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조선3사(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가 올해 영업흑자 전환을 바라보며 수익성 중심의 선별수주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3사는 올해도 카타르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수주를 이어가며 질 좋은 일감을 지속해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별수주 나서는 조선3사 카타르발 호재 여전, 후판 가격 상승은 변수

▲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가 올해 선별수주에 나서는 가운데 카타르발 대규모 LNG운반선 수주도 지속해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안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후판 가격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은 수익성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철광석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그리고 있어 조선사 수익성에 직결되는 후판 가격 오를 수 있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새해 들어서도 조선3사의 핵심 먹거리인 LNG운반선 선박 건조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조선해양은 전날 자회사 현대삼호중공업이 오세아니아 소재 선사로부터 LNG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고 공시했는데 이 LNG운반선의 1척당 선가는 2억5300만 달러를 넘겼다.

지난해 말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이 LNG운반선을 1척당 2억5천만 달러에 수주하는 등 지난해 12월 LNG운반선 평균 선가는 2억48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LNG운반선 1척당 선가가 더 오른 것이다.

LNG운반선 시장을 주도하는 조선3사는 도크(선박 건조시설)가 3년 치 이상 가득 찬 만큼 올해도 우수한 가격 협상력을 가져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조선3사는 올해 연간 영업흑자 전환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수익성 위주의 선별수주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이 예측한 올해 조선3사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한국조선해양이 8700억 원, 대우조선해양이 2300억 원, 삼성중공업이 1200억 원이다. 조선3사 모두 지난해 영업손실에서 벗어나 흑자전환하는 것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목표를 157억 달러로 설정했다.

지난해 연간 수주실적 239억5천만 달러와 지난해 수주목표였던 174억4천만 달러보다 각각 34%, 10%가량씩 낮춰 잡은 수치다.

지난 2년 동안 초호황을 보였던 세계 선박 발주가 올해 전반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응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불황에 대비한다는 차원보다는 수익성에 방점을 찍고 질 좋은 일감을 골라서 확보하겠다는 의미가 더 크다.

아직 올해 수주목표를 발표하지 않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한국조선해양과 마찬가지로 수주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을 가능성이 높다.

조선3사가 선별수주로 올해 가닥을 잡은 상태에서 카타르발 호재가 이런 전략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카타르 국영석유기업 카타르에너지의 관계자들이 올해 진행할 LNG운반선 2차 발주 물량과 관련해 조선3사와 협의를 거치기 위해 최근 한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는 현재 7700만 톤가량인 연간 LNG 생산량을 2025년 1억1천만 톤, 2027년 1억2600만 톤까지 늘리는 노스필드 가스전 확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발맞춰 LNG운반선도 대량으로 발주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카타르에너지는 2020년 선제적으로 조선3사와 100척가량의 LNG운반선 건조 슬롯을 예약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었다.

조선3사의 수주 발표 및 공시들을 분석해 보면 지난해 조선3사는 카타르발 1차 LNG운반선 물량으로 한국조선해양이 17척, 대우조선해양이 19척, 삼성중공업이 18척 등 모두 54척을 수주한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는 2차 LNG운반선 물량으로 30척 이상이 발주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차 물량은 1척당 선가가 2억1500만 달러 안팎으로 계약됐다. 조선3사의 중단기 도크가 거의 가득 찬 점, 현재 LNG운반선 선가가 1척당 2억5천만 달러 안팎인 점 등을 고려하면 올해 2차 물량 선가는 지난해보다 더욱 높아질 공산이 크다.

LNG운반선 대규모 수주를 확보한 조선3사는 반복건조 효과를 통해 1척당 2억1500만 달러 선에서도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선가가 더욱 올라간다면 장기적으로도 안정적 수익성을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철광석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그리고 있어 이에 따라 후판 가격이 재차 상승할 가능성이 나오는 점은 올해 조선3사 이익에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일 현재 후판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은 톤당 124.95달러를 기록했다. 철광석 가격이 톤당 12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이다.

최근 1년 동안 철광석 가격 흐름을 보면 지난해 3월 톤당 162달러를 넘어섰다가 지난해 10월 톤당 79달러까지 하락세를 그렸다.

선박용 철강재인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제조원가에서 20%가량을 차지해 조선사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원재료 철광석 가격 상승 탓에 후판 가격이 다시 상승한다면 조선3사는 또다시 충당금을 반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흑자 폭을 줄일 뿐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는 올해 흑자전환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철광석 가격 하락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 협상을 통해 후판 가격을 톤당 110만 원 안팎으로 합의했다. 2021년 상반기 톤당 60만 원대였던 것이 지난해 상반기 톤당 120만 원대까지 치솟은 뒤 소폭 하항됐다.

조선3사는 지난해 2년 동안 후판 가격 급등으로 충당금을 반영한 탓에 대규모 영업손실을 본 경험이 있다. 2021년과 지난해 상반기까지 후판 가격 상승에 따라 합계 3조 원이 넘는 충당금을 영업이익에 반영했다.

이 충당금은 2021년 연결기준으로 조선3사가 합쳐 4조43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데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에도 한국조선해양은 3700억 원, 대우조선해양은 1조1천억 원, 삼성중공업은 6천억 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됐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계는 올해 흑자전환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후판 가격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이라며 “다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성 높은 일감이 실적에 반영되는 만큼 건조를 차질 없이 진행해 실적 반등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