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BYD CATL 신기술로 LFP 원가절감 가속, K배터리 3사 커지는 위협 

▲ 중국 안후이성 화이베이에 위치한 리튬 배터리 제조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제품을 분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BYD와 CATL이 배터리 제조 단가와 판매 가격을 계속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이들과 수주 경쟁을 벌이는 한국 배터리 3사에 위기감이 형성되고 있다. 

중국 업체에 주력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3원계(NCM)보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이 많았는데 기술 개선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단계까지 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현지시각) 카뉴스차이나는 상황을 잘 아는 취재원 발언을 인용해 “BYD는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블레이드 배터리 제조 비용을 기존보다 15% 절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고 보도했다. 

블레이드 배터리는 BYD가 자체 제조한 LFP 배터리다. 주로 자사 전기차에 탑재되며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BYD 배터리를 공급받았던 적이 있다. 

이번에 출시가 관측된 차세대 제품은 이전 세대보다 에너지 밀도를 최대 40% 높이면서도 가격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성능은 향상하면서도 원가 절감에 기반해 판매가를 크게 높이지 않아 가격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중국 CATL도 LFP 배터리 원가를 절감하고자 노력해 성과를 내는 모습을 보인다. 

카뉴스차이나는 “CATL은 2년 전 LFP 배터리 가격을 와트시당 0.9위안으로 책정했는데 최근에는 이를 0.35위안으로 낮췄다”라고 보도했다.

2년 동안 배터리 가격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는 의미다. 

증권사 골드만삭스는 세계 배터리 평균 가격이 2023년과 비교해 2026년까지 50%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관측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셈이다. 

더구나 중국 업체는 ‘프리미엄 LFP 배터리’를 밀어붙이며 기술력으로도 NCM 배터리에 맞경쟁 수순을 밟고 있다. 

LFP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NCM보다 가격이 20~30% 정도 저렴한 반면 주행거리를 비롯한 성능은 떨어진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기술 개선이 이뤄져 이런 NCM의 우위 요소가 사라질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카뉴스차이나는 “(중국 기업은) 가격대는 그대로인 프리미엄 LFP 배터리를 제공해 NCM과 경쟁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중국 BYD CATL 신기술로 LFP 원가절감 가속, K배터리 3사 커지는 위협 

▲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에 위치한 포드의 루즈(Rouge) 공장에서 2022년 9월20일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에 탑재될 배터리팩이 운반되고 있다. 라이트닝 차량에는 SK온 배터리셀이 들어간다. <연합뉴스>

이는 3원계 배터리에 올인하고 뒤늦게 LFP에 뛰어든 한국 배터리 3사에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캐즘(대중화 이전 일시적 수요 둔화)’이 찾아와 완성차 기업이 중저가 제품을 내놓는 데 주력해 LFP를 중심으로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시장 조사업체 패스트마켓은 LFP가 2033년 세계 배터리 시장의 48%로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반면 NCM는 점유율이 조금씩 하락해 같은 시점 43%로 1위 자리를 내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전기차 업계에선 ”전기차 가격 경쟁과 비교해 배터리 가격 경쟁은 덜 주목받고 있다”라는 견해도 나온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가격협상 과정에서 배터리 공급사에 단가 인하 압박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으로 풀이된다. 

이런 분위기는 전기차 캐즘으로 숨고르기를 하는 한국 배터리 3사에 원가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물론 한국 기업도 배터리 원가 절감을 시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건식 공정을 도입하거나 삼성SDI가 연구개발(R&D) 비용을 꾸준히 늘리는 움직임 모두 원가 절감 노력의 일환이다.

건식 공정은 기존 습식 공정에서 진행하던 일부 공정을 생략해 제조 및 설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연구개발 성과를 내서 배터리 성능은 높이고 재료비는 줄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 CATL과 BYD이 배터리 핵심 광물에서부터 완성품 제조까지 높은 수준의 수직계열화를 앞세워 가격을 낮추고 규모의 경제 효과까지 우위를 보이면 원가 경쟁력을 추월하기 어려울 공산이 크다. 

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배터리 3사를 합산한 세계 시장 점유율은 올해 들어 10월까지 20.1%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7%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중국 CATL과 BYD 점유율은 모두 상승했다. 

결국 CATL과 BYD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배터리로 수주 물량을 늘릴수록 투자 여력이 당분간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K배터리로서는 점유율이 추가로 낮아지는 일이 불가피하다. 

블룸버그는 “CATL과 BYD는 수년 동안 기술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넘볼 수 없는 수준의 낮은 가격으로 배터리를 판매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