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관세 인상에도 중국 전기차 막기 어렵다, 가격 인하와 투자 확대로 공세

▲ 유럽연합의 관세 인상이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전기차 수출 확대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독일 뮌헨에 전시된 중국 BYD 전기차 사진.

[비즈니스포스트]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중국 기업들의 진출 의지를 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ING그룹의 전망이 나왔다.

BYD 등 중국 제조사들이 충분한 가격 인하 여력을 갖추고 있는 데다 유럽에 생산거점을 구축하려는 노력에도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금융그룹 ING는 19일(현지시각) 보고서를 내고 “유럽연합의 관세 인상이 중국 전기차의 시장 공략 속도를 늦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유럽연합은 7월4일부터 중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최고 38.1%의 추가 수입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제조사들의 저가 차량 수출을 막기 위한 조치다.

BYD와 지리자동차, 상하이자동차(SAIC) 등 유럽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 기업에서 가장 큰 장점으로 앞세우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ING는 미국 정부도 최근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00%로 높였지만 이는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에 수입되는 중국 차량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에서 중국 기업이 수출하는 전기차의 판매 비중은 1~4월 기준 7.7%로 나타나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는 테슬라 등의 중국공장 생산 차량을 제외한 수치다.

ING는 유럽연합의 관세 부과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결국 유럽의 탄소중립 달성도 늦추는 등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바라봤다.

유럽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평균 가격은 이미 일반 소비자들에 부담이 큰 수준이라 중국산 차량을 구매하기 어려워진다면 내연기관 차량으로 수요가 이동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1~4월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은 12%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연간 14.5%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ING는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가 인상되면 2035년까지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유럽연합의 목표가 현실화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유럽연합의 관세 인상이 중국 기업들의 시장 진출을 막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 주요 제조사들이 이에 대응해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고 있어서다.

ING는 현재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평균 순이익률이 40~50%까지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관세 인상에 대응해 가격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 관세 인상에도 중국 전기차 막기 어렵다, 가격 인하와 투자 확대로 공세

▲ BYD의 하이브리드 신차 홍보용 이미지.

유럽연합의 추가 수입관세 부과 대상이 순수전기차에 한정된 만큼 중국산 하이브리드 차량의 수입 비중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중국 기업들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유럽 내 생산거점을 구축하는데 더 속도를 낼 가능성도 제기됐다.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판매하면 수입관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ING는 유럽연합이 중국 기업의 생산 투자 유치를 노려 관세 인상을 결정했을 수도 있다며 이미 다수의 중국 제조사가 이전부터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BYD는 이미 헝가리에 첫 유럽 자동차 생산공장 신설 계획을 확정했고 체리자동차는 스페인 기업과 협력해 바르셀로나에 생산 설비를 마련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ING는 유럽연합의 관세 부과가 중국 정부의 무역보복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흑연 등 필수 소재 글로벌 공급망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무역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소재 수출을 제한하면 유럽 제조사들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유럽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업체도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

ING는 유럽연합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에 주요 회원국들 사이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독일과 스웨덴, 헝가리는 중국의 무역보복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해 추가 관세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들 국가 이외에 12개 유럽연합 회원국이 11월 진행되는 투표에서 관세 인상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낸다면 이번 결정은 철회될 수 있다.

ING는 유럽연합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으로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이 보급형 모델 출시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