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정부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 확대, 한국 배터리3사 수혜 기대

▲ 미국 바이든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지급 정책을 두고 이전보다 완화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지급 조건을 두고 동맹국과 관계를 고려해 세부 내용을 일부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주요 소재를 미국이 지정한 국가에서 조달해야만 한다는 규정이 현실적 측면을 고려해 완화되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3사가 더 큰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30일 “미국 정부가 발표한 전기차 보조금 가이드라인은 해외 전기차 배터리업체에 이전보다 더 큰 희망을 품도록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지시각으로 29일 미국 상무부에서 배포한 전기차 보조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2023년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에 적용되는 실질적 지원 규모가 이전보다 확대됐다.

북미에서 생산되는 차량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전제에는 변함이 없지만 상업용 리스 차량에는 예외를 적용해 해외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과 일본, 유럽 주요 국가에서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을 앞두고 적극적으로 요구해 온 내용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졌다.

폴리티코는 “바이든 정부가 동맹국과 무역 마찰 가능성을 고려해 이전보다 다소 완화한 태도를 보인 것”이라며 “해외 자동차기업도 보조금 정책에 일부 수혜를 기대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정부는 그동안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 계획을 수정할 뜻이 없다며 동맹국의 요청에 강하게 맞서 왔다. 하지만 결국 이들과 관계를 고려해 태도를 바꾼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미국 상무부에서 배터리 소재 및 수급과 관련한 보조금 정책을 확정하는 시기를 2023년 1월이 아닌 3월로 늦추기로 한 점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 등을 제외한 미국의 우호 국가 리스트에 포함된 국가에서 생산된 소재를 일정 비중 이상 탑재한 배터리만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그러나 중국이 배터리 소재 최대 생산국으로 자리잡고 있어 주요 전기차 배터리업체가 미국 정부의 기준을 충족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만약 미국 정부에서 이런 계획대로 배터리 소재 규정을 확정한다면 해당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전기차는 당분간 미국에 한 대도 없을 것이라는 해외언론의 지적마저 나왔다.

미국 주요 자동차기업 및 배터리업체들이 서둘러 중국 이외 국가에서 배터리 소재 수급을 늘리는 계약을 맺고 있지만 다른 국가의 생산량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 전기차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 정책에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는 만큼 상무부에서 3월 도입하는 새 규정이 이전보다 훨씬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3사는 모두 GM과 포드, 스텔란티스 등 자동차기업과 손잡고 미국에 대형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전기차 지원 정책으로 시장이 급성장하며 자연히 배터리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생산 능력을 확대하며 수혜폭을 키우려는 목적이다.
 
미국정부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 확대, 한국 배터리3사 수혜 기대

▲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건주 배터리공장 참고용 이미지.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에 따른 배터리 소재 수급 규제는 아직 중국산 소재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배터리업체에 가장 큰 리스크로 남아 있었다. 

자칫하면 한국 배터리 3사에서 공급하는 전기차 배터리가 대부분 미국 정부의 기준을 충족하지 않아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며 자연히 공급 물량도 예상치를 밑돌 가능성이 거론됐다.

배터리공장 한 곳에만 수 조 원씩이 들어가는 대규모 투자에서 한국 배터리업체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시기도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던 셈이다.

그러나 미국 상무부가 시장의 예상대로 3월부터 배터리 소재 수급 기준을 현실에 맞춰 대폭 완화하거나 이를 적용하는 시기를 늦춘다면 한국 배터리 3사가 충분한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폴리티코는 "상무부가 전기차 지원금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배터리 소재 공급 국가의 범위를 더 확대하는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와 각각 배터리 생산에 협력하고 있는 자동차기업들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에 따른 불확실성을 고려해 투자 확대에 다소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전기차가 미국 정부 기준을 충족해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이런 기준을 완화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자동차기업도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 투자를 확대하는 데 더 힘을 싣게 될 공산이 크다.

자연히 미국시장에서 한국 배터리 3사의 성장 기회도 더욱 커지는 셈이다.

폴리티코는 “바이든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 과정에서 어느 정도 융통성 있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다양한 해외 기업들이 이런 변화에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