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 도시정비 수주 신중모드 바뀌나, 전중선 경영 방향 가늠자

▲ 향후 포스코이앤씨의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사진)의 전체 경영기조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포스코이앤씨가 수주 의지를 보였던 서울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사업에서 발을 빼면서 도시정비사업 전략이 보수적으로 바뀔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든다.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재개발·재건축사업 수주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지난달 대표이사로 내정된 전중선 사장의 경영스타일이 도시정비사업의 방향성을 통해 드러날 지 주목된다. 
 
10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사업은 최초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 확약서를 제출한 건설사가 대우건설 1곳에 그치면서 경쟁입찰이 성립하지 않아 유찰이 확정됐다.

개포주공5단지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187번지 외 1필지 일대 개포주공5단지아파트를 재건축해 지하 4층~지상 35층, 14개 동의 공동주택 1279세대 및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공사다.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사업은 앞서 2월20일 열린 현장설명회에 건설사 10곳이 참석하는 등 강남에 위치한 서울 알짜사업장으로 꼽혀왔다.

특히 포스코이앤씨와 대우건설이 오랜 기간 이 사업 시공권 수주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지난해 말 시공사를 정한 경기 안산시 안산주공6단지 재건축사업에 이어 1군 건설사인 포스코이앤씨와 대우건설의 수주전이 다시 성사될지 관심이 컸다. 안산주공6단지 재건축 사업은 포스코이앤씨가 대우건설을 꺾고 수주에 성공했다.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사업에서 예상대로 대우건설이 입찰참여 확약서를 제출했으나 포스코이앤씨는 확약서를 내지 않아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포스코이앤씨가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사업에서 발을 뺀 일을 두고 리더십 변화와 맞물려 도시정비 수주 전략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포스코이앤씨는 2월 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재무전문가로 꼽히는 전중선 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포스코이앤씨는 과거 대형건설사 가운데 서울에서 주택 인지도가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서울 도시정비사업에서 핵심 지역별로 거점 단지를 수주하는 전략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왔다.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은 여기에 적합한 사업지로 여겨진다. 개포 택지개발지구사업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포스코이앤씨는 아직 이 지역에 수주 이력이 없다.

지금까지 보여왔던 전략처럼 개포주공5단지를 개포 택지개발지구 거점으로 삼고 시공권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다만 포스코이앤씨는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사업에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대표이사 교체가 정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개별 사업장별 검토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전 사장의 첫 과제는 포스코이앤씨의 수익성 및 재무건전성 확대 등 내실을 다지는 일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역대 최대 매출인 10조1660억 원을 기록하는 동안 영업이익은 2010억 원을 내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 추세를 살펴보면 2021년 4409억 원에서 2022년 3086억 원으로 급격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연결기준 부채비율 역시 2019년 말 119.0%에서 2023년 말 135.5%로, 차입금의존도는 같은 기간 11.8%에서 20.8%로 높아졌다.

전 사장이 과제 해결을 위해 앞으로 보여줄 경영 기조가 도시정비 사업 전략을 통해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대형건설사 가운데 가장 공격적으로 시공권 확보에 나서는 등 전사적으로 도시정비사업에 힘을 싣고 있었기 때문이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연간 신규수주 4조 원을 넘기며 도시정비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올해도 포스코이앤씨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등에 따라 대형건설사들은 도시정비사업에 다소 보수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주에 활발히 나섰다.

2월15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뉴타운 최대어로 꼽히는 노량진1구역 재개발사업에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제안하며 단독 입찰에 나섰을 때도 “회사의 이익을 낮춰 사업추진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3.3㎡당 730만 원이라는 높지 않은 공사비에도 입지 좋은 핵심 사업장에 깃발을 꼽는 일에 더욱 무게를 실은 셈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1조3천억 원 규모의 부산 부산진구 촉진2-1구역 재개발사업을 포함해 두 달 만에 2조3200억 원의 도시정비 수주실적을 올렸다. 

포스코이앤씨의 현재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과 노량진1구역 재개발사업 입찰에도 참여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 도시정비 수주 신중모드 바뀌나, 전중선 경영 방향 가늠자

▲  포스코이앤씨의 서울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 조감도. <포스코이앤씨>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시공사 선정에 위법사항이 있다며 시정조치를 내려 절차가 지연됐다. 3월 안에 시공사 선정 절차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며 지난해 9월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이 참여해 맞대결을 예고했다.

노량진1구역 재개발사업은 포스코이앤씨 단독 참여로 2차 시공사 선정 입찰까지 유찰됐다. 조합은 3차 입찰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정하고 이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여의도 한양아파트와 노량진1구역에서 지금까지 약속했던 제안들을 이행하기 위해 수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 사장은 2월21일 포스코그룹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거쳐 포스코이앤씨 대표에 내정됐다. 포스코홀딩스 초대 대표이사 사장에서 물러난 지 1년 만에 건설계열사로 복귀한다.

전 사장은 2018~2022년 포스코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재무전문가로 꼽히며 가치경영센터장,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해 전략 수립에도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후보 6명 안에 들기도 했다.

포스코그룹은 전 사장을 놓고 “건설산업 침체로 난항을 겪고 있는 포스코이앤씨의 재무건전성과 프로젝트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