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코리아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두산그룹의 박정원 회장도 지난 13일 체코 프라하에서 ‘두산 파트너십 데이’를 진행하고 14일 현지 생산거점인 두산스코다파워를 방문했다. 두산그룹에 이어 대우건설이 체코 현지에서 수주 영업전의 배턴을 이어받고 있는 모양새다.
박 회장은 “두산은 수출 1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성공적으로 주기기를 공급한 경험을 바탕으로 15년 만에 다시 도전하는 해외 원전수주에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태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팀코리아가 이번 수주에 성공한다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에 ‘한국형 원전’ 수출에 성공하는 셈이다.
단순 원전 수주로만 보면 현대건설이 지난 4월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15년 만에 해외 원전 EPC(설계·조달·시공) 수주를 하반기에 앞두고 있다.
4월19일 계약 협상자 자격 승인 통지서를 발송하고 다음 단계 이행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140억 달러(18조7천억 원)으로 현대건설이 7조 이상의 일감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바라카 원전 이후 첫 해외 원전 수주 계약 체결이 확실시되지만 이 사업에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노형이 적용된다. 한국형 원전인 APR-1000을 앞세운 체코 원전 수주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다.
체코 원전사업은 중부지방 도시 두코바니·테믈린에 1천~1200MW급 원전 4기를 짓는 것이다. 원전 건설 계획이 4기, 입찰규모 30조 원 수준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탈락했다.
체코는 7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올해 말에 최종 사업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2029년 착공을 시작해 2036년에 상업운전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된다.
체코 원전은 동유럽 원전산업의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어 팀코리아가 반드시 수주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동유럽 국가 중 폴란드는 운영하고 있는 원전이 없고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루마니아 등도 원전을 30년 이상 가동해 신규 원전 교체 수요가 있다.
백 사장은 체코 정부 및 현지 원전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하는 한·체코 원전 건설포럼에서 대우건설의 원전 기술력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건설은 40여 개 원자력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1991년 월성 3·4호기 주설비 공사를 시작으로 상용원전과 연구용원자료,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 중입자·양성자 가속기, 가동원전 설계용역, 해체공사 등 사실상 원자력 모든 분야에 관한 경험을 지닌 유일한 건설사로 평가 받는다.
백 사장은 업계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신사업으로 원전사업을 키운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수주가 더욱 절실하다. 수주가 확정된다면 2조 원 안팎의 수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원전 시장은 기반시설이 부족한 만큼 EPC 공사가 더욱 확대될 수 있어 대우건설의 수주 규모가 이보다 클 수 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백 사장은 체코 원전을 수주하면 폴란드 연계수주를 위한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2025년부터 폴란드 원자력 사업(퐁트누프 1400NW, 2~4기) 발주도 이뤄지기 때문이다. 폴란드 원전을 팀코리아가 수주하면 대우건설은 2조5천억 원 규모의 수주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서정욱 TUV SUD Korea 대표이사가 4월25일 열린 원자력 공급망 품질경영시스템(ISO 19443) 인증 수여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우건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도 동유럽 원전 수주를 위한 물밑작업을 미리 해두며 백 사장을 지원하고 있다.
정 회장은 2023년 7월14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폴란드건설협회 및 현지 3위 건설기업인 이알버드(ERBUD)와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는 에너지, 인프라 등의 분야에서 사업추진을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또한 앞서 2021년 11월 대우건설은 폴란드 현지 1위 기업인 부디멕스(BUDIMEX), 2위 기업인 폴리멕스모스토스탈(POLIMEX-Mosstostal)과 신규 원전사업 관련 협약을 위한 업무협약도 맺어놨다.
이밖에 백 사장은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3·4호기 원전 신규건설사업 입찰에도 참여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루마니아는 원전을 30년 이상 가동해 신규 원전 교체 수요가 있는 국가로 1호기 수명 연장을 추진하는 한편 3·4호기 원전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체코 원전 수주를 이끌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도 루마니아에서 실적을 쌓고 있어 대우건설이 체르나보다 3·4호기 원전을 수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5월 2600억 원 규모의 체르나보다 원전 1·2호기 삼중수소제거설비(TRF)사업을 따냈고 이어 같은 해 10월 1조 원 규모의 원전 1호기 설비 개선사업을 수주해 실적을 쌓고 있다.
1호기 개선사업은 1996년 루마니아 최초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체르나보다 1호기를 30년 더 운전하기 위해 2027년부터 설비·부품을 교체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18억5천만 유로(2조5천억 원)로 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등 체코 원전 팀코리아 구성원이 사업비의 40% 수준인 1조 원을 확보했다.
루마니아 측도 우리 정부에 체르나보다 3·4호기 건설사업에 우리기업의 참여를 바라고 있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이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세바스티안 이오안 부르두자 루마니아 에너지부 장관과 만났을 때 체르나보다 3·4호기 건설과 수력펌프장 시설 참여를 요청 받기도 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원자력 관련 시공·설계·폐기물 임시저장시설, 원전해체에 이르는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외 원전사업 수주에 나설 것이다”며 “원자력사업 안전·품질 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동유럽 진출의 교두보인 체코 원전 수주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