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트럼프 관세'에 전방위 타격 전망, 가전·반도체 글로벌 생산 전략 수정 불가피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가전 부문에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반도체, 가전 등 주력 사업에서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에 반도체, 가전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일부 생산라인 이전으로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제조업 부활의 수단으로 ‘보조금’ 대신 ‘관세’를 활용하면서 삼성전자의 글로벌 생산 전략에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산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산 수입품에 25%, 중국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결정하면서, 멕시코에서 가전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대응책 마련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TV를, 케레타로 공장에서 냉장고와 세탁기, 건조기 등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관세가 인상되면 소비자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회사는 이미 관세 인상에 대비해 미국에 재고 물량을 어느 정도 쌓아 놓은 한편, 멕시코 건조기 생산라인 일부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중국 반도체 공장도 미국 관세 영향권에 들어왔다.

중국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37% 정도를 담당하는데, 미국의 대중국 10% 관세는 수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시안 공장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대부분은 중국에서 소비되는 만큼 당장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조만간 반도체, 철강, 석유, 가스 등 부문별로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전체가 관세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현지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위주이며, 메모리반도체는 대부분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반도체 수출의 미국 비중은 7.2%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반도체 비중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는 대부분 전자기기 조립이 이뤄지는 중국·동남아시아 등으로 보내진 뒤 미국으로 수출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만과 베트남 등을 거쳐 미국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고려하면 미국 수출 비중은 30%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보편관세의 효과 분석’이란 보고서에서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한국과 중국 등에 10%의 보편관세가 부과되면 대미 수출 금액이 약 13조4천억 원 감소할 것”이라며 “반도체 수출 감소율은 시나리오에 따라 4.7~8.3%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트럼프 관세'에 전방위 타격 전망, 가전·반도체 글로벌 생산 전략 수정 불가피

▲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가전 공장 전경. < 사우스 캐롤라이나 파워 팀 >

이처럼 미국 정부가 대대적 ‘관세 정책’으로 자국에 공장을 짓도록 유도하면서, 삼성전자가 글로벌 생산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반도체는 국내에, 스마트폰은 베트남에 주요 생산기지를 구축하며 대량 생산을 통해 생산단가를 낮추고,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펼쳐왔다.

하지만 관세를 통한 보호무역이 보편화되면, 동일 제품을 여러 국가에서 생산하는 방식이 유리해질 수 있다. 메모리와 스마트폰도 일부 물량은 미국에서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규 설비 투자와 인건비 증가에 따른 비용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 운영 비용은 한국보다 최소 20% 이상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른 보조금과 세제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할 위험요인까지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내정자는 지난 1월29일(현지시각) 미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반도체지원법과 관련해 “내가 읽지 않은 무엇을 이행할 수는 없다”며 “우리는 그것들을 검토해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반도체 제조공장을 건설함으로써 47억4500만 달러(약 6조9천억 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지만, 여전히 지급 불확실성이 있는 것이다.

영국 IT매체 더 레지스터는 “트럼프는 관세를 외국 공급업체가 국내 제조를 강요하거나 지정학적 문제에 무릎을 꿇도록 하는 협상 수단으로 활용해왔다”며 “트럼프의 관세 위협은 첨단 반도체의 주요 생산국인 한국과 대만에 불균형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