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하이브리드 공세, 전기차 과도기에 시장점유율 높이기 공들여

▲ 현대차그룹이 하이브리드 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유럽 등 현대차그룹의 주요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급증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수요에 혜택을 볼 수 있는 업체는 극소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 부문 점유율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30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미국, 유럽, 한국 등 현대차그룹의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 수요가 급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등에 따르면 2023년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미국, 유럽, 한국이 각각 약 117만5597대, 271만대, 30만9164대를 기록해 2022년보다 53%, 30%, 46.3%씩 늘었다. 

하이브리드 판매 증가세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미국, 유럽, 한국의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각각 약 32만180대, 81만대, 9만983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약 45.1%, 19%, 46.3% 증가했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수요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포춘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연 평균 7.3% 성장률로 2030년 하이브리드 시장이 4439억 달러(약 59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최고경영자(CEO)도 "하이브리드차가 앞으로 수년 동안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과 유럽이 최근 탄소 관련 규제를 완화하거나 시행 시기를 늦추고 있는데다 전기차 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하이브리드 부문을 강화하는 등 기존의 생산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GM은 2024년 이쿼녹스, 시에라의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전기차 뿐만 아니라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라인도 추가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현대차그룹 하이브리드 공세, 전기차 과도기에 시장점유율 높이기 공들여

▲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현대차그룹>

포드는 F-150 전기차 라인을 줄이고 하이브리드 라인을 늘려 하이브리드 생산량을 5년 내 4배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수요 증가에 혜택을 볼 수 있는 업체는 도요타, 현대차그룹 등 소수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하이브리드(HEV) 기술을 갖춘 업체는 도요타, 혼다, 르노-닛산, 현대차그룹, 포드에 불과한데다 하이브리드 기술은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하이브리드 시장 진출에 나선 GM, 폭스바겐, 메르세데스 벤츠 등 글로벌 업체들이 주로 기술 장벽이 낮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PHEV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의 부품을 모두 탑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격대가 높고 수익성이 좋기가 어렵다"며 "하이브리드 시장 성장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업체는 하이브리드(HEV) 기술력을 갖춘 도요타, 혼다, 현대차그룹 등 매우 소수"라고 분석했다.

2010년대부터 독자적 하이브리드 플랫폼 개발하며 기술을 축적해온 현대차그룹은 현재 하이브리드차 판매로 내연기관차 이상의 수익성을 거둘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하이브리드 수익성을 바탕으로 전방위적 하이브리드 부문 강화에 나서며 전기차 캐즘기에 글로벌 점유율 확장을 노리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했다. 또 2025년에 출시될 신형 팰리세이드에도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하이브리드 공세, 전기차 과도기에 시장점유율 높이기 공들여

▲ 카니발 하이브리드. <비즈니스포스트>

일각에서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도 하이브리드 모델이 출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기아도 지난해 카니발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 6개 차종, 2026년에 8개 차종, 2028년에 9개 차종 등 주요 차종 대부분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새 하이브리드 플랫폼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새로운 하이브리드 플랫폼인 ‘TMED-II’를 개발하고 있는데 차량 구동을 돕는 전기모터가 엔진 크랭크축(P1)과 변속기(P2)에 붙는 ‘P1+P2’ 구조이기에 하나의 모터로 구동하는 기존 시스템보다 연비와 성능이 모두 향상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올해 4분기부터 가동 예정인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HMGMA)에서 전기차 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차량도 생산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현재 도요타와 혼다를 제외하면 글로벌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을 위협할 완성차 업체는 없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폭스바겐그룹도 하이브리드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보다 존재감이 미미하다.  이사무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