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이 기후위기 앞당긴다] (2)산불도 대책도 도돌이표에 피해는 더 커져

▲ 매년 반복되는 산불이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에 피해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산림의 특성을 고려한 산림 대책과 산불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2023년 4월 발생한 산불로 피해를 본 서울 인왕산.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4일 대전과 충남 홍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전날인 3일 오후에는 전남 함평, 순천 등지에서 발생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산불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매년 산불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최근 기후변화까지 더해지면서 산불 피해는 오히려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산불 대책뿐 아니라 산림정책 또한 한국 산림의 특성에 맞춰 제대로 손질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 산불도 정부 대책도 매년 '도돌이표' 

봄철 산불은 매년 반복되는 일인 만큼 정부는 매년 산불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최근 들어 더욱 피해가 심해지고 있다고 보고 더욱 강화된 대응책을 내놓았다.

올해 1월에 산림청 등 유관기관은 2월1일부터 5월15일까지를 ‘봄철 산불조심 기간’으로 지정하고 산불방치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산림청은 지난해 산불 발생 건수는 740건으로 최근 10년 평균과 비교해 38% 증가했고 피해면적은 7배 정도 확대됐다고 밝혔다.

이어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산불 예방대책 강구, 국가 중요시설에서의 선제대응, 대형산불 취약지역에 대응역량 강화 등 대책도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 1, 2월 산불 발생건수를 보면 228건으로 전년보다 크게 늘어났다. 같은 기간의 최근 10년 평균 대비 2.5배에 이를 정도로 산불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등 요인으로 더욱 빈번해지고 대형화된 산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산불 자체에만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산림관리 단계에서부터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한국 숲, 녹화에는 성공했지만 조림에는 실패

특히 산불 방지를 고려한 산림관리를 위해서는 한국의 산림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한국의 산림은 상당수가 인공적으로 조성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체계적 관리의 부재, 땔감 등으로 임산 자원 소모와 같은 요인으로 한국 야산은 대부분 민둥산이 됐다.

이후 1973~1987년 사이 ‘치산녹화 10년 계획’. 엄격한 벌채 금지 등 정부 정책을 통해 집중적 조림 작업이 진행됐다.

인위적으로 조림작업을 하다 보니 자연적으로 생성된 숲과 비교하면 나무 밀도가 높다.

또한 전국 각지에 숲이 한창 조성되던 시기가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에 한국의 산림은 수령 30~50년 나무의 비중이 70%를 웃돈다.

비슷한 수령의 나무가 밀집해 생존 경쟁을 하다 보니 죽은 나무도 숲 사이에 쌓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산불에는 취약한 숲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조경학 박사)은 한국의 조림사업 결과를 놓고 “산을 푸르게 만드는 ‘녹화(綠化)’에는 성공했지만 제대로 된 조림에는 실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간벌, 임도설치 등 적극적 관리" vs "숲 보존에 혜택 줘 제대로 된 숲 키워야"

한국의 산림 특성을 고려하면 무조건적 보존보다는 간벌(솎아주기), 활엽수 비중 확대를 통한 내화수림대 구축 등 적절한 산림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이를 위한 임도(산림관리를 위한 도로) 확보도 필요하다.

산림청은 간벌을 통해 숲 사이 쌓인 수목을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산불 발생 시 연료가 될 수 있는 수목을 제거하고 불에 잘 타는 침엽수 비중을 줄이면서 떡갈나무, 물푸레나무 등 수분이 많아 산불에 강한 수목의 비중을 늘리자는 것이다.

특히 임도 확보는 산림청에서도 무게를 두고 있는 산림관리 대책이기도 하다.

산림청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으로 한국의 임도 밀도는 헥타르(ha)당 3.6m에 불과하다. 독일 46m/ha, 오스트리아 45m/ha 등 주요 임업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14분의 1 수준이다. 일본(13m/ha), 캐나다(12.8m/ha)보다도 크게 낮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4월 들어 산불 현장 브리핑에서 “임도는 산불 진화는 물론 산사태 예방, 산림병해충 방제 등 재난 대응뿐 아니라 국민의 휴양, 레포츠 공간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며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임도 예산을 대폭 확충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임도 확보 등 인위적 대응책보다는 숲의 보존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 숲 중 3분의 2 이상이 사유림이다 보니 수익을 위한 잦은 벌채, 상품성 높은 소나무 비중 확대 등 현상이 나타나 숲을 제대로 키우지 못했고 산불에 취약한 상태를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최진우 전문위원은 “가뜩이나 사유림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세금으로 숲 관리 비용을 지원하다 보니 땅 주인으로서는 숲의 보존보다는 싹쓸이 벌채로 수입을 내는 등 단기적 경제성에만 집중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땅 주인이 숲을 장기적으로 육성하고 보존하는 데 지원해서 100년 넘게 유지될 제대로 된 숲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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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을 앞두고 전국이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과거와 달리 산불의 피해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지만 멀리 떨어진 곳에서 뉴스로만 소식을 접한 사람들에게는 산불이 그저 다른 지역의 재난일 수 있다.

하지만 산불은 특정 지역의 재난에 그치지 않는 전 지구적 문제다. 지구의 기후에 직접 영향을 주고 변화된 기후를 연료로 삼아 더욱 거세게 번지는 것이 산불이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산불이 기후와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는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산불이 기후위기 앞당긴다] (1)원인과 결과로 맞물린 악순환, 기온 상승과 산불
[산불이 기후위기 앞당긴다] (2)한국 산림 특성 고려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
[산불이 기후위기 앞당긴다] (3)산림에서 산림자원으로, 선순환 고리 만들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