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내려놓는다, 당권 도전 전망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자리를 내려놓고 국민의힘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경원 부위원장이 1월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신년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공직을 내려놓고 국민의힘 당권에 도전장을 낼 것으로 보인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나경원 부위원장은 “대통령에 걱정을 끼쳤으므로 사의를 표명한다”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나 부위원장은 최근 헝가리식 저출산대책을 언급한 뒤 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그는 2022년 12월22일 기자간담회에서 저출산대책으로 국가가 약 4천만 원을 대출해 준 뒤 부부가 첫 자녀를 출산하면 무이자전환, 둘째를 낳으면 원금 일부 탕감, 셋째를 출산하면 원금을 전액 탕감해주는 방안을 언급했다.

대통령실은 나 부위원장의 발언이 정부 의견과 차이가 있다며 공개적으로 나 부위원장과 거리를 뒀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6일 브리핑에서 "나경원 부위원장이 전날 간담회에서 밝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 면제하는 방향은 개인 의견"이라며 "정부 정책과 무관하며 오히려 정부 기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나 부위원장은 결국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통령실의 우려를 이해한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 뒤로도 대통령실에서는 여러 언론을 통해 나 부위원장의 발언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고 일각에선 해촉설까지도 나돌았다.

윤 대통령이 나 부위원장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로 임명했을 때 당권에 도전하지 말라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내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나 부위원장이 이에 반하는 행보를 보이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 부위원장의 사의를 받아들인다면 나 부위원장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은 10일 전당대회 일정을 확정 발표했으며 후보등록은 2월2일부터 3일까지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나 부위원장은 그동안 국민의힘 당권을 향한 관심을 부정하지 않았다.

나 부위원장은 2022년 12월22일엔 충북도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 대표는 표 벌어올 줄 알아야 하고 표가 되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말했고 12월20일 YTN '뉴스라이브' 인터뷰에선 "총선 때 표를 벌어올 사람 따져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며 자신이 적임자임을 에둘러 말하기도 했다.

특히 나 부위원장은 국민의힘 유력당권주자들이 총집결해 당원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자리였던 국민의힘 대구·경북시도당 신년인사회(1월2일)와 배현진 의원의 ‘송파을 신년인사회’(1월5일)에 참석하기도 했다.

나 부위원장의 당권 도전에 힘을 실어주는 버팀목은 당내여론과 청년층의 지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 규칙이 당원투표 100%로 바뀌면서 나 부위원장에게 유리하다는 평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길리서치가 2022년 12월21일 발표한 ‘국민의힘 대표를 다시 뽑게 된다면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나 부위원장이라 대답한 비율이 22.3%로 1위였다. 

나 부위원장의 당권 출마를 강하게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민의힘 청년당원 100인은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같이 당원들의 큰 지지를 받는 후보가 반드시 참여해야 컨벤션 효과를 일으킨다”며 “당원 총의로 당대표를 선출해 총선까지 이어가야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나 부위원장으로선 윤석열 대통령과 반목하는 모양새로 비춰지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의표명을 두고도 나 부위원장과 정부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나 부위원장 측은 이날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통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알렸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나 부위원장의 사의표명 보도가 나온 뒤 김 실장이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