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실적이 주춤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연구개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비록 올해 수익성이 부진하지만 지난해 세계적 제약사와 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확보한 현금을 바탕으로 연구개발을 위해 미국 법인을 설립하면서 내년 실적 반등의 초석을 쌓고 있는 모양새다.
 
실적 보릿고개 넘는 종근당, 김영주 연구개발 투자로 내년 수확 바라본다

▲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 투자를 이어가면서 경쟁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연합뉴스>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이 수익성의 한 축을 담당했던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치료제 케이캡 계약 종료의 공백을 올해 메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케이캡은 그동안 종근당에서 당뇨병 치료제인 자누비아와 함께 매출 1·2위를 다투던 상품이다. 여기에 더해 자누비아도 올해부터 국내에서 제네릭(복제약) 출시로 약품가격이 인하되면서 종근당 실적에 부담을 주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해 12월 계약이 만료된 케이캡을 대체하기 위해 올해 4월 대웅제약과 펙수클루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종근당은 셀트리온제약과 간질환 치료제인 고덱스 국내 공동 판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지만 상품 매출 특성상 이익 기여도가 낮다는 점에서 올해 실적에서 수익성 부진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이날 발표된 종근당 실적에서도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시장추정치를 소폭 밑돌았다.

종근당은 2024년 3분기 별도기준으로 매출 4085억 원, 영업이익 252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이날 밝혔다. 2023년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3.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2.5% 줄었다.

같은 기간 시장추정치와 비교하면 매출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8.7% 낮은 수준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새로 도입한 상품들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매출이 증가했다"며 "다만 3분기 연구개발비가 늘어나면서 영업이익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연구개발 지출을 줄이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김 사장은 연구개발의 끈을 놓지 않고 오히려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하고 있다.

종근당은 올해 상반기까지 별도 기준으로 연구개발에 모두 674억 원을 투입했다. 같은 기간 별도 기준 매출의 9.12% 수준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인 9.14%와 비슷한 수준을 투입했다.

이뿐 아니라 올해 상반기에 의약품 개발사업을 위해 미국법인인 CKD-USA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글로벌 제약시장을 향한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종근당의 2024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종근당은 5월 이사회를 열고 미국법인 설립 안건을 의결했다. 미국법인의 자산 규모는 834억 원이다.

김 사장이 올해 4연임에 성공했는데 신약개발 의지 역시 놓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 사장은 올해 3월 열린 종근당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재 세포·유전자치료제, 항체치료제, ADC 항암제 등 신규 모달리티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더불어 개량신약, 일반의약품, 디지털 메디신, 라이선스 품목 등 경쟁력 있는 제품 포트폴리오 확보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세계적 제약사인 노바티스와 총 1조7천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연구개발 성과를 거둔 만큼 이런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적 보릿고개 넘는 종근당, 김영주 연구개발 투자로 내년 수확 바라본다

▲ 증권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이 지난해 노바티스에 기술이전한 CKD-510과 관련해 내년에 본격적으로 임상2상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종근당은 노바티스와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CKD-510’의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13억500만 달러(1조7302억 원)에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국내 바이오제약사들의 역대 기술이전 계약 규모를 기준으로 4위에 해당할 만큼 크다.

종간당이 올해 연구개발을 이어가면서 내년에 임상시험 결과에 따른 성과를 낼 가능성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노바티스에 기술이전한 CKD-501과 관련해 구체적 임상 계획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노바티스와 종근당의 구체적 계약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기술이전 계약 특성상 임상2상에 들어가게 되면 개발 단계에 따른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받을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종근당의 신약후보물질 CKD-ADC가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이 추진하는 ‘글로벌 진출 및 파트너링 촉진을 위한 우수 신약개발 지원’과제에 선정되면서 추가적 기술이전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CKD-ADC는 고형암을 타깃으로 하는 항체-약물접합체(ADC) 기반의 신약후보물질로 종근당이 자체 개발한 c-MET 항체와 시나픽스의 ADC 기술이 결합한 차세대 항암제다. 

증권가에서도 종근당의 연구개발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이어가고 있다.

이지수 다올증권 연구원은 “노바티스에 기술이전된 CKD-510이 2025년 임상2상 임상계획승인신청(IND)과 진입이 예상된다”며 “세부적 내용이 확인되면 신약 가치를 종근당 기업가치에 반영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도 “노바티스의 임상 소식 지연으로 일부에서 기술반환 우려가 있지만 1천억 원 규모의 계약금 유입과 총 1조7천억 원 규모의 계약 규모로 봤을 때 임상 시도도 없이 반환하진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