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의 야심작 ‘비전프로’ 공개 이후 실망과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특유의 확장성이 빛을 발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대체로 비전프로 실적 기여도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어 수혜를 입을 국내 종목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애플 비전프로 기대감 살아나, LG이노텍 삼성전기 LG디스플레이 수혜 전망

▲ 비전프로의 국내 수혜주로 LG이노텍 등이 지목되고 있다.


8일 글로벌 금융투자 플랫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애플의 주가는 현지시각 5일(-0.76%), 6일(-0.21%), 7일(-0.78%) 3거래일 연속 약보합세를 보였다.

애플의 비전프로가 현지시각 5일 공개된 이후 재료 노출에 따른 물량 출회와 기대 매수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비전프로는 애플의 XR(확장현실) 헤드셋 기기로서 눈 앞에 펼쳐지는 확장현실을 통해 기존 스마트폰 앱 등의 기능을 구동할 수 있다.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가 “XR을 통한 공간 컴퓨팅이라는 새 분야를 개척하는 제품으로 매킨토시와 아이폰의 등장에 견줄만할 것”이라 호언했으나 소비자들의 실망감을 뒤집기에는 부족했다.

공간 컴퓨팅 기술은 참신하나 그에 걸맞는 새로운 활용 용도가 제시되지 못한 점이 시장의 우려를 낳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현재 비전프로의 활용성은 사진이나 영상통화 화면을 공간 컴퓨팅을 통해 확대해서 보는 것 등에 그쳐 기존 스마트폰 기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비전프로의 가격은 3499달러(약 458만 원)로 구입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그러나 출시와 함께 나온 이러한 실망과 달리 비전프로에 대한 낙관론이 여기저기 나오고 있다.

영국 언론 이코노미스트지는 “16년 전 아이폰이 첫 출시됐을 때도 참신한 기술에 비해 용도는 적었다”며 “그러나 개발자들이 아이폰에 몰려들며 택시앱, 게임, 모바일 결제 등 아이폰의 용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결과 현재 소비자들은 아이폰에 1천 달러(약 130만 원) 정도는 거리낌 없이 지불한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어서 “인터넷도 처음엔 파일을 공유하는 용도에서 출발해 나중에 웹 등으로 용도가 확장됐으며 TV도 유사하다”며 “애플워치도 처음엔 놀림거리였으나 건강관리 등 용도가 발견되고 난 현재 매년 5천만 대씩 팔린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공간컴퓨팅 기술은 이미 외과의사, 엔지니어, 건축가 등 전문가들이 활용법을 연구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술의 특성상 교육 및 엔터테인먼트 방면에서도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애초에 비전프로가 이번에 공개된 목적도 상용판매보다는 개발자들을 포섭하기 위함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아이폰의 사례로 볼 때 현재 경쟁이 치열해지는 공간컴퓨팅 헤드셋 시장에서도 개발자들을 선점하는게 성패를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은 개발자들에게 우호적인 작업환경을 제공하는 등 개발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애플이 XR 헤드셋 시장 최대 경쟁자 메타를 이미 앞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비전프로에 대해 대체로 호평하고 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전프로는 아이폰 이후 애플이 출시한 기기 중 가장 혁신적인 하드웨어”라고 말했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비전프로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완성도가 높다”며 “메타의 제품과 달리 단순 목적에서 벗어나 새로운 콘텐츠와 생활 방식을 창출하는 도구”라고 평했다.

이처럼 잠재력이 높은 비전프로가 내년 1분기 출시되면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업체들이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연구원은 “비전프로의 국내 수혜주로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오현진 키움증권 연구원도 “국내 기업 가운데 LG 이노텍, 삼성전기, LG디스플레이의 부품이 들어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애플 비전프로 기대감 살아나, LG이노텍 삼성전기 LG디스플레이 수혜 전망

▲ 애플 비전프로의 사진.

LG이노텍은 비전프로에 LiDAR 스캐너, 트루뎁스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비전프로 등 XR 기기에는 카메라 모듈이 스마트폰보다 2배 이상 들어가 LG이노텍 전방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7일 낸 리포트에서 “LG이노텍의 목표주가를 35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높인다”며 “전방시장 확대 전망에도 불구하고 현재 주가는 저점으로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오강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XR 시장에서 하드웨어 관련 수혜 업체로 카메라 모듈 제조업체를 주목해야한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비전프로에 M2 프로세서용 FC 기판을 공급하고 있는데 비전프로에는 프로세서가 총 2개가 탑재돼 삼성전기의 중장기 공급 물량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규하 연구원은 “비전프로에 납품하는 삼성전기의 물량이 확대될 전망인 가운데 XR 시장 확대로 더 큰 수혜를 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LG디스플레이는 비전프로에 외부 플라스틱 OLED를 공급하고 있는데 경쟁사 대비 OLED 기술력 뛰어난 것으로 나타나 향후 내부 OLED도 공급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