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두산그룹 앞에 또 넘어야 할 산이 생길 수도 있어 보인다.

2년여 만에 채권단 관리체제를 졸업하고 경영 정상화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다시 불거진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휘말리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혹의 중심에는 거대 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리하고 있다.
 
‘산 넘어 산’ 두산그룹, 재무위기 넘겼더니 '성남FC 의혹' 불씨 재점화

▲ 정치권에 따르면 두산건설의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야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정치탄압 논란으로 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분당두산타워. <두산그룹>


두산그룹은 재무구조를 안정화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도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사업 재건, 두산테스나 등 신사업 육성 등을 바삐 추진하고 있는데 거센 정쟁의 한가운데 놓이게 돼 곤혹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야당을 향한 정치탄압 논란으로 점차 격화하고 있다.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놓고 "좀 지나치게 정치의 향배, 정권의 향배에 수사기관들이 눈치를 봐서 이렇게 굴곡이 많은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이면에 정치적 의도가 자리하고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민주당 최고의원회의에서 “정부는 정적 제거에 국가 역량을 소모하지 말라”고 날을 세웠고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렇게 많은 범죄 의혹을 안고 선출된 야당 대표는 없다”며 맞받아쳤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2018년 6월 바른미래당이 고발장을 제출한 뒤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2021년 9월 불송치됐다. 그러나 검찰은 올해 2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고 그 뒤 7개월 만에 경찰은 범죄혐의를 입증했다는 내용의 결과를 검찰에 통보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13일 이 대표와 성남시 공무원 1명에 제3자 뇌물공여혐의가 인정된다는 의견을 담은 보완수사 결과를 검찰에 통보했다. 제3자 뇌물공여죄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주게 하거나 요구·약속할 때 성립한다.

성남FC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며 성남FC 구단주로 있던 2014~2016년 두산건설에서 50억 원 상당의 광고 후원금을 유치했다. 성남시는 2015년 7월 두산그룹 소유 병원부지 3천 평을 상업용지로 용도변경을 허가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의 핵심은 이 두 가지 일 사이의 대가성 여부다.

성남시는 용도변경을 허가할 당시 용적률과 연면적, 건축 규모 등을 약 3배 높이며 기부채납 범위를 전체 부지의 15%에서 10%로 낮췄다. 이에 두산이 큰 이득을 봤고 낮아진 기부채납 규모에 해당하는 금액 50억 원을 성남FC에 후원했다는 것이다.

두산은 이 부지에 분당두산타워를 완공했는데 이 부지의 가치는 1991년 매입 당시 72억 원에서 현재 1조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은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재차 불거지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올해 2월 1년 11개월 만에 채권단 관리체제를 졸업하면서 완전한 경영 정상화를 향해 고삐를 죄고 있다. 

주력 계열사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사업 부활, 다양한 분야로 신사업 진출 등을 추진하며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해 가는 상황에서 야당 유력 대권주자와 관련한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일 자체가 곤혹스러울 수 있다.

애초 첫 수사에서 성남FC에 후원금을 제공한 기업 6곳 가운데 보완수사에서 두산건설만이 지목돼 두산그룹이 부동산 가치 상승, 분당두산타워 유동화를 통해 이익을 거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구나 당시 두산건설 대표였던 A씨에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되기도 했다.

분당두산타워 개발을 담당한 두산프라퍼티(전 디비씨)는 2021년 1월 분당두산타워를 리츠인 분당두산타워위탁관리회사에 6200억 원에 매각했다.

두산그룹은 분당두산타워 개발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에서 2천억 원가량의 차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기소, 재판 등을 거쳐 최악의 경우 이런 금전적 이득에 향후 추징 등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선도 있다.

두산그룹은 채권단 관리체제를 졸업했지만 여전히 재무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두산그룹 지주사 두산은 별도기준 올해 상반기 말 순차입금비율(순차입금을 자본총계로 나눈 수치) 41.4%를 나타냈다. 지난해 말 순차입금비율 24.1%보다 높아졌다. 순차입금 비율이 40%를 넘으면 재무위험이 커진 것으로 여겨진다.

기업의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유동비율(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비율)은 같은 기간 67.4%에서 76.6%로 나아졌다. 다만 건전한 유동성을 나타내는 기준인 100%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주요 재무 지표들이 채권단 관리체제 이전보다는 좋아졌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최근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4.47%를 5722억 원에 매각했는데 이 역시 악화한 재무구조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처분 목적을 “차입금 상환 및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외부 요인에 신경 써야 하는 상황 역시 달갑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두산그룹이 과거 위기에 빠진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전 정권의 ‘탈원전’ 정책이 꼽힌다.

다만 일각에서는 성남시가 용도변경을 허가할 때 두산그룹 회장이었던 박용만 전 회장이 올해 3월 두산그룹 계열사 지분을 모두 정리하고 두산그룹을 떠난 점, 두산건설도 지분 매각 과정을 통해 두산그룹 계열사에서 제외된 점 등을 이유로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두산그룹에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두산그룹은 주요 자산과 사업 매각 등 강도 높은 자구안을 통해 2019년보다 여러 재무 지표를 개선하며 채권단 관리체제를 벗어났다”며 “다만 사업 재편과 고물가에 따른 투자부담, 에너지 환경의 불확실성 등이 상존해 그룹 전반의 실적 개선과 선순환 재무구조를 달성하는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