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종식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가 신약후보물질의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선택과 집중을 통해 주력할 신약후보물질의 수를 줄이는 모습이 감지되는데 이는 앞으로 늘어날 개발 비용을 효율적으로 쓰면서도 최대한 빨리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9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CJ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에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병용요법을 통해 폐암 등을 적응증으로 하고 있는 신약후보물질 CJRB-101의 미국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미국에서 임상에 들어가기 위해 환자 모집단계에 있다”며 “환자 모집이 끝나는 대로 임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물질은 CJ바이오사이언스가 보유한 신약후보물질 가운데 임상단계가 앞선 물질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임상 1상에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국내에서는 임상 1상과 2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 CJ바이오사이언스(사진)가 주요 신약후보물질 CJBR-101의 미국 임상을 위해 현재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
사실상 CJRB-101이 CJ바이오사이언스에서 가장 기대를 받고 있는 물질인 셈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가 보유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후보물질은 15개지만 최근 사업보고서를 보면 주요 신약후보물질을 7개 내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사실상 옥석가리기를 통해 빠른 개발 체제에 들어간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최정식 CJ바이오사이언스 전략기획팀장은 10월29일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특히 예상 투자수익률(ROI)이 낮거나 높은 개발 비용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프로젝트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가 6월 신약개발 전략과 신약후보물질을 개편하는 내용이 담긴 ‘뉴 비전 선포식’을 발표한 것도 이런 전략적 변화 때문으로 읽힌다.
천종식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는 비전 선포식에서 “인공지능 기반의 마이크로바이옴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진화해 앞으로 3년 안에 기술수출 3건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 대표의 목표를 이루려면 연구개발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소위 될 만한 후보물질을 가려 인력과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인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 천종식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사진)가 올해 6월 CJ바이오사이언스의 새로운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 CJ바이오사이언스>
CJ그룹 차원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이 포함된 ‘레드바이오’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어 CJ바이오사이언스가 느끼는 부담이 큰 편은 아니다. 하지만 임상 단계가 높아질수록 임상 비용도 대폭 늘어나는 만큼 그룹의 전폭적 지원에만 기대기에는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제약·바이오업계는 글로벌 임상 1상에서 100억 원 안팎의 비용을 투자했다고 하면 임상 2상에서는 최소 200억 원, 임상 3상에서는 1천억 원 수준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가 14일 내놓은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지출한 누적 연구개발비는 156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인데 앞으로 미국에서 임상에 속도가 붙으면 관련 지출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CJ그룹에 인수된 이후 3년이 넘었지만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CJ그룹 품에 안겼던 첫 해인 2021년 영업손실 101억 원을 낸 이후 2022년 적자 규모가 332억 원으로 확대됐다. 2023년에는 321억 원으로 손실 규모가 소폭 줄었지만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244억 원을 보며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신약후보물질에 대한 기술수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다만 일부 오해가 있는데 신약후보물질 개편 작업이 아닌 우선순위를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