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이 아시아 시장에서 화력발전부터 원전, 친환경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사업을 대폭 확대한다.
경제성장 잠재력이 높은 아시아 지역 국가들은 최근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발전 시설 건설에 적극 나서고 있어, 박 회장이 특히나 눈독을 들이고 있다.
▲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이 아시아시장에서 석탄화력과 원자력 발전에서부터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28일 두산에너빌리티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해외 정부, 기업 관계자들과 교류를 확대하며 향후 수주를 위한 기반을 닦고 있다.
우선 동남아 국가 중 필리핀이 회사의 큰 관심 시장 중 하나다.
회사는 필리핀 전력기업, 발전개발사 등을 두루 접촉하고 있고 정부, 의회와도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최근 필리핀 최대 전력기업 메랄코의 경영진이 회사의 창원 본사를 방문한 목적도 필리핀에서 추진하는 여러 에너지 사업에 필요한 각종 기자재 제작역량을 직접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마누엘 베레즈 판길리난 메랄코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창원 본사에서 한국형 원전 APR1400 주기기를 생산하는 원자력공장, 380메가와트(MW)급 발전용 초대형 가스터빈을 생산하는 가스터빈 공장, 세계 최대 1만7천 톤 프레스가 설치된 단조공장을 둘러봤다.
회사는 필리핀이 한국과 동일한 상용 전기 주파수 60Hz(헤르츠)를 사용한다는 점이 향후 사업확대의 긍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상용 전기 주파수는 60Hz(헤르츠)와 50Hz 둘로 나뉘며 필리핀은 한국, 미국, 캐나다 등과 동일하게 60Hz 주파수를 사용한다.
지난해 11월에는 필리핀 스포츠행사에 홍보 전시관을 꾸려 한국형 가스터빈 기술력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정연인 대표이사 부회장, 김정관 부사장 등이 필리핀 쪽 의회, 정부, 기업 관계자들을 접촉해 한국형 가스터빈과 수소터빈을 소개했다.
가스터빈은 회사가 차세대 원전, 신재생에너지, 수소사업과 함께 4대 성장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핵심 사업이다. 회사는 2019년 대형 가스터빈 국산화에 성공한 뒤 가스터빈 사업을 줄곧 확대하고 있다.
지금까진 국내에서만 대형 가스터빈 수주가 이뤄졌는데, 필리핀을 첫 해외 진출지로 삼겠다며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베트남과 태국에서도 사업 확대를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회사는 두 나라에서 발전소의 탄소 배출을 줄이고 친환경연료 전환 기술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 국영기업이나 에너지 관련 기업들과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협력 체계를 확장하고 있다.
회사는 또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에서도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난 12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한국-카자흐스탄 비즈니스포럼'에서 삼룩카즈나와 카자흐스탄 발전소 환경설비 공급 사업추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안덕근 산업통상부 장관, 김도윤 한전KPS 부사장,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부사장, 루슬란 옐루바예비치 투르감바예프 삼룩에너지 부사장, 카낫 샤를라파에프 카자흐스탄 산업건설부장관. <두산에너빌리티>
회사는 최근 카자흐스탄 국부펀드 삼룩카즈나, 에너지 국영기업 삼룩에너지와 협력협정(Cooperation Agreement)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카자흐스탄 발전산업에 공동 협력하는 한편 2개 노후 화력발전소와 3개 신규 화력발전소에 환경설비 공급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회사는 지난해 삼룩카즈나의 자회사 투르키스탄LLP와 1조1500억 원 규모의 복합화력발전소 건설공사 계약을 체결한 것을 비롯해 카자흐스탄 수주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박 회장이 해외 시장 진출을 추진하면서 아시아에 주목하는 이유는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 속도가 세계 다른 지역보다 빨라 전력수요가 매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력수요 증가율은 2.2%로 2022년(2.4%)보다 낮아졌다. 하지만 신흥국 중심으로 전력수요가 늘어나며 전체 전력 수요 증가율은 2024~2026년 연평균 3.4%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아시아 시장의 탄소중립 추진 일정이 선진국과 비교해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회사로서는 장기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가 석탄화력부터 친환경 발전 분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각국 에너지산업 주기에 따라 지속해 일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력 수요를 감당하려면 원전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세계적 인식이 확산하며, 아시아 원전 수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회사엔 긍정적이다.
실제 필리핀은 착공한 뒤 가동이 무산됐던 바탄 원전 재가동을 검토하고 있는데,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에너빌리티 등 팀코리아가 사업 수주를 재타진하고 있다.
카자흐스탄도 원전 건설 여부를 결정할 국민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카자흐스탄은 세계 최대 우라늄 수출국임에도 원전이 전혀 없다. 심각한 전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원전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 정부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국빈 방문 이후 카자흐스탄 측과 원전사업 참여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해지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제에너지기구의 세계 전력시장 분석과 전망(2023~2026년) 보고서에서 “2022~2023년 많은 국가가 기후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자국 정책의 핵심으로 원전의 단계적 도입과 확대를 꼽았다"며 "이에 따라 원전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크게 확대됐다”고 밝혔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