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SK온 삼성SDI,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정부 지원 중단' 가능성 대비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된다면 전기차 및 배터리 보조금 지원 정책을 손보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지만 한국 배터리 3사는 이런 시나리오를 충분히 예측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설립하는 한국 업체들이 정부 지원 중단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차 지원 정책을 뒤흔드는 시나리오에도 대비할 수 있는 계획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서 전기차 지원 정책을 뒤엎을 가능성을 예고하자 자동차 제조사들이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선거본부 관계자들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당선된다면 전기차 지원 등 친환경 정책을 크게 수정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도입한 전기차 보조금 및 배터리 생산 지원 등 정책을 크게 축소하거나 폐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 지원을 노려 전기차 개발 및 생산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던 여러 자동차 및 배터리 제조사들은 자연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미국 전기차 시장에 큰 장점을 불러왔다”며 “정책이 갑자기 폐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 닛산의 우치다 마코토 CEO도 미국의 전기차 보급 확대에 정부 정책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 전환은 전 세계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할 변화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는 2030년까지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 50%를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두고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사의 공장 설립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정책을 펼쳐 왔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 이러한 정부 지원을 중단한다면 많은 기업들이 전기차 분야에 투자를 늘린 성과를 확인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글로벌 주요 자동차기업과 협력해 미국에 여러 곳의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한국 배터리 3사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때 제공하는 세제혜택 등을 중단한다면 공장 가동에 들이는 비용 부담이 매우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기차 보조금이 축소 또는 폐지되면 미국 내 전기차 수요도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어 공장 가동률이 낮아져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LG엔솔 SK온 삼성SDI,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정부 지원 중단' 가능성 대비

▲ 포드와 SK온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조감도(왼쪽) 및 GM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오하이오주 배터리 생산공장. <블루오벌SK,얼티엄셀즈>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이미 이러한 시나리오를 충분히 고려한 뒤 투자에 나섰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증권사 UBS의 팀 부시 연구원은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은 미국 정부 지원이 예상보다 일찍 중단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었다”며 “정부 지원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은 것”이라고 바라봤다.

부시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한국 배터리 3사가 이미 바이든 정부에서 약속한 지원 정책이 2032년까지 실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부 지원이 일찍이 축소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투자에 나선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받게 될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했을 것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부시 연구원은 미국 야당인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당선되면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에 따른 전기차 분야 세제혜택을 타깃으로 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 전기차와 배터리 지원 정책을 폐지한다고 해도 이는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거론 선임연구원도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한국 기업들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중장기 관점에서 전략적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 뒤 전기차 지원 정책을 폐지한다면 미국 자동차 산업의 몰락을 이끌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이 실제로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완전히 뒤엎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계획은 글로벌 기업의 미국 내 투자 위축을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