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진스 멤버들이 29일에도 재차 어도어와 전속계약이 해지됐다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 뉴진스 멤버들(사진)이 28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스페이스쉐어 삼성역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뉴진스는 어도어의 귀책사유 탓에 전속계약이 해지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속계약을 해지할 만한 사유가 있었고 이와 관련해 어도어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므로 계약서에 따라 계약이 자동 해지된다는 것이 뉴진스 주장의 뼈대다.
어도어는 뉴진스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뉴진스의 말처럼 전속계약 해지 사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뉴진스와 어도어가 정반대 입장을 보이는 상황에서 법적 소송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뉴진스가 주장한 '계약 해지'의 사유가 적정한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법조계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뉴진스와 어도어 사이의 전속계약 해지 여부를 놓고 법적 절차를 거쳐야만 교통정리가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뉴진스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멤버 5명이 직접 해지 통지 문서에 서명했다”며 “해지 통지가 11월29일 어도어에 도달함으로써 그 즉시 효력이 발생해 그 시점부터 전속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뉴진스 멤버 5명이 28일 서울시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역센터에서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어도어와 전속계약이 해지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다시 어도어를 떠나겠다는 태도를 보인 만큼 사실상 어도어와 심리적 결별을 했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뉴진스는 기자회견에서 어도어와 하이브에 전속해지 관련 귀책사유가 있는 만큼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도 낼 이유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 시각은 다르다. 뉴진스가 전속계약 해지 통지를 보냈다고 해서 전속계약이 해지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결국 법원에서 어도어와 뉴진스 멤버들 사이 전속계약이 해지될 만한 '명확한' 사유가 있는지를 따져 결론을 내야 할 일이라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전속계약은 고용계약의 일종으로 소속사가 연예인의 관련 업무 처리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계약을 맺은 연예인은 소속사를 통해서만 연예 활동을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국내 엔터업계에서는 2009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연기자와 가수를 대상으로 하는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를 약관 형태로 처음 제정했다.
전속계약 관련 소송에서 아티스트가 승소한 사례는 대부분 법적으로 명확한 해지 사유가 존재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적으로 최근에 벌어졌던 걸그룹 '이달의 소녀' 멤버인 츄가 2021년 12월에 소속사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 확인 소송에 이어 2022년 1월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모두 승소한 바 있다.
당시 츄는 소속사가 전속계약에서 수익배분율이 부당했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츄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오메가엑스 멤버들도 2023년 1월 멤버 전원이 소속사였던 스파이어엔터테인먼트에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멤버들은 소속사 관계자의 폭행과 폭언, 강제추행, 협박 등으로 소속사가 전속계약서 상에 있는 ‘인격권 보장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고 법원도 해당 사유가 전속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뉴진스 멤버들이 주장하는 계약해지 사유와 관련해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뉴진스 멤버들은 줄곧 어도어와 하이브는 사실상 동일하고 하이브로부터 뉴진스의 활동이 침해당하고 방해받았는데 어도어가 이에 대해 적절한 조취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뉴진스 멤버들은 전속계약에 적힌 ‘제3자가 뉴진스의 연예활동을 침해하거나 방해하는 경우 어도어가 그 침해나 방해를 배제하는 데 필요한 조처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어도어가 그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뉴진스는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들어 계약을 해지를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아티스트들이 승소한 사례와 달리 명확한 해지 사유로 보기 애매하다는 의견이 법조계 일각에서 나온다.
사실상 법적으로 침해나 방해 행위를 입증해야할 뿐 아니라 그 행위가 실제 법률상 방해에 해당하는 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 하이브(사진) 자회사 어도어는 뉴진스의 계약해지 주장에 대해 해지 사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엔터업계에서는 아티스트 일방의 주장으로 계약이 쉽게 해지된다면 엔터업계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엔터업계의 한 관계자는 “침해나 방해에 대해 법적으로 적시해야할 뿐 아니라 어도어가 방조해서 실제로 뉴진스의 연예활동에 방해가 발생했다고 입증해야 계약해지 사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내용으로 봤을 때 이미 뉴진스와 어도어 사이에 신뢰관계가 파탄됐다고 볼 수 있을 여지가 있기 때문에 계약 해지를 인정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시각도 없지는 않다.
대표적으로 국정감사 이후 “‘뉴아르(뉴진스·아이브·르세라핌)’ 워딩으로 며칠을 시달렸는데 뉴 버리고 새로 판 짜면 될 일”이라는 하이브 작성 문건이 유출된 바 있는데 이를 토대로 뉴진스와 어도어 사이의 신뢰관계가 깨졌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계약 해지를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누가 책임이 큰지, 이에 따라 위약금이 어떻게 되는지 등의 문제도 남아 있다.
엔터업계에서는 뉴진스의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으로 최대 6천억 원까지 나올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통상 엔터업계의 위약금은 계약 해지 시점을 기준으로 직전 2년 동안의 월평균 매출에 계약 잔여기간 개월 수를 곱해 책정한다. 어도어의 2023년 매출이 1103억 원인데다 계약기간이 5년가량 남았다고 보고 단순계산하면 5515억 원이 된다.
뉴진스가 이전 사례들처럼 소속사를 대상으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계약 해지와 관련해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판사 출신의 이현곤 새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28일 페이스북에 “(뉴진스) 기자회견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오늘 자정을 기준으로 계약은 해지하되 소송은 하지 않겠다는 부분”이라며 “전례 없는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하지만 소송을 하지 않고 나가도 된다”며 “이렇게 되면 어도어에서 뉴진스를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하고 뉴진스는 그걸 기다리면 된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뉴진스가 패소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어도어가 소송을 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