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마트가 인원까지 줄여가며 수익성 개선에 안간힘을 쏟는 와중에도 계열사 챙기기에 나섰다.

신세계건설이 부담해야 할 이자를 내지 못할 때 돈을 빌려주기로 한건데 갈 길 바쁜 이마트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일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구조조정 와중에도 계열사 챙겼다, 이유 있는 신세계건설 살리기

▲ 신세계건설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투자받는 돈은 6500억 원으로 당장 연간 이자만 460억 원 정도다. 신세계건설이 이자를 내지 못하면 이마트가 자금 대여 형식으로 부담하게 된다.

 
29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이마트가 체결한 자금보충약정을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이날 신세계건설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신종자본증권은 특수목적법인(SPC)이 취득한다. 특수목적법인은 신종자본증권 취득을 위해 투자자들과 투자계약을 진행하는데 여기서 이마트가 등장한다.

이마트가 투자계약과 관련해 자금보충약정을 체결한 것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자 지급 지연 등 자금 부족 상황이 발생하면 그 부족 금액을 대여할 것을 약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건설이 이자를 내지 못하면 이자를 빌려주고 원금을 갚지 못하면 대여 형식으로 대신 상환해 준다는 얘기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번 자금보충약정으로 이마트에 직접적 재무 부담은 없으며 그룹 공사 수주 등 신세계건설 실적 전망을 봤을 때 자금보충이 실현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마트에 직접적 재무 부담이 없고 자금보충 실현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설명에 대해서 의문을 표시하는 의견도 나온다.

자금보충약정은 돈을 빌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마트로서는 자금보충이 이뤄지더라도 손해볼 것이 없다고 판단할지도 모른다.

신세계건설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투자받는 돈은 6500억 원이다. 이율은 7.078%로 당장 연간 이자만 460억 원 정도다.

신세계건설이 최근 10년 동안 460억 원보다 더 많은 영업이익을 낸 적은 한 번 밖에 없다. 신세계건설은 2016년 영업이익 519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영업손실만 1878억 원을 냈다.

신세계건설이 이자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우려의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3년 안에 투자금을 갚지 못하면 이율은 더 오른다. 3년 후에 2.5%포인트가 가산되고 이후 4년 동안 매년 0.5%포인트씩 오른다.

이마트는 그룹 공사 수주로 인해 자금보충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낙관하고 있지만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건설 매출은 지난해 1조5026억 원을 내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스타필드수원과 신세계를 통해 낸 매출 비중이 30% 정도다.

일각에서는 각 건설사마다 공사를 처리할 수 있는 물적 자원과 인적 자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그룹 공사 수주를 늘리면 다른 공사를 수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세계그룹 공사 수주를 늘린다고 해서 신세계건설 상황이 급격하게 좋아지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최근 건설업계 업황이 좋지 않다는 점도 신세계건설에게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이마트 구조조정 와중에도 계열사 챙겼다, 이유 있는 신세계건설 살리기

▲ 신세계건설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6500억 원이나 조달할 수 있는 이유는 투자자들이 신세계그룹과 이마트의 지원을 믿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지난해 이마트가 창사 첫 적자를 낸 주요 원인도 신세계건설의 부진 때문이었다.

신세계건설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6500억 원이나 조달할 수 있는 이유는 투자자들이 신세계그룹과 이마트의 지원을 믿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세계건설이 이자를 내지 못하면 이마트는 당장 1년에 수백억 원씩을 지출해야 한다. 지난해 이마트는 지난해 이자비용으로만 4177억 원을 썼다. 2022년보다 31.6%가 늘었다.

올해 1분기 이자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45%가 증가했다.

이자비용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신세계건설 부담까지 안게 됐다. 신세계건설의 이번 신종자본증권 이율은 최대 11.578%까지 상승한다. 이자가 753억 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재계에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본인의 경영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신세계건설을 신경써서 챙기고 있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 회장은 회장 승진 이후 첫 인사로 신세계건설 대표를 교체했다. 정기 임원인사 시기가 아니었음에도 원포인트 인사를 냈다.

정 회장이 회장 직함을 단 이후 첫 경영 판단으로 신세계건설 대표를 교체한 만큼 신세계건설을 살리기 위해 위험부담을 감수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세계건설 대표를 교체하면서 그룹 안팎에 분명한 메시지를 낸 만큼 신세계건설의 반등은 정 회장에게 중요한 문제는 맞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 회장이 경영 능력에 있어서 그룹 안팎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던 시기도 있었던 만큼 성과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