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연임하면 DJ 뒤 24년 만에 처음, '일극체제' 비판 어떻게 돌파하나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대표 연임 도전을 공식화했다.

이 전 대표가 연임에 성공하게 되면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새정치국민회의 총재를 맡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24년 만에 처음 있는 기록으로 남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의 당대표 연임 도전을 두고 ‘당권·대권 분리 원칙 위배’,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우려 등 비판이 일었다. 많은 정치적 부담을 안고 당대표 연임에 나선 이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얼마나 득표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당원존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를 살려 국민 삶을 개선하는 '더 유능한 민주당', 사회를 바꾸고 미래를 주도하는 '더 혁신하는 민주당', 정권교체를 넘어 정치교체를 선도하는 '더 준비된 민주당'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당대표 출마선언문에는 ‘부의 양극화 해결’은 물론 ‘신산업 육성’과 ‘재생에너지 확대’까지 미래국가에 대한 비전이 대부분을 차지해 대선 출마 선언을 방불케 했다.

특히 민생경제와 관련된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먹사니즘’이 바로 유일한 이데올로기 여야 한다”며 “성장의 회복과 지속 성장이 곧 민생이자 ‘먹사니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이 전 대표의 당대표 연임을 막을 만한 경쟁자가 없는 만큼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에도 당대표 연임에 도전하는 ‘명분’과 ‘정당성’을 강조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 민주당 당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사람은 이 전 대표와 김두관 전 의원, 청년·원외 인사인 김지수 한반도미래경제포럼 대표 세 명이다. 

그러나 당대표 선거 구도가 사실상 이 전 대표와 김 전 의원의 1:1 구도로 만들어진 상황에서 이 전 대표의 득표율은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자신의 당대표 연임에 대한 정당성을 얼마나 인정받는지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특히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헌당규를 개정해 대의원 투표 반영 비중을 낮추고 권리당원 투표 비중을 높인 점은 이 전 대표에게 유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이번 전당대회부터 투표 반영 비중을 기존 ‘대의원 30%·권리당원 40%’에서 ‘대의원 14%·권리당원 56%’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표 연임하면 DJ 뒤 24년 만에 처음, '일극체제' 비판 어떻게 돌파하나

▲ 김두관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출마를 밝힌 9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대표 견제를 강조하며 당대표에 출마한 김두관 전 의원은 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자신의 득표율과 관련해 “득표율에 개의치 않는다”며 “1%만 득표해도 성공이라는 각오로 당당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당대표 연임에 부정적 시각을 가진 표심이 김 전 의원에게 몰린다면 예상보다 많은 득표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최재성 전 정무수석은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 전 의원이 선거 캠페인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지에 따라 득표율이 30%도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민주당이 채 상병 특검, 윤석열 대통령 탄핵청원 청문회 등 강공 드라이브를 펼치고 있는 상황은 이 전 대표가 당원과 민주당 지지층들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민주당 지지자들 관점에서는 다른 인물보다 윤석열 정부와 강하게 맞설 인물은 이 전 대표밖에 없다는 기류가 더욱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가 이날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 장소로 국회가 아닌 여의도 중앙당사 내부의 '당원존'으로 결정한 점도 자신이 당원들의 뜻에 따라 출마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당원존'은 이 전 대표가 2022년 당대표에 취임한 뒤 당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민주당 최고위원에 출마한 이언주 의원은 9일 YTN라디오 신율의 정면승부에서 “김 전 의원을 이 전 대표의 라이벌로 보고 그분을 대안으로 뽑자고 생각하는 사람 많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김 전 의원의 출마로 더 생산적인 전당대회를 만들어 준다고 생각하면 일종의 격려성 투표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최고위원에 출마한 후보들 모두 자신이 더 강한 ‘친명’(친이재명)임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자신의 기록을 넘어 8~90%의 득표율로 당대표에 선출된다면 ‘일극체제’에 대한 비판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당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압도적 득표율로 당대표에 오른 뒤 '일극체제'를 보완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은 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1인 지배 또는 일극체제냐 아니냐는 문제는 결국 이 전 대표가 (당대표가 된 뒤)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적절하게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소위 ‘쓴소리’도 할 수 있는 당직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이 전 대표는 일극체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이해한다면서도 당원과 국민들의 뜻을 반영하는 일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된 분위기 속 일극체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질문에 "일리가 있다"면서도 “당원과 국민들이 어떤 도구를 선호하느냐, 어떤 대리인을 선호하냐는 측면에서 봐야지 누가 과연 지도자냐, 나쁘게 표현해 누가 과연 권력자나 이렇게 보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압도적 지지를 받는 걸 제왕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제왕적 또는 사당화는 정당을 바라볼 때 선출된 사람의 시각에서 볼 것인가, 국민과 당원의 눈으로 볼 것인가라는 차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