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GM 미국 배터리공장에 변수, 전미자동차노조 투표 시작

▲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오하이오주 배터리 합작공장에서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대표교섭 지위 확보를 위한 투표 절차가 시작됐다.

[비즈니스포스트]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미국 오하이오주 배터리공장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잠재력이 있는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대표교섭 지위 확보를 위한 절차가 시작됐다.

해당 공장 근로자들이 참여하는 투표 결과에 따라 강성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가 들어선다면 LG에너지솔루션 이외에 다른 한국 배터리기업도 비슷한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

미국 CNBC 보도에 따르면 현지시각으로 6~7일 얼티엄셀즈 오하이오 공장에서 약 900명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투표가 진행된다.

얼티엄셀즈는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설립하고 운영하기 위해 세운 합작법인이다.

근로자들은 전미자동차노조가 해당 공장에서 대표교섭 지위를 얻어 임금 협상과 단체행동 등을 주도할 권리를 확보하도록 할 지 여부를 두고 찬반투표를 벌이게 된다.

미국 노동관계위원회 감독 아래 진행되는 투표에서 과반수의 찬성표가 나온다면 관계법에 따라 전미자동차노조가 LG에너지솔루션과 GM 공장에 정식 노조로 승인받게 된다.

CNBC는 전미자동차노조의 이번 투표가 미국 전기차 배터리공장에서 사실상 첫 사례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두고 있다고 바라봤다.

전미자동차노조가 오하이오 공장 노조 설립을 통해 근로자들에 긍정적 선례를 남긴다면 앞으로 완공되는 다른 배터리공장에서 정식 노조 지위를 확보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CNBC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전미자동차노조가 이번 투표로 근로자들의 신뢰를 증명한다면 다른 배터리공장도 뒤를 따라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미국 자동차산업에서 큰 영향력을 지닌 강성노조로 꼽힌다. 배터리공장에서 대표교섭 지위를 확보하면 임금 인상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며 사측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 GM은 현재 미국에 2곳의 배터리공장을 추가로 짓고 있는 만큼 오하이오 공장에 전미자동차노조의 노조 설립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여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CNBC는 “오하이오주 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미국에 설립할 최소 4곳의 공장 가운데 첫 번째에 해당한다”며 “전미자동차노조는 이와 같은 합작 배터리공장에 노조 설립을 전기차 시대에 중요한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고 바라봤다.

전기차 및 배터리 특성상 내연기관 차량을 생산할 때보다 인력에 의존이 낮은 만큼 근로자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노조 측에 유리한 선례를 남겨야만 한다는 의미다.

LG에너지솔루션뿐 아니라 SK온과 삼성SDI 등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하고 있는 다른 한국 배터리업체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이 미국에 순차적으로 가동을 앞둔 배터리공장에 강성노조가 자리잡아 권익 보호에 강력한 목소리를 낸다면 한국 배터리업계 전반에 노사관계 리스크가 확산될 수도 있다.

한국 배터리 3사와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GM 등 자동차기업은 전미자동차노조가 대표교섭 지위를 확보해 임금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에 다소 우려하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얼티엄셀즈 공장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인센티브 등을 포함해 시간당 16~22달러 사이다. 반면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근로자 평균 시급은 30달러를 웃돈다.

전미자동차노조가 배터리공장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을 요구할 만한 여지가 충분한 셈이다.

매리 바라 GM 회장은 최근 투자자행사에서 공장에 노조 설립을 지지하지만 회사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임금 인상에 부정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미국 노동관계위원회는 이르면 9일 투표 집계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만약 사측이나 노조가 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5영업일 이내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전미자동차노조가 근로자들의 권익을 적극적으로 앞세우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투표에서 대표교섭 지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