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쿠팡이 CJ그룹과 계속 충돌하고 있다.

CJ제일제당과 ‘햇반 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인데 CJ올리브영과 ‘화장품 전쟁’까지 전선이 확대하는 모양새다.
 
쿠팡 김범석은 왜 자꾸 CJ그룹과 충돌하나, 반복되는 갈등을 보는 여러 시선

▲ 쿠팡이 CJ그룹과 곳곳에서 갈등하고 있다.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CJ그룹과 충돌하고 있다는 시각이 떠오른다.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자꾸 CJ그룹과 부딪히는 것을 놓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다만 김 의장이 CJ그룹과 갈등을 직접 키운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김 의장이 진출하는 사업영역에 우연치 않게 CJ그룹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5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2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CJ올리브영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신고한 것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쿠팡이 CJ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콕 집어 신고했다는 점에서 CJ그룹과 전면전을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여러 시각 가운데 하나다.

쿠팡은 지난해 말부터 ‘납품 가격’에 대한 시각 차이로 CJ제일제당과 대립하고 있다.

두 회사의 주장이 반 년 넘게 일치하지 않은 탓에 CJ제일제당의 주력 제품인 햇반과 비비고 제품은 현재 쿠팡에서 로켓배송(쿠팡의 익일배송 서비스)으로 구매할 수 없다.

CJ제일제당은 쿠팡 발주가 중단되자 SSG닷컴, 컬리, 티몬, 위메프 등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과 협업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쿠팡은 이에 질세라 CJ제일제당의 그늘에 가려 있던 중소 브랜드들이 잘 성장하고 있다며 CJ제일제당의 공백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의 갈등은 해를 넘겨 반년도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번 협상에서 양보하는 쪽이 앞으로도 계속 아쉬운 처지에 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협상 장기화는 양측의 감정도 많이 상하게 한 것으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연장선에서 쿠팡이 이번에 CJ올리브영을 걸고 넘어졌을 수 있다고 일각에서는 바라본다.

CJ그룹과 부딪히는 전선을 넓힘으로써 주도권 싸움에서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도를 확실하게 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쿠팡이 CJ그룹과 갈등을 키워봐야 얻을 것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부러 전선을 넓히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서로 싸워야 할 곳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협력해야 할 지점도 많다는 점에서 리스크를 감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쿠팡이 화장품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로 마음먹으면서 쿠팡과 CJ올리브영의 충돌은 불가피한 일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커머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은 대기업 브랜드와 중소 브랜드를 가리지 않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화장품 사업에서도 같은 전략을 펴려던 것으로 보인다”며 “쿠팡 입장에서 화장품 사업 확대를 위해 중소 브랜드를 확보하려다 보니 중소 브랜드 제품의 주요 판매 채널인 CJ올리브영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J올리브영이 판매하는 화장품은 대부분 중소 브랜드 제품이다. 자체 매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데다 백화점 등에 입점하기도 어렵다보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제품을 추구하는 CJ올리브영에 입점해 대부분이 매출을 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중소 브랜드 입장에서 보면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CJ올리브영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CJ올리브영의 전략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쿠팡이 공정위에 신고한 내용도 바로 이 지점이다.

중소 브랜드들이 판매 채널을 다각화하기 위해 쿠팡 입점을 추진하거나 했다가 CJ올리브영 측으로부터 매장과 입점 수량, 품목 등을 축소하겠다는 얘기를 들어 쿠팡 납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커머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CJ올리브영은 랄라블라와 롭스 같은 경쟁 상대의 철수로 오르파인 헬스앤뷰티(H&B) 시장의 절대 강자가 됐다”며 “중소 브랜드로서는 CJ올리브영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는 구조가 된 것인데 이들을 필요로 하는 쿠팡에게는 CJ올리브영의 행태가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쿠팡 김범석은 왜 자꾸 CJ그룹과 충돌하나, 반복되는 갈등을 보는 여러 시선

▲ 쿠팡은 2019년부터 화장품 사업에 욕심을 냈는데 이를 더욱 키우기로 결정하면서 이 분야의 업계 최강자인 CJ올리브영과 충돌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들은 바라본다. 사진은 쿠팡의 뷰티 상품 소개 화면. <쿠팡>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쿠팡이 공정위에 신고한 내용은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며 “CJ올리브영은 결코 납품업체를 부당하게 제한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화장품사업은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는 대표적 사업으로 꼽힌다. 패션의 마진율도 높은 편이지만 화장품의 마진율에 밀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수익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쿠팡은 2019년부터 화장품 사업 확대에 꾸준히 공을 들였는데 최근에는 명품 화장품을 판매하는 전문관 ‘로켓럭셔리’를 론칭하며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쿠팡과 CJ그룹의 갈등을 ‘갑’과 ‘갑’의 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CJ제일제당과 갈등을 ‘제조사 갑’과 ‘유통사 갑’의 싸움으로 본다면 CJ올리브영과 갈등은 ‘오프라인 유통사 갑’과 ‘온라인 유통사 갑’의 다툼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김범석 의장이 쿠팡을 이끄는 과정에서 CJ그룹과 부딪힐 가능성은 또 있다. 바로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사업이다.

쿠팡은 2020년 12월 내놓은 쿠팡플레이로 OTT사업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데 서비스를 시작한지 2년 반 만에 토종 OTT 1위 기업인 티빙과 격차를 크게 좁혔다. 티빙은 CJENM의 자회사인데 향후 OTT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도 쿠팡과 CJ그룹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