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롯데케미칼이 2분기 분기 기준 적자고리를 끊으며 1년 여에 걸친 보릿고개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의 실적 개선에는 주력인 석유화학업황 개선과 함께 어려운 자금 사정에도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의 결단으로 이뤄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효과'가 자리 잡고 있다.
 
롯데케미칼 배터리소재가 든든한 지원군, 김교현 2분기에 보릿고개 넘는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석유화학 업황 반등과 함께 2조7천억 원을 들여 인수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의 연결손익 반영 효과로 2분기 보릿고개를 넘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12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올해 2분기 롯데케미칼은 1천억 원 안팎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지난해 2분기부터 이어진 분기 적자고리를 1년 만에 끊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날 롯데케미칼은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262억 원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적자로 돌아선 것이지만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4천억 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냈던 데에 비교하면 손실이 3700억 원 이상 줄어들었다. 

증권가에선 이를 실적 반등의 조짐으로 해석한다. 특히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효과'가 주목 받고 있다. 김교현 부회장의 ‘승부수’로 일컬어지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효과가 2분기부터 반영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0월 동박기업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결정한 뒤 3월14일 절차를 마무리하고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로 자회사 편입을 마쳤다.

동박은 두께 10㎛(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가량의 얇은 구리로 배터리 내부에서 음극재의 지지체와 집전체 역할을 하는 핵심 소재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지분 53.3%를 보유하고 있는 지배회사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은 2분기부터 종속회사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실적을 연결손익에 반영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실적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하며 롯데케미칼 실적의 바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서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2분기 200억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올해 연간으로는 1천억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는 들쭉날쭉한 석유화학 업황에 따른 롯데케미칼의 실적 불안정성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박 등을 포함한 배터리소재 사업은 안정적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배터리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용 동박 시장 규모는 2018년 1조5천억 원에서 2025년 10조 원 이상으로 6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주요 배터리기업들이 2025년을 기점으로 대규모 증설을 마무리한 뒤 배터리 생산을 크게 늘릴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025년 이후에도 동박 시장의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여기에 발맞춰 연간 동박 생산능력을 지난해 말 6만 톤에서 2027년 22만5천 톤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최근 3년 영업이익을 보면 2020년 509억 원에서 2022년까지 848억 원까지 확대됐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해 영업이익 1천억 원을 지나 내년에는 1800억 원 안팎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2분기 일부 석유화학 제품의 성수기 효과 등에 더해 롯데머티리얼즈 인수 완료에 따른 연결 편입 효과로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를 반영해 2024년 롯데케미칼 실적 전망치를 51% 상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김교현 부회장의 결단으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품에 안고 배터리소재사업에서 단번에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게 된 셈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2월부터 이어진 영업손실에 따른 실적 악화와 함께 지속적 투자 확대, 계열사 지원 등으로 재구무조를 향한 우려가 있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초부터 인도네시아에 조성하고 있는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건설사업(라인 프로젝트)에 2025년까지 모두 5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처럼 대규모 자금 소요가 계획된 시점에 계열사 롯데건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등 자금난을 겪으면서 이 문제가 롯데케미칼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0월 롯데건설에 단기차입금 5천억 원을 대여했다. 자회사 롯데정밀화학이 롯데건설에 대여한 3천억 원을 포함하면 빠져나간 자금은 8천억 원에 이른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이를 고려해 11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AA+)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춰 잡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김 부회장은 인수 과정을 직접 챙기며 2조7천억 원이라는 거금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에 쏟아부었다. 

롯데케미칼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를 추진할 당시 배터리소재업계에서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 대금 2조7천억 원이 ‘오버페이(고가 매수)’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여러 배터리소재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 실적으로 성과가 발현되기 이전인 상황에서 김 부회장이 배터리소재 사업의 성과를 빠르게 가시화하는 데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매각 측과 주식매매계약을 맺으며 “롯데그룹 화학군은 적기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배터리소재사업 역량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고 계열사 사이 유기적 협업으로 회사와 고객, 주주의 가치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3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를 마무리하며 2030년 배터리소재 부문의 매출 목표를 기존 5조 원에서 7조 원으로 높이기도 했다. 김 부회장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성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케미칼도 전날 컨퍼런스콜에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 뒤 배터리소재사업 매출은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2030년 7조 원 달성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본업인 석유화학 업황이 바닥을 지나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김 부회장이 반길 만한 요소다.

석유화학기업의 주요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것)는 올해 초 톤당 35달러에서 5월6일 기준 톤당 280달러까지 상승했다.

유가가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어 원유에서 추출하는 나프타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에틸렌 스프레드는 손익분기점인 톤당 300달러를 곧 넘어설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영업손실의 주요 요인이 됐던 해외 자회사들도 상황이 일부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은 전날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LC USA는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은 어렵지만 원료인 에탄 가격이 낮게 유지되면서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말레이시아 자회사 롯데케미칼타이탄은 현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롯데케미칼 목표주가를 기존 23만 원에서 24만 원으로 높이며 “올해 2분기부터 2020~2023년 4년에 걸친 중국의 에틸렌 증설 사이클도 막바지로 접어들며 석유화학 업황이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롯데케미칼을 놓고 최근 나타난 최악의 경영 환경이 점차 개선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