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ATL 미국에 배터리공장 설립 추진, 바이든 정부 딜레마 커진다

▲ 중국 CATL이 포드와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이를 두고 딜레마를 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쓰촨에 위치한 CATL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CATL이 포드와 협력해 미국에 배터리공장을 설립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시장의 가파른 성장에 수혜를 보기 위한 목적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주요 산업에서 중국을 강력하게 견제하고 있지만 CATL의 미국 진출을 막는다면 전기차산업 육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CATL과 포드의 합작 배터리공장 설립이 미국 전기차시장 성장을 가속화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에서 배터리 공급 물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전기차 원가 부담과 관련한 문제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CATL은 지난해 7월 포드와 정식으로 협력을 맺고 미국 내 합작 배터리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포드가 생산하는 전기 픽업트럭 등 차량에 탑재할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한 목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포드는 현재 테슬라에 이어 미국 전기차 판매량 2위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단기간에 전기차 생산을 늘려 성장세를 지속하는 데 한계를 맞고 있다.

포드가 미국 공장에서 수급하는 전기차 배터리 물량이 아직 부족한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드는 현재 주요 협력사인 SK온과 켄터키주 및 테네시주에 대규모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가동 시기는 2025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해당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 물량도 미국 전기차시장의 성장 전망을 고려하면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을 통해 전기차에 제공하는 보조금 규모를 확대하면서 앞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급 부족 문제는 더 심해질 수 있다.

CATL과 포드의 미국 배터리공장 설립도 이런 배경에서 추진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포드가 CATL에서 안정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면 미국 전기차시장에서 지배력을 더욱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와 전기차 등 주요 산업에서 중국을 강력히 견제하고 있는 미국 정부와 의회의 태도를 고려한다면 CATL이 미국에 배터리공장을 설립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의회는 최근 배터리 제조사 마이크로배스트의 미국공장 설립 계획을 두고 해당 기업이 대부분의 자산을 중국에 두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투자 지원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중국산 배터리 소재 비중을 제한하는 규정이 이르면 3월부터 적용되는 점도 중국을 향한 견제 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런 방침을 두고 큰 딜레마를 안고 있다. 정부 정책의 취지에 맞춰 미국 전기차산업 성장에 속도를 내려면 CATL과 같은 중국업체의 배터리 수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 CATL 미국에 배터리공장 설립 추진, 바이든 정부 딜레마 커진다

▲ 포드의 전기차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는 모두 미국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장 가동 시기는 2025년 전후로 아직 시간이 필요하고 생산 물량도 수요에 미치지 못 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CATL과 같은 중국기업의 전기차 배터리는 가격이 저렴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전기차 대중화를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중국과 정치적 대립 관계를 제외한다면 미국 정부가 CATL의 현지 배터리공장 설립을 막을 만한 실질적 이유는 크지 않은 셈이다.

CATL은 미국 대신 멕시코에 배터리공장을 설립하거나 포드와 공동으로 미국공장에 투자를 벌이는 대신 배터리 제조 기술만 제공하는 형태의 대안도 모색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이런 우회로를 차단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결국 CATL의 미국 진출은 이른 시일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CATL이 미국에 발을 들이기 어려워진다면 미국 전기차시장은 유럽 등 다른 지역에 뒤처지고 말 것”이라며 “정부의 전기차산업 활성화 목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포드가 CATL의 전기차 배터리를 사용하더라도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에 한국 배터리 3사도 미국에 생산 투자를 벌이고 진출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CATL과 경쟁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은 2022년 1~11월 세계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27.1%의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한국 배터리 3사 합산 점유율은 23.2%에 그쳤다.

CATL이 미국 전기차 배터리시장 진출에 속도를 낸다면 이런 추세가 더욱 굳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블룸버그는 “CATL이 미국에 진출하기 어려워지면 유럽이나 아시아 등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며 “그러나 이는 오히려 미국 전기차산업 성장에 부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