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분쟁조정 첫 적용 넥슨의 ‘역대 최대’ 배상, 크래프톤·위메이드·웹젠 파장에 '촉각'

▲ 넥슨이 23일부터 연말까지 메이플스토리 큐브 사용과 관련해 보상 신청을 받는다. <넥슨 홈페이지>

[비즈니스포스트] 넥슨코리아가 게임 ‘메이플스토리’ 아이템 확률조작 피해자들에게 219억 원에 달하는 보상을 지급한다.

이는 2007년 집단분쟁조정 도입 이후 권고에 따라 전체 소비자에 대한 보상이 지급되는 첫 사례이자, 역대 최대 액수의 분쟁조정 결과다. 게임업계 첫 집단분쟁조정이 이뤄지면서 향후 아이템 확률 정보 조작과 관련한 게임 업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넥슨은 이날부터 연말까지 넥슨 홈페이지에서 보상 신청을 통해 2019년 3월1일~2021년 3월5일 동안 게임 확률형 아이템 '레드 큐브'와 '블랙 큐브'를 사용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현금 환급이 가능한 넥슨캐시를 지급키로 했다. 

전날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메이플스토리 게임 전체 이용자에 대한 보상계획’ 권고를 받아들여 게임 확률형 아이템 구매자 80만 명에 현금 환급이 가능한 219억 원 상당의 보상을 지급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넥슨은 큐브의 옵션별 출현 확률을 처음에는 균등하게 설정했지만, 2010년부터 인기가 많은 옵션이 덜 나오도록 확률 구조를 변경했다. 이후 넥슨은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116억 원을 부과 받았고, 이용자들은 한국소비자원에 집단분쟁소송을 냈다. 

지난 22일 집단분쟁조정이 성립됨으로써 집단분쟁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이용자들도 보상받을 수 있게 됐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소비자원이 공정위 조치와 연계해 직접 피해자를 모집하는 방식으로 집단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한 첫 사례”라며 “집단조정을 신청한 지 5개월 만에 조정안을 마련한 데다, 조정 신청자뿐 아니라 80만 명에 달하는 모든 이용자에 관한 보상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넥슨 측은 “조정 과정 전반에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임해왔으며, 앞으로도 이용자 권리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더욱 책임감 있는 자세로 즐거움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넥슨이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집단분쟁조정의 첫 번째 선례가 되면서 비슷한 사유로 공정위의 조사 대상이 된 다른 게임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집단분쟁조정 첫 적용 넥슨의 ‘역대 최대’ 배상, 크래프톤·위메이드·웹젠 파장에 '촉각'

▲ 공정거래위원회는 연이어 국내 게임사들을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살펴보고 있다. 


공정위는 넥슨의 제재 결정 이후 게임사들의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꾸준히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3월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제도’ 시행 이후에는 아이템 확률을 실제와 다르게 고지했다는 의혹을 받는 게임사들을 상대로 연이어 현장조사를 진행한 뒤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넥슨과 넷마블에 대해서는 앞서 과징금 등 조치를 마쳤다.

현재까지 컴투스, 크래프톤, 위메이드, 웹젠, 그라비티 등 국내 게임사들이 공정위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공정위는 이들 기업에 대한 조사를 ‘중점조사팀 2호 사건’으로 지정해 조사하고 있다. 조사기간을 고려하면 조사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위메이드는 게임 ‘나이트 크로우’,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기존 유료 아이템 확률 정보를 각각 정정하는 과정에서 조작 논란이 제기됐다. 웹젠은 ‘뮤 아크엔젤’의 특정 횟수 뽑기 시도 전까지 획득 확률 0%가 적용되는 ‘바닥 시스템’이 적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컴투스와 크래프톤도 각각 ‘스타시드:아스니아 트리거’, ‘배틀그라운드’에 대한 확률 정보를 수정하면서 확률조작 여부를 조사받고 있다. 

이들이 받고 있는 혐의가 넥슨 사례와 유사한 만큼, 공정위 조사 결과에서 제재가 확정될 경우 과징금에 이어 분쟁조정 절차로 넘어가고, 보상을 결정하는 비슷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확률형 아이템이 그동안 국내 게임사들의 핵심 비즈니스모델이었던 만큼, 확률 조작에 연루되지 않은 게임사들도 향후 방향에 주목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과 강도 높은 과금구조에 대한 이용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커지면서 확률형 아이템 외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찾는 게 게임 업계의 시급한 과제가 됐기 때문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