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건설이 이한우 대표이사 내정자의 공식 선임을 예년보다 빠르게 마무리 짓는다.

이 내정자는 2025년에도 국내 건설업계의 극심한 부진과 불확실성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업황 위기 극복을 위한 경영행보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 조기 취임 가닥, 업황 불확실성 속도있는 대응 힘 실려

▲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내정자가 건설업황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속도를 낸다.


16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이 내정자는 2025년 1월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현대빌딩에서 열릴 현대건설 임시 주주총회와 이어질 이사회를 거쳐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한다.

이번 임시 주총은 과거에 비해 한발 빠르게 진행되는 대표의 공식 선임 절차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전까지 연말·연초 현대자동차그룹 인사를 거친 현대건설 대표이사 내정자들은 돌아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통해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에 올랐다.

윤영준 전 대표는 2020년 12월15일 대표에 내정된 뒤 2021년 3월25일 정기 주총 및 이사회에서, 그 전 박동욱 대표는 2018년 1월5일 내정자 신분이 된 뒤 2018년 3월29일 정기 주총 및 이사회를 지나 대표에 취임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도 이전까지는 대표 인사 뒤 정기 주총 시즌에 관련 절차를 거쳤지만 최근 2년을 보면 현대글로비스, 현대모비스, 현대제철에서 1월 임시 주총 및 이사회를 열고 새 수장을 맞이했다.

오랜 기간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현대건설에도 조속한 인사 실행의 기조가 적용되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10일 그룹의 발표와 함께 올해 임원 승진 인사도 마무리 지었다. 이번 임원 인사 에서는 빨라진 승진을 통한 세대교체가 두드러졌다.

현대건설 임원인사를 보면 유명근 경영지원본부장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앞서 이 내정자 승진으로 현대건설에서는 2020년 말 이후 4년 만에 부사장 승진 인사가 단행됐는데 바로 1명의 부사장이 추가로 승진한 것이다.

유 부사장은 1968년생으로 중앙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차에서 신사옥태스크포스팀(TFT)장, 비즈니스지원실장을 맡다가 2020년 상무 시절 현대건설로 자리를 옮겨 줄곧 경영지원본부장을 지냈다.

유 부사장은 2021년 말 전무로 승진한 뒤 3년 만에 부사장에 오르게 됐다.

30년 넘게 현대건설에서 일한 이 내정자가 회사 첫 부사장 대표인 점을 고려하면 현대차 출신 유 부사장도 부사장으 승진해 그룹과 소통을 강화하면서 이 내정자 경영을 돕는 모양새다.

유 부사장이 현대차에서 신사옥TFT장을 지냈기 때문에 향후 현대건설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시공 과정에서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대건설 수주잔고에는 GBC신축공사 잔액 1조6890억 원이 잡혀있다.

또 현대건설에서는 전무 승진 2명, 상무 신규선임 12명 등의 임원인사도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무 이하 임원진을 통해 재무관리에도 힘을 싣고 세대교체 기조를 이어가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한 2인은 재경본부장인 김도형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구영철 전략기획사업부장이다.

김 전무를 보면 최근 건설업계에서 줄지어 재무전문가 대표를 발탁하는 상황에서 현대건설도 2년 연속으로 재무관리자 역할을 키운 인사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 김광평 전 재경본부장이 현대제철로 자리를 이동한 뒤 상무였던 김 전무를 재경본부장에 앉혔다. 김 전무는 이듬해 3월 정기 주총에서 이사회에 합류한 뒤 연말에는 직급도 승진한 것이다.

김 전무와 구 전무는 각각 1973년생, 1972년생이다. 최근 현대건설 전무 승진자가 2022년 말 이 내정자(1970년생)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1960년대생이었다.

이 내정자 대표 선임에 따라 공석이 된 주택사업본부장에는 주택전문가로 평가되는 이인기 건축주택설계실장 상무가 정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상무 신규선임 인원은 12명으로 지난해 7명보다 5명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무 승진자의 나이, 상무 신규선임 인원수 등을 고려하면 조직 안정화를 꾀하면서도 이 내정자 인사에서 보인 세대교체 기조는 확실히 자리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내정자는 현대건설이 올해 부진한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젊어진 임원진과 이른 정식 취임을 발판으로 새해가 시작되자 마자 실적 반등을 위한 경영 행보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별도기준으로 현대건설은 올해 매출 17조481억 원, 영업이익 2477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외형성장을 지속하며 매출 17조 원을 처음으로 넘기는 반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27.3% 감소한다는 전망치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2.2%에서 올해 1.5%로 후퇴하게 된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 조기 취임 가닥, 업황 불확실성 속도있는 대응 힘 실려

▲ 현대건설이 올해 수주한 대표적 해외 일감인 7억2500만 달러(약 1조 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쿠드미 송전선로 건설공사 위치도. <현대건설>


올해 현대건설이 겪은 해외건설 수주 축소 역시 이 내정자가 풀어야 할 주요 숙제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올해 국내에서는 양호한 수준으로 곳간을 채우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다소 아쉬운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건설은 올해 1~3분기 별도기준으로 13조5243억 원의 신규수주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보면 국내부문이 10조6522억 원, 해외부문이 2조8721억 원이다.

올해 초 현대건설이 세웠던 수주목표가 국내 10조7천억 원, 해외 6조3천억 원이었던 것을 빗대보면 국내부문은 목표 달성이 유력하지만 해외에서는 기대를 크게 밑도는 성적을 낸 셈이다.

현대건설은 12일 임시 주총 소집공고를 통해 내년 국외 건설업황에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2025년 국내 건설시장은 금리인하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감소 및 민간부문의 회복이 기대되지만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소 등으로 공공부문은 부진이 전망된다”며 “해외건설 시장은 글로벌 건설경기와 유가, 각국 정치지형 변화 등에 따라 변동성이 크고 기업 사이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