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스볼트가 스웨덴 전기차 배터리공장 증설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추가로 차입했다. 스웨덴에 위치한 노스볼트 배터리 연구개발(R&D)센터. <노스볼트>
노스볼트는 배터리 생산 과정부터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한다는 차별점을 앞세워 유럽 내 전기차 고객사 확보에 속도를 내며 한국 배터리 3사를 따라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6일 “노스볼트가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손에 쥐게 되면서 글로벌 배터리시장 경쟁에 한층 더 열기를 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스볼트는 유럽연합 투자은행 및 JP모건에서 모두 34억 달러(약 4조5271억 원)에 이르는 신규 자금을 차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자금은 노스볼트가 현재 스웨덴에 건설중인 배터리 생산공장 및 재활용 설비 증설에 쓰인다.
테슬라 전직 임원 2명이 2015년에 설립한 신생기업 노스볼트는 유럽에서 최초로 리튬이온 기반 2차 전지를 자체 개발하고 제조하는 업체로 업계에서 주목받았다.
스웨덴에 이어 최근 캐나다와 독일에도 대규모 배터리 생산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노스볼트가 단기간에 사업 규모를 대폭 확장하고 있는 배경은 BMW와 폴크스바겐, 볼보 등 유럽 자동차기업에서 이미 550억 달러(약 73조2천억 원) 가량의 수주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일부 자동차기업은 노스볼트의 공장 건설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그만큼 전기차 배터리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유럽연합 및 JP모건을 통해 34억 달러를 확보하게 된 점도 이를 보여주는 사례에 해당한다.
노스볼트는 설립 초반부터 친환경 배터리 제조사라는 특징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기술과 설비에 꾸준히 투자해 2차전지 폐기물로 인한 환경 오염 방지에 힘쓰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평가를 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자연히 환경 문제에 더욱 민감한 유럽에서 노스볼트가 고객사를 확보하기 유리한 위치에 놓였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 삼성SDI 헝가리 배터리공장 조감도 참고용 이미지. <삼성SDI>
유럽연합이 전 세계 배터리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한국과 중국에 의존을 낮추는 데 속도를 내고 있는 점도 노스볼트를 향한 지원이 집중되고 있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노스볼트는 배터리 생산 증설에 속도를 내 2030년까지 유럽 내 시장점유율 25%를 차지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유럽 배터리시장에서 한국 배터리 3사가 모두 57%, 중국 기업들이 40%에 이르는 점유율을 차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격적인 목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상당한 수준의 생산 투자가 이어지고 유럽연합 및 현지 자동차기업의 지원도 이어진다면 성장 속도를 앞당기는 데 충분히 기여할 공산이 크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최근 독일 정부가 노스볼트 신규 배터리공장에 제공하는 9억 유로(약 1조3천억 원) 상당의 보조금 제공 계획도 승인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두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시행된 뒤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노스볼트는 이른 시일에 기업공개(IPO)를 통해 추가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유럽 전기차 배터리시장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업체의 텃밭으로 꼽힌다.
한국 기업들이 전기차시장 성장 초기부터 헝가리 등 유럽 국가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구축하고 BMW를 비롯한 현지 고객사 수요를 대부분 책임져 왔기 때문이다.
CATL과 같은 중국 기업이 유럽에 진입해 빠르게 점유율을 늘린 데 이어 노스볼트마저 ‘다크호스’로 떠오르며 한국 배터리업체들이 더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게 될 수밖에 없다.
피터 칼슨 노스볼트 CEO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많은 국가들이 녹색 경제로 전환에 배터리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올해와 내년이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