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그룹과 경기도가 CJ라이브시티 사업 재개의 여지를 남기고 있지만 지체보상금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기 쉽지 않은 만큼 지루한 책임공방만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다만 최대 쟁점인 지체보상금을 놓고 양쪽이 타협점을 찾는 게 쉽지 않은 만큼 사업 재개보다는 지루한 책임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14일 재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K-컬처밸리복합개발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 CJ그룹과도 협력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실제로 CJ그룹과 경기도가 사업의 불씨를 살리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가 7월 초 CJ와 협약을 해제하며 전면 백지화됐던 이 사업의 재개 가능성에 불씨를 지핀 것은 김 지사의 도민청원 답변이다.
김 지사는 도민들이 요구한 ‘CJ라이브시티 관련 상세한 소명, 재검토, 타임라인 제시 요청’과 관련해 12일 “경기도의 협약 해제가 ‘K-컬처밸리’ 사업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경기도가 책임지고 정상화하고 대규모 공연장과 체험형 스튜디오, 숙박시설 등 원래의 계획대로 신속하게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사업추진 의지가 분명하다면 CJ 측과도 얼마든지 소통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J도 여러 차례 입장문을 내며 “여전히 사업 추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거듭 밝혀온 만큼 양쪽이 사업 재개를 위해 다시 손을 맞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이 사업은 양쪽 모두에게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
CJ그룹이 이 사업에 투입한 사업비는 8년 동안 약 7천억 원에 이른다.
CJ그룹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직접 하는 데다 식품과 화장품유통 등의 주요 사업들 역시 한류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되는 만큼 ‘한류 콘텐츠 성지’를 조성한다는 취지의 개발사업은 상징성과 실효성을 모두 갖춘 그룹의 숙원사업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경기도로서도 대규모 공연장과 부대 시설이 들어서는 개발사업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K팝의 인기와 함께 K팝 스타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려는 해외 팬들의 수요는 많지만 대규모 관객을 소화할 공연장이 없다는 점은 오랜 기간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실제 사업 백지화 이후 경기도민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동연 지사의 도민청원 답변도 여러 도민들의 불만사항을 접수한 뒤 이에 관한 설명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야권 잠룡으로 거론되는 김 지사로서도 한류 콘텐츠 성지를 관내에 유치해 흥행한다면 굵직한 정치적 업적을 남기는 것이 되지만 반대로 사업이 유야무야된다면 정치 경력에 오점이 남을 수도 있다.
다만 재계에서는 이 사업이 원래 계획대로 CJ그룹의 주도로 이뤄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애초 협약 해제의 발단이 된 지체보상금 문제를 놓고 경기도와 CJ그룹 모두 한 발자국도 물러설 뜻이 없기 때문이다.
CJ라이브시티 사업은 각종 인허가 절차 지연과 더불어 코로나19 팬데믹, 건설경기 침체,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 등의 자금문제까지 겹치며 완공기한인 2020년 12월을 훌쩍 넘겨서도 진전률이 매우 낮았다.
▲ CJ라이브시티 사업 조감도.
CJ그룹 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CJ그룹이 사업을 재개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재개될 상황이었으면 애초에 무산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도는 지체보상금 감면이나 유예를 허락하면 배임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CJ그룹으로서는 지체보상금 감면이나 유예와 관련한 요구를 경기도가 수용해 주지 않으면 사업을 재개할 이유도 없고 원동력도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CJ그룹과 경기도 모두 사업 재개의 의지를 표명하면서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공방만 지속하고 있다.
경기도는 CJ라이브시티가 사업 기한을 지키지 못한 데다 공정률이 3%에 불과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반면 CJ그룹은 경기도가 일방적 사업협약 해제 이후 책임을 자신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공정률도 경기도의 주장과 달리 17%에 이르렀다고 해명하고 있다.
CJ라이브시티는 14일 입장문을 통해 “사업 지연을 야기했던 사업계획 변경은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으로 CJ라이브시티는 고양시는 물론 경기도와도 줄곧 협의해 왔지만 경기도는 도의회의 행정사무조사 진행에 따른 사업 지연, 사업계획 과정 중 계속된 인허가 승인 지체까지 우리 잘못이라고 한다”며 “경기도의 경직된 행정으로 사업 정상화가 점점 요원해지는 현 상황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K-컬처밸리 복합개발사업은 CJ그룹 계열사 CJENM이 지분 90%를 지닌 자회사 CJ라이브시티가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일대에 K팝 공연장과 쇼핑센터, 숙박시설, 업무지구 등을 조성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사업이다. 시행사의 이름을 따 ‘CJ라이브시티 사업’으로도 불리고 있으며 경기 북부 최대 개발사업으로 꼽힌다.
이 사업은 2016년 첫 삽을 뗐지만 인허가 절차 지연 등의 상황 탓에 거의 진전이 되지 못했고 지난달 경기도가 협약을 해제하며 최종 무산됐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