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과 2023년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와 산업 구성항목별 매출 비중. <한국콘텐츠진흥원>
18일 게임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e스포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정부와 지자체 등의 정책적 지원이 늘어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5년 게임 관련 예산으로 155억 원을 배정했는데, 이는 2024년보다 127.9% 증가한 규모다. 이 예산에는 2027년까지 e스포츠 전문 인력 양성기관 10곳을 지정하고 이를 지원해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도 2025년 e스포츠 활성화 지원 사업에 18억2천만 원을 투입한다. 주요 지원 항목으로는 장애인 e스포츠 활성화와 e스포츠 인재 양성이 포함됐다.
충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지난 13일 2026년까지 충남 아산에 국내 최대 규모의 e스포츠 상설 경기장을 건설하는 기공식을 진행했다.
이 경기장은 국내 13번째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이다. 이 시설에서는 문화·예술 공연과 전시회도 함께 진행될 것이라고 진흥원 측은 설명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17일 발간한 '2024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2023년 25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7.8% 성장했다.
또 e스포츠 구단들의 총 투자액도 2023년 1115억5천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528억6천만 원에서 배 이상 증가했다.
다만 e스포츠 관련 기업과 구단의 수익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지적됐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 종목인 멀티플레이어 온라인 배틀 아레나(MOBA) '리그오브레전드' 대회와 관련해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소속된 구단인 SKT T1도 지난해 12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디플러스 기아와 농심레드포스 등 중소 규모 구단들도 2023년 각각 영업손실 62억9천만 원, 37억2천만 원을 냈다.
게임 대회 운영사들 매출도 2023년 186억 원으로 2022년보다 6.5% 감소했다. 자연스럽게 지난해 e스포츠 대회 수와 상금 규모도 각각 1.8%(4개), 12.2% 줄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T1은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나머지 구단들은 올해도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 충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지난 13일 충남 아산시에서 개최한 충남 e스포츠 상설 경기장 기공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각 e스포츠 구단과 정부는 해결책으로 '지역 연고제'를 추진하며, 상설 경기장과 지역 연고 실업팀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지역별 상설 경기장은 충남 아산에 지어지는 것까지 포함해 모두 5곳이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현재는 모든 팀이 거의 다 같은 경기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매출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경기장 시설을 파트너사 광고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고, 유니폼 굿즈의 상설 판매 부스 운영, 후원사를 위한 별도 공간 마련이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SKT T1은 2024년 6월29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경기장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홈경기를 개최해 7천 명의 관중을 동원하고, 90만 명의 동시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구단은 이 이벤트로 상당한 수익 증대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리그오브레전드 대회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 라이엇게임즈는 구단의 수익성 향상을 위한 새로운 스포서십 허용 계획을 최근 밝혔다.
왈렌 로젤 라이엇게임즈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e스포츠 디렉터는 지난 16일(현지시각)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미국, 유럽, 중동, 아프리카(EMEA) 지역 e스포츠팀들이 베팅 사이트들과 구단의 스폰서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밝혔다.
앞서 라이엇게임즈는 지난 3월 e스포츠팀을 위해 2025년부터 대회 참여에 따른 최소 수익 비율을 높이고, 참가비(1천만 달러)를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e스포츠 문화 확산 기여도에 따라 회사 디지털 콘텐츠 판매 수익금 일부를 분배하는 계획도 밝혔다.
다만 회사가 밝힌 새로운 스폰서십 계약은 국내 적용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스포츠토토를 제외하고 유사한 방식으로 현금 베팅을 유도하는 사이트는 모두 불법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과 관련된 인식이 개선되고, 관심이 늘어남에 따라 e스포츠 산업 규모가 점차 성장하고 있다"며 "다만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이를 유지할 수 있는 수익 구조가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