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도 현대차도 줄줄이 중국 LFP배터리 채택, 위기의 한국 배터리 대책은?

▲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수요 부진에 중국 LFP 배터리로 시선을 돌리면서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세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잇달아 자사 전기차에 중국산 LFP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을 제외한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했던 한국의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는 아직 LFP 배터리 생산조차 들어가지 못하고 있어, LFP 배터리뿐만 아니라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에 밀려날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30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세계 1위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의 CATL 쩡위췬 회장은 지난 29일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사장을 만났다.

구체적 두 사람의 논의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전기차 수요 감소로 부진에 빠진 테슬라에게 CATL 회장이 신형 LFP 배터리 공급 제안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에 빠지면서 세계 완성차 업체들은 높은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제조원가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원가를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삼원계(NCM) 배터리에 비해 주행거리나 성능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가격이 낮고 수명이 조금 더 긴 LFP 배터리 채택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 완성차 업체 현대자동차 역시 최근 CATL과 손잡았다. 현대차의 중국 법인 베이징현대는 25일 ‘오토 차이나 2024’에서 CATL의 신형 LFP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엔 제너럴모터스(GM)가 포드에 이어 CATL과 LFP 배터리 장기 공급 계약 체결했다. 세계 전기차 1위 기업이자 세계 2위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 BYD(비야디)는 자체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로 수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같은 중국 LFP 배터리 약진에 따라 한국 배터리 3사는 가뜩이나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데 공급처마저 중국에 빼앗기며 위기에 몰렸다.
 
테슬라도 현대차도 줄줄이 중국 LFP배터리 채택, 위기의 한국 배터리 대책은?

▲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 LFP 배터리에서 가장 앞서간다고 평가받는 만큼 중국을 쫓아가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LG에너지솔루션은 국산 LFP 배터리 제조사 가운데 가장 기술력에서 앞서간다고 평가받는 만큼 중국을 빠르게 쫓아가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LFP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7%에 불과했지만, 올해 41%까지 늘어나고, 2026년엔 47%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 시장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최근 중국 난징 공장의 전기차용 LFP 배터리의 양산 시점을 2025년 하반기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당초 2026년 양산이 목표였지만 중국 추격을 위한 속도를 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엔 중국 양극재 기업 상주리원과 16만 톤의 LFP 배터리용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었다. 계약 당시 양극재가 톤당 1만 달러 가량(약 1300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2조1300억 원의 공급 규모다. 

다만 LFP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이 쫓아가기 힘든 가격 경쟁력을 가진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삼성증권은 올해 초 CATL이 LFP 배터리 셀 가격을 20% 인하, 하반기 출시하는 신형 배터리는 와트시(Wh)당 가격이 0.4위안을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평균과 비교하면 절반 가격이다.

이에 더해 최근 중국 현지 매체들은 BYD가 에너지 밀도를 27%가량 높인 190Wh/kg의 2세대 LFP 배터리를 오는 8월 선보인다고 보도했다. 가격이 비싼 고성능 NCM 배터리가 250Wh/kg 성능을 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LFP배터리는 NCM 배터리 성능의 76%까지 따라온 셈이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은) 오랜 업력을 통해 LFP에도 상당히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며 “중국이 LFP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만큼, 가격과 기술 측면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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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SDI는 방향을 틀어 LFP로는 중국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저가 리튬인산망간철(LMFP)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삼성SDI는 방향을 틀어 LFP배터리로는 중국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저가 리튬인산망간철(LMFP)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LMFP 배터리는 LFP 배터리에 망간을 추가해 만든다. 평균 LFP 배터리보다 20% 이상의 에너지 밀도를 가져 1회 충전 주행거리가 더 길다.

지난해 한국배터리콘퍼런스에 참가한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은 “LFP 배터리에 진입하기에는 사실상 늦었다고 판단되는 만큼, LMFP 등 신제품을 준비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 기업들 역시 LMFP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BYD는 올 2분기 고성능 LMFP 배터리를 출시할 예정이다.

또 지난해 BYD와 CATL을 위협하며 급부상한 중국 기업 CALB는 지난 2월 에너지밀도 180Wh/kg의 LMFP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특히나 2500회 충방전을 통해 수명 검증 완료해 내구성을 확보하는 등 품질을 끌어올렸다고 이 회사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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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온은 북미 시장을 집중 공략해 LFP 배터리 경쟁력을 갖추려고 한다.


SK온은 상대적으로 중국산 배터리 공급을 막고 있는 북미 시장을 집중 공략해 LFP 배터리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SK온은 LFP 배터리 개발을 완료한 상태로 2026년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며 “중국이 LFP 배터리를 먼저 생산하고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왔지만, 북미 시장을 고려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아직 구체적 구매자가 존재하지 않지만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공급 협의를 이어가는 중이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작년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영업손실 330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1조 원 투자 유치 등 올해 예정된 7조5천 억의 설비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