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기선 HD한국조선해양(HD현대그룹 조선부문 중간 지주사) 대표이사 사장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친환경선박 분야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친환경선박 가운데 하나인 메탄올추진선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누려왔지만 경쟁사들의 추격도 빨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 사장은 궁극의 친환경 기술로 꼽히는 수소 분야 기술력 확보에 속도를 내며 친환경선박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HD한국조선해양 친환경선박 선점 박차, 정기선 경쟁사 추격에 수소로 내달려

정기선 HD한국조선해양(HD현대그룹 조선부문 중간 지주사)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친환경선박 분야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궁극의 친환경 기술로 꼽히는 수소 분야 기술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5일 HD한국조선해양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정 사장은 이날부터 8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세계적 가스산업 전시회 ‘가스텍2023’에 참석해 그동안 개발한 친환경선박 기술력을 대외적으로 소개하며 잠재적 고객 외연을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탄소 배출이 없어 완전한 친환경 연료로 꼽히는 수소 기술력을 여럿 선보인다.

HD한국조선해양이 개발한 액화수소운반선의 수소 시스템은 항해 중 발생하는 증발 가스를 수소엔진과 연료전지로 구성된 전기추진 시스템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중연료 추진 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에 LNG나 수소 가운데 연료를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HD한국조선해양은 가스텍 기간에 노르웨이선급(DNV)으로부터 이 시스템에 관한 기본인증(AIP)을 받는다. 

수소의 매개체로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암모니아 기술도 공개한다. 

암모니아(NH3)는 질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3개가 결합된 화합물이다. 암모니아를 수소(H2)와 질소(N2)로 분해한 뒤 질소 및 미분해 암모니아를 제거하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암모니아는 액화수소와 비교해 단위 부피당 1.7배의 수소를 더 저장할 수 있어 효율적 수소 운반체로서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기체 상태의 수소를 액화수소로 만들려면 영하 253℃ 아래로 냉각시켜야 하는 반면 암모니아가 액화하는 온도는 영하 33℃에 불과하기 때문에 저장·운송에 용이한 측면이 많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2050 탄소제로 로드맵 보고서’의 ‘넷제로 시나리오’에 따르면 암모니아는 2050년 전체 선박 연료의 46%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가스텍 기간에 로이드선급(LR) 등으로부터 LPG운반선용 암모니아 이중연료추진 시스템, 암모니아 벙커링(연료주입)선에 관한 기본인증을 획득할 예정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번 가스텍에 다른 경쟁사들보다 더 많은 역량을 투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기선 사장을 비롯해 HD현대그룹 내 최고경영진, 영업·연구개발·엔지니어링 분야 임직원 50여 명이 행사에 참석하는 데다 약 100평 가량의 대규모 전시 부스도 마련해 고객과 참관객들을 맞고 있다. 

정 사장은 언론 배포자료를 통해 “HD현대는 그 동안 가장 혁신적 해상운송 솔루션을 제공하며 시장을 이끌어왔다”며 “친환경 시대에 선도적 첨단기술 개발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구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사장이 친환경 기술을 강조하며 기술 주도권을 선점하려고 노력하는 배경에는 친환경선박이 향후 조선시장의 주도권을 가를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란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 초호황(슈퍼사이클)이 친환경선박 교체주기와 맞물려 도래할 것이란 전망도 많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에 따라 해운사들은 보유하거나 사용하고 있는 선박의 탄소 배출을 계속해서 줄여나가야 하는데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에 따라 친환경선박을 도입해야 할 필요성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친환경선박 수요가 급등할 조짐을 보이면서 조선사들 사이 친환경 기술 경쟁도 가열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HD한국조선해양은 친환경 연료로 꼽히는 메탄올 추진선 분야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됐지만 최근 경쟁사들의 추격이 매우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메탄올 추진선을 최초로 건조한 데다 세계적으로 발주된 물량 가운데 가장 많은 43척을 수주하는 등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대만 선사 에버그린이 발주한 24척의 대형 메탄올 이중연료컨테이너선 가운데 삼성중공업이 16척, 일본 니혼조선이 8척을 수주하며 격차를 좁히는 모양새가 됐다. 중국 조선사인 광선국제(GSI), 상하이와이가오차오조선(SWS) 등도 잇따라 메탄올 추진선을 수주한 것으로 파악된다. 

HD한국조선해양으로서는 독무대로 여겨졌던 메탄올 추진선 시장에서 이전보다 치열한 경쟁 환경을 맞게 된 셈이다.

정기선 사장도 이런 시장 환경을 고려해 메탄올 추진선 분야에서 앞서 구축한 시장 지위를 계속 지키는 것뿐 아니라 보다 수소를 비롯한 차세대 친환경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며 친환경 기술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수소 생태계와 관련한 제반 분야 사업을 다각도로 추진하며 다가올 수소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HD현대, 글로벌 가스산업 전시회서 수소·암모니아 기술 성과 공개

▲  HD현대가 5~8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가스텍2023’ 전시장에 마련한 HD현대 부스 조감도. < HD현대 >

수소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암모니아의 해상 공급기지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HD한국조선해양과 자회사 HD현대중공업은 4월19일 영국 로이드선급으로부터 암모니아-FSRU(저장·재기화설비)에 관한 기본승인을 획득했다. 

암모니아-FSRU는 생산지에서 운송된 액화암모니아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가스상태로 바꿔(재기화) 육상 수요처에 공급하는 선박으로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이 한국석유공사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FSRU는 일반적으로 해안의 계선시설(선박을 계류하기 위한 시설)에 접안해 육상터미널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용되며 육상터미널에 비해 건조 비용이 저렴하고 제작 기간이 짧으며 넓은 부지 확보가 필요 없는 것이 장점이다.

정 사장이 최근 STX중공업 인수를 결정한 데는 친환경선박의 수요 증가와 함께 친환경 엔진 기술력의 중요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엔진은 전체 선가의 10%에 해당하는 만큼 단일 기자재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친환경 선박 발주 증가와 함께 친환경 엔진 수요도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STX중공업 인수를 통해 확보한 엔진 기술을 HD현대중공업이 이미 보유한 엔진 기술과 접목시켜 증가하는 친환경 엔진 수요에 부응하고 그룹 내 조선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