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반도체 육성에 여야 없어, 민주당 김태년 “전례 없는 지원 나설 것”

▲ 국회 의원회관에서 9일 열린 K-반도체 대전환 토론회 참석자들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눈앞의 반도체 수출 실적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닙니다. 지금은 반도체 산업이 기업 간 경쟁을 넘어서 국가 간 경쟁의 시대로 옮겨갔습니다. 반도체가 가져올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우리 스스로 반도체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최근 반도체산업 육성 법안을 발의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계 각국이 반도체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만큼 전례 없는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세액공제 확대 등 반도체 기업 지원 방안을 담은 ‘K-칩스법’을 경쟁적으로 발의한 가운데 우리나라 반도체의 현실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짚기 위한 ‘K-반도체 대전환 국가차원의 비전과 전략수립을 위한 토론회’가 9일 국회 의원회관 1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국민의힘 소속으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의원과 삼성전자 사장 출신 고동진 의원을 비롯해 여야 의원이 다수 참석했고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서면으로 축사를 보내는 등 큰 관심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들이 반도체 기업 지원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의 지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현장] 반도체 육성에 여야 없어, 민주당 김태년 “전례 없는 지원 나설 것”

▲ 김양팽 산업연구원 성장동력본부 전문연구원이 발제하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양팽 산업연구원 성장동력본부 전문연구원은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수요 산업’의 성장세에 따라 반도체 산업도 앞으로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 산업은 지난 40년간 연평균 10.5% 성장율을 보였지만 아마 앞으로는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며 “반도체가 성장하는 건 수요산업이 발달하기 때문인데 PC보급으로 시스템반도체가 등장했고 스마트폰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데 이어 최근에는 서버와 AI(인공지능)가 반도체 수요를 주도하고 있다”고 짚었다.

김 연구원은 “특히 지금까지 데이터 생산은 인간이 직접 해서 기계로 입력을 했는데 앞으로는 AI가 직접 데이터를 생성하고 그것을 저장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생성하고 저장하는 용량이 당연히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세계적 시장연구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0나노 이하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 연구원은 미국의 반도체산업협회와 보스턴컨설팅 그룹이 같이 연구한 자료를 토대로 “메모리 반도체는 10년 후에도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계속 높아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며 “반면 10나노 이하의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삼성전자도 실적이 줄어들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 각국의 ‘반도체 전쟁’ 때문에 우리가 메모리반도체를 그대로 지킬 수 있다는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좋은 정책들로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지원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보조금·세제·인프라 등 세 가지 지원방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우리 정부의 반도체산업 지원규모는 다른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안재 삼성 글로벌리서치 부사장은 “세계 각국이 반도체를 국익의 관점에서 접근해 ‘키우기’와 지키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보조금은 WTO(세계무역기구) 협정 위반 소지가 있지만 이를 신경도 쓰지 않을 만큼 반도체가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고 전세계 반도체산업 지원 상황을 설명했다.
 
[현장] 반도체 육성에 여야 없어, 민주당 김태년 “전례 없는 지원 나설 것”

▲ 이안재 삼성 글로벌리서치 부사장이 세계 반도체 시장 경쟁 상황을 짚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 부사장이 반도체 산업 주요 국가들의 각종 정책지원을 종합해 반도체 기업 투자금 대비 실질 인센티브(보조금) 비율을 계산한 결과 미국 40%, 일본 50%, 독일 33~50%, 대만 25% 등이었다.

이 부사장은 “우리나라는 대만과 함께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 국가로 세액공제 등 간접지원만 한다”며 “그러나 대만의 TSMC 같은 경우에는 아예 태생 자체가 공기업으로 출발해 전폭적인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성장을 했기 때문에 바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지원 격차는 결국 궁극적으로 원가 경쟁력 저하로 연결된다”며 “지원 격차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뛸 수밖에 없고 기술력 또는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극복이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산업의 정책지원과 함께 기술유출 문제에 관한 대응책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주요 국가들은 반도체 기술 유출을 ‘간첩죄’에 준하는 범죄로 다루면서 강력한 형량과 벌금으로 기술 유출 유인을 차단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처벌이 약하다는 것이다.

이 부사장은 “미국은 경제 스파이법에서 기술 유출을 다루고 있는데 양형 기준을 보면 피해액에 따라 최대 33년 9개월의 징역이나 140억 원의 벌금 등을 부과할 수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이 기술 유출 건에 대해서 지금까지 양형 기준이 1년~3년 반 정도로 굉장히 낮았다”고 설명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이 부사장의 설명을 들은 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의 반도체산업 지원정책이 메모리반도체 분야에만 치중돼 있으며 시스템반도체와 펩리스(반도체 설계)에 대한 별도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장] 반도체 육성에 여야 없어, 민주당 김태년 “전례 없는 지원 나설 것”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김서균 한국팹리스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를 언급하면서 시스템반도체 제조(파운드리)와 펩리스를 분리해야 하는데 반도체로 통칭하다 보니 펩리스가 발전하지 못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우위를 보이지만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은 아직도 미진한 국가”라고 짚었다.

김 전무는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펩리스 산업 육성을 위한 전담부서 신설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에 펩리스 산업 지원방안 포함 △펩리스 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지원책 마련 등을 요청했다.

이에 김태년 의원은 “시행령을 통해 팹리스를 별도의 산업으로 격상해 육성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송언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도 “반도체 부분에 대해서는 K-칩스법 등 여야 모두 지원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있다”며 “김태년 의원이 반도체 산업 지원 법안이 발의했는데 국민의힘도 선거 때 강조했던 부분으로 직접 지원까지 논의가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