 자동차 산업 보호 명분으로 한국을 보편적 관세 대상 국가에 포함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국내 반도체 산업도 트럼프 집권 시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자국산업 보호를 외치는 트럼프 후보가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삼성전자나 TSMC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줄이거나, 추가 투자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 다가선 트럼프에 K산업은? 방산·석유화학 '맑음' 반도체·자동차·배터리 '흐림'

▲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당선되면 국내 자동차, 배터리 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게다가 중국을 대상으로 한 고율의 관세 부과로 한국 반도체 판로에 단기적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국내 석유·화학, 방산 산업은 트럼프 후보의 당선으로 수혜를 입을 업종으로 꼽힌다.

우선 트럼프 후보는 국방력 강화와 국방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국내 방산기업의 수출길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또 트럼프의 외교·안보 불개입 원칙으로 인해 세계 안보위기가 가중될 수 있는 점도 국내 방산산업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유동 교보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점차 커지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 내 방위비 분담 비율이 늘어나 국내 방산업체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석유·화학과 원자력 등 전통에너지 산업도 친환경 정책 후퇴의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BK경제연구소 경제경영연구실은 지난 4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의 화석연료 규제완화 추진은 단기적으로 유가 하락의 요인이 돼,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원가절감으로 인한 수혜가 예상된다”며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친환경 패러다임 이슈가 계속 불거질 가능성이 있어, 탄소배출 절감기술 강화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