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중대형배터리에서 흑자전환을 이룬다는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꾸준한 수요증가에도 글로벌업체들 경쟁이 치열해져 업황이 나빠지는데다 생산원가도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삼성SDI는 영업활동 외 수익이 빠르게 늘어나며 자금여력을 확보하고 있다.

  전영현, 삼성SDI 어떻게 흑자체질로 바꿔낼까  
▲ 전영현 삼성SDI 사장.
전영현 사장은 향후 성장을 위해 자금을 중대형배터리 경쟁력 강화에 쓸지 혹은 급성장이 예상되는 전자재료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입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1일 “삼성SDI의 중대형배터리는 꾸준한 매출증가에도 손익개선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며 “향후 흑자전환을 이뤄낼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바라봤다.

삼성SDI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 등 신사업분야의 성장을 기대해 중대형배터리에 막대한 생산투자를 벌였다. 헝가리 신규공장 건설 등으로 2020년까지 예정된 투자금액도 3조 원에 이른다.

삼성SDI는 중대형배터리부문의 별도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천억 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삼성SDI가 내년부터 중대형배터리의 흑자전환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를 내놓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 연구원은 중국을 중심으로 중대형배터리업체들의 증설투자경쟁이 이어지고 있어 공급과잉이 발생하는데다 리튬 등 배터리원료의 가격으로 생산원가도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SDI는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순이익은 지난해 2110억 원에서 올해 6천억 원, 내년에는 1조 원까지 급증할 것이라는 상반된 관측이 나온다.

삼성SDI가 지분 15.2%를 보유한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올레드사업의 급성장에 힘입어 실적이 급증하면서 삼성SDI의 지분법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순환출자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500만 주에 이르는 삼성물산 지분도 매각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11일 종가 기준 7275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을 확보하게 된다.

2015년 화학사업을 롯데그룹에 매각해 이미 확보한 금액도 3조 원에 이른다. 실적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도 영업활동 외 수익으로 상당한 자금여력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SDI가 중대형배터리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점점 불안해지는 상황에서 여유자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규모 투자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전영현 사장은 올해 처음 삼성SDI 수장에 오르자마자 중요한 과제를 안게 됐다. 지금과 같은 사업구조와 전략을 유지하면 사업전망이 밝지 않다는 증권가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SDI가 초라한 수준의 실적을 내는 현재의 사업구조를 지속하기 불안하다”며 “지속되는 가격하락과 투자부담이 중대형배터리 흑자전환을 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 사장이 이런 상황을 풀어나갈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중대형배터리에 투자를 더 늘려 사업경쟁력 확보를 노리거나 전자재료사업에 투자를 늘려 부진을 만회하는 것이다.

중대형배터리 증설투자를 더욱 늘린다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원가절감효과를 보고 향후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시장의 성장으로 중대형배터리 수요가 급증할 때 공급능력을 확보해 강력한 수혜를 노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시장상황이 이어져 배터리가격이 하락하고 중대형배터리의 수요증가속도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투자부담이 더욱 커져 실적타격과 흑자전환 지연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가 2021년까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50조 원 가까운 투자를 예고한 만큼 삼성SDI가 공급하는 반도체소재와 디스플레이 편광필름 등 전자재료의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전영현, 삼성SDI 어떻게 흑자체질로 바꿔낼까  
▲ 삼성SDI가 공급하는 디스플레이 전자재료.
전 사장이 이런 수혜폭을 키우기 위해 삼성SDI의 전자재료사업에 적극적으로 생산투자를 확대한다면 더 안정적이고 확실한 실적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편광필름 이외의 전자재료분야는 물량증가에 따른 증설부담이 크지 않다”면서도 “현재 가동률이 일정 수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수요가 증가한다면 충분히 증설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품사업 특성상 업황변화에 따라 실적변동이 큰데다 삼성전자 단일 고객사를 노려 적극적으로 증설투자를 벌이기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전 사장은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급성장에 가장 크게 기여한 공정기술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그만큼 삼성SDI의 중대형배터리 공정개선과 삼성전자 반도체사업과 시너지 추진에 모두 전문성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 사장은 7월2일 열린 삼성SDI 창립기념식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차세대 소재개발과 제조생산성 혁신으로 경쟁자가 따라잡을 수 없는 기술력을 갖추겠다”고 다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