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롯데케미칼의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업황을 향한 우려가 새해에도 여전하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강조한 ‘변화와 혁신’ 기조를 이어 장기적 관점에서 수소사업과 배터리소재사업으로의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주문 '변화' 중심축 롯데케미칼, 김교현 불황에도 신사업에 '힘'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변화와 혁신' 기조를 이어 수소사업과 배터리소재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기업이 바라본 2023 경제·경영전망’ 조사 결과를 보면 정유·화학이 올해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낼 업종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전국 2254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정유·화학은 올해 ‘한파 업종’으로 분류됐다. 조사 대상인 14개 업종 가운데 지난해보다 매출이 2.8% 감소하며 비금속광물(2.9% 감소)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폭의 외형 감소를 겪을 업종으로 조사됐다.

KDB산업은행의 ‘2023년 산업전망’ 보고서에서도 석유화학산업 주요 제품인 글로벌 에틸렌 수요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밖에도 올해 석유화학 업황의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연구기관의 분석이 많다.

국내 주요 석유화학기업 가운데 기초재료 나프타 기반의 전통적 화학사업 비중이 가장 높은 편인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2분기부터 업황 악화에 직격탄을 맞아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새해에도 여전히 사업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셈이다.

다만 김교현 부회장은 어려움 속에서도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신사업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신년사를 통해 드러냈다.

변화에 속도를 내서 사업 다각화 시점을 앞당겨야 지난해와 같은 실적 부진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의중으로 읽힌다. 또 업황 악화와 대규모 투자를 앞둔 상황에서 계열사 롯데건설을 향한 지원까지 이뤄지며 불거진 재무부담 우려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회장은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에 적극 매진해야 한다”며 롯데케미칼이 가야 할 미래사업으로 수소사업과 배터리소재사업을 가장 먼저 꼽았다.

특히 신년사에서 구체적 시장 전망을 수치로 제시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통상 최고경영자의 신년사에서 선언전 문구나 비전을 제시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강조한 ‘변화와 혁신’ 기조를 이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신 회장은 올해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으로 새로운 롯데 함께 만들자’라는 제목의 신년사를 통해 “새로운 영역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노력해야 한다”며 “단순히 실적 개선에 집중하기보다 기존의 틀을 깨부수고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2022년 적자전환이 유력한 롯데케미칼의 부진한 성적표에도 신 회장의 신뢰를 받아 정기인사에서 유임됐다.

이는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5월 2030년까지 신사업 분야에만 10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에서 김 부회장 체제 아래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신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현재 개화하고 있는 국내 수소 시장 규모가 발전소 수요와 연료전지 및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2030년 580만 톤까지 성장할 것으로 봤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120만 톤 규모의 블루수소 및 그린수소를 암모니아 형태로 국내에 도입하고 이를 통해 매출 5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또 김 부회장은 전체 배터리소재 시장이 앞으로 10년 동안 탄소중립 기조에 따른 친환경차 수요 증가에 힘입어 연평균 30%가량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배터리소재사업에 4조 원을 투자해 매출 5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현재 양극박, 전해질 유기용매, 분리막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자평한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통해 동박 사업 확장도 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5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세계 최대 IT전시회 ‘CES 2023’에서도 탄소 포집·활용(CCU) 기술과 함께 미래 배터리로 꼽히는 바나듐 배터리(VIB) 관련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다.

물론 김 부회장은 석유화학사업의 안정적 수익창출 기반에도 힘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석유화학사업에서도 ‘고부가제품 개발’로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사업 성장 전략으로 재활용 및 바이오 플라스틱사업 확대를 꼽고 있다. 선진국 중심으로 재생 소재 사용이 의무화되고 글로벌 기업의 친환경 경영이 강화하는데 발맞춰 2030년까지 재활용 및 플라스틱소재 사업 규모를 100만 톤까지 갖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성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최근 다수의 석유화학기업이 수소산업 및 배터리소재를 중심으로 사업 다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고부가 제품 등을 중심으로 한 제품 포트폴리오 구성 및 사업 다각화 여부에 따라 기업별로 수익성 차이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