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4-10-2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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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게임 업계의 3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다가온 가운데 주요 게임사들의 실적 희비가 또다시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흥행작을 앞세운 넥슨과 크래프톤은 3분기에도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는 데 비해 넷마블,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등은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과거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게임대장 체제 대신 크래프톤과 넥슨을 필두로 한 'NK' 체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넥슨은 올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흥행이 지속되며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넥슨>
27일 주요 게임사 3분기 실적 추정치를 종합하면 넥슨과 크래프톤의 양강 구도가 더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넥슨은 올해 3분기 매출 1조3280억 원, 영업이익 5003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26%, 영업이익은 19% 각각 늘어나는 것이다.
지난 5월 중국 서비스를 시작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인기를 이어가며 3분기 실적 상승세를 이끌 전망이다. 넥슨은 지난 2분기에도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인기에 힘입어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글로벌 앱 마켓 분석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던파 모바일은 지난 9월 기준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약 10억 달러(1조3815억 원) 매출을 넘기면서 흥행이 장기화하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꾸준히 매출 순위 1~3위를 오가면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이 단일 국가로 최대 규모 게임 시장인 만큼 중국 시장에서 성공은 그 자체로 큰 재무적 성과로 이어진다. 실제 던파 모바일이 중국 시장에 출시한 뒤 4개월 동안 기록한 매출은 2022년 3월 국내 서비스 출시 이후 2년 동안 매출을 뛰어넘었다.
넥슨은 여기에 3분기 출시한 '퍼스트 디센던트' 신작 효과도 더해지면서 올해 국내 게임사 최초로 연간 매출 4조 원을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월 출시된 퍼스트 디센던트는 3분기 매출이 2천억 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크래프톤도 주요 캐시카우인 '배틀그라운드'가 해외에서 성장을 지속하면서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크래프톤은 올해 상반기 매출 55.7%이 중국 텐센트에서 나올 정도로 중국 매출 비중이 높다. 배틀그라운드는 중국 현지화 버전 화평정영이 중국 앱스토어 매출 순위에서 꾸준히 1~5위 상위권을 기록하고, 인도와 중동에서도 흥행을 이어가면서 크래프톤의 호실적을 이끌고 있다.
▲ 올해 3분기에도 국내 게임업계에서 크래프톤과 넥슨의 양강 구도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크래프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6452억 원, 영업이익 2524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일회성 이익이 반영된 지난 2분기보다는 다소 줄어든 것이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43.2%, 33.3% 늘어나는 것이다.
배틀그라운드 트래픽이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인당 과금 수준이 높아지면서 게임이 장기 흥행 추세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업계에서는 크래프톤이 국내 게임사 가운데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1조 원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배틀그라운드는 PC 기준 이용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가 증가했고, 적정 인당 과금액은 2배 가량 올랐다"고 분석했다.
반면 2분기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로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냈던 넷마블은 3분기 들어 다소 주춤할 전망이다.
넷마블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6973억 원, 영업이익 663억 원 수준이다. 지난해 대비 흑자 전환했지만, 지난 2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등 신작 출시 효과가 다소 둔화한 데다 3분기 신작 ‘일곱 개의 대죄 키우기’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거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2분기 출시한 나혼렙, 레이븐2, 아스달 연대기의 실적 하향 영향으로 영업이익 컨센서스를 밑돌 전망"이라며 "특히 나혼렙의 경우 출시 직후 폭발적 매출을 낸 뒤, 지난 9월 첫 대규모 업데이트에도 하락세를 반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분기 적자를 겨우 면했던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도 3분기 다소 부진한 성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3N'으로 불렸던 엔씨소프트는 3분기 영업이익 85억 원을 내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이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월 출시된 '호연' 신작 성과도 부진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엔씨소프트는 추가 인력 감축에 들어선 상황이다. 엔씨소프트는 21일 4개의 자회사 신설과 희망퇴직 등 추가 인원 감축을 발표했다.
카카오게임즈는 3분기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7% 큰 폭으로 줄어든 5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제외한 기존 게임들이 매출이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신작 성과가 낮아 적자를 겨우 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재무적 성과를 이끌 만한 기대작들이 보이지 않는 만큼 해외 성과를 바탕으로 한 게임업계의 NK 양강구도가 굳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크래프톤은 인생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와 '다크앤다커 모바일', 넥슨은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퍼스트 버서커: 카잔' 신작 출시를 예고하면서 향후 실적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