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산업을 키우기 위해 대만 TSMC를 압박하며 인텔 지원에 나섰다. TSMC는 인텔 파운드리서비스(IFS) 지분 20%를 인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파운드리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인텔 파운드리 첨단 공정 기술력이 TSMC 지원으로 급격히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TSMC 압박에 삼성전자 파운드리 불똥, 이재용 유럽 차량반도체 고객사 확보 직접 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반도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만 TSMC를 타깃으로 압박하자, TSMC가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 지분 20%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정부의 인텔 지원에 따라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서 고객사 확보에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또 퀄컴과 브로드컴 등 미 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인텔 파운드리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자국 반도체 산업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도 삼성전자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도체 사업 위기론에 직면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독일을 방문해 메스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의 차량용 반도체 수주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경제일보는 17일 TSMC가 분사가 예상되는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에 직접 투자나, 사업부 지분 20%를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미국 반도체 설계 기업인 브로드컴과 퀄컴이 인텔 파운드리에 지분 투자를 진행해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TSMC와 브로드컴, 퀄컴의 인텔 투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대만 파운드리 기업인 TSMC를 집중 견제하며 자국 반도체 산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인텔은 미국 파운드리 기업 가운데 TSMC, 삼성전자 등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반도체 기업이다.

TSMC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관세 압박에 따라 이에 대한 협상 카드로 인텔 파운드리 지분 인수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브로드컴과 퀄컴 역시 인텔 투자로 지분을 확보, 인텔 파운드리에 반도체 제작을 맡김으로서 트럼프 행정부 지원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움직임에 첨단 공정에서 기술력을 키우고 고객사 확보에 주력하고 있던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텔이 TSMC 지원으로 기술 추격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며, 브로드컴과 퀄컴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인텔 파운드리의 3나노 이하 첨단 공정 기술력이 빠르게 향상되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다른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 역시 트럼프 행정부 압박에 TSMC 외 인텔 파운드리에 반도체 제조를 맡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 연구원은 이날 “삼성전자가 첨단 노드(나노 공정)에서 수율과 품질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TSMC와 미국 정부의 긴밀한 협력으로 주문을 확보하는 게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TSMC 압박에 삼성전자 파운드리 불똥, 이재용 유럽 차량반도체 고객사 확보 직접 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지난 2019년 7월4일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만찬을 위해 회동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파운드리 고객사 확보를 위해 직접 발벗고 나섰다. 이 회장은 지난 12일 독일 뮌헨으로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뮌헨은 매년 삼성전자 파운드리 포럼이 열린 곳이다.

이 회장은 미국에서 파운드리 고객사 확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생기자, 유럽 자동차 제조사 등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려고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3년 10월19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에서 개최한 파운드리 포럼에서 첨단 2나노 공정으로 제작한 자율주행차용 반도체 양산 계획을 밝혔다. 

이 회장은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과 협력으로 차량용 반도체 제작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ARM이 자율주행차용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고,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이를 제조하는 식이다.

특히 ARM은 이 회장과 개인적 친분이 깊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끌고 있어, 업계에서는 양사 협력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4일 이 회장의 항소심 판결 이튿 날 서울 서초 삼성전자 본사에서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이미 벤츠, 엔비디아 등은 자율주행차와 로봇을 위한 반도체 설계를 ARM에 맡기고 있다. 또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지난해 차세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ARM의 시스템온칩(SoC) 설계에 최적화하는 협력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