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경영을 새로 맡게 된 전영현 사장이 흑자전환과 성장동력 확보라는 무거운 과제를 짋어지고 있다.
전 사장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서 근무하던 경험을 살려 삼성SDI의 배터리 생산공정개선과 반도체소재 등 전자재료사업에서 삼성전자와 시너지 창출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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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현 삼성SDI 사장. |
7일 업계에 따르면 조남성 사장의 후임으로 삼성SDI의 대표이사에 오른 전 사장이 어떤 솜씨를 보여줄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삼성전자에 공급한 배터리 결함이 갤럭시노트7 리콜과 단종사태의 원인이 된 데 따라 올해 소형전지사업에서 고객사 확보가 불안한 상황에 놓여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S8의 배터리 공급업체를 삼성SDI와 중국 TCL, 일본 소니 등으로 다변화했다. 삼성SDI의 공급비중이 이전보다 줄어들 수도 있다.
중국정부가 최근 사드배치 보복을 본격화하며 한국업체들에 직접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더 강력한 견제에 나선 것도 삼성SDI에 불리한 사업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SDI는 중국정부의 전기차배터리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실상 중국업체에 배터리를 거의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배터리공장의 가동률 하락이 수익성에 계속 악영향을 주고 있다.
김철중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SDI는 중국시장 리스크와 소형배터리업체들 사이 경쟁심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올해 큰 폭의 흑자전환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삼성SDI가 올해 매출 6조650억 원, 영업이익 10억 원을 내 3년만에 연간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적자와 흑자 사이 경계선에 서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이던 전영현 사장이 삼성SDI 경영을 맡게 된 점은 실적반등을 위해 공격적인 변화를 꾀하는 주문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조남성 대표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고문역으로 물러났다.
전 사장은 2월28일 대표이사에 선임된 뒤 3일 삼성SDI 임직원에 메일을 보내 “삼성전자의 반도체신화를 재현하겠다”며 “그동안의 경험과 전문지식을 통해 적기에 개발과 투자에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제조센터장을 맡던 안태혁 부사장도 3일 삼성SDI 소형전지사업부장에 선임됐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의 핵심임원을 영입하며 공격적인 인적쇄신을 이뤄내고 있는 셈이다.
삼성SDI가 정기임원인사에 앞서 이례적으로 이런 변화를 추진한 데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전 사장과 안 부사장은 모두 반도체사업에서 생산공정을 담당하던 기술전문가다. 삼성SDI가 소형배터리의 안정성을 개선하고 생산체계를 정비해 효율성도 높이는 변화를 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소재 등을 생산하는 삼성SDI의 전자재료사업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과 시너지를 더욱 강화해 이를 주요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도 엿볼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가 공격적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반도체 증설투자에 나서며 계열사인 삼성SDI의 반도체재료 매출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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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SDI가 공급하는 반도체 코팅소재. |
삼성SDI는 반도체 미세공정에 중요한 하드마스크 소재와 절연코팅재료 등을 공급한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재료는 다른 제품보다 수익성이 월등히 좋아 삼성SDI의 배터리사업이 성장할 때까지 수익성을 견인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능력과 실적이 비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SDI의 전자재료사업은 올해 매출 2조350억 원, 영업이익 1860억 원을 낼 것으로 추정됐다. 전체 매출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며 배터리사업의 적자폭을 대부분 만회하는 것이다.
전 사장은 LG반도체와 삼성전자를 거치며 30년 가까이 반도체사업에서 경험을 쌓았다. 삼성SDI의 반도체재료사업에서 전문성을 발휘해 사업경쟁력과 실적개선에 주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삼성SDI의 성장둔화는 대부분 외부적 요인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전자재료사업은 성장성도 밝고 삼성전자를 안정적인 고객사로 확보한 만큼 실적개선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