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일본 공장 재생에너지만 사용’ 서약, 고객사 애플 입김 작용한 듯

▲ 대만 신추시에 위치한 신추 과학공원에 배치돼 있는 TSMC 로고.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 키쿠요에 건설하는 반도체 공장 전력을 전부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5일(현지시각) 재팬타임스는 TSMC가 탈탄소화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사유로 더 비싼 가격을 감수하고 구마모토 공장 전력을 전량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조치는 TSMC의 대형 고객사들로부터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내내 가동해야 하는 특성상 전력 수요가 상당히 높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전력을 직접 생산하기 위해 발전소를 따로 건설하기도 한다.

TSMC는 구마모토 공장을 위해 따로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재팬타임스는 TSMC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압박을 줬을 것으로 유력한 고객사로 애플을 지목했다.

애플은 2030년까지 자사 공급망 전체에 걸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여타 글로벌 파트너들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탄소 감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TSMC는 지난해 9월 애초 2050년으로 계획돼 있던 탄소중립 달성 시기를 2040년으로 앞당기기도 했다. 2022년 기준 TSMC 글로벌 공급망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10.4%에 불과하다.

재팬타임스는 TSMC의 이번 계획이 일본의 높은 전력 가격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은 인근 국가인 한국이나 대만보다도 전력가격이 높기 떄문이다.

2022년 자료 기준 TSMC가 매달 실리콘 웨이퍼 10만 장을 생산한다면 연간 전기요금은 대략 420억 엔(약 3982억 원)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이나 대만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해 같은 양을 생산했다면 납부 금액은 약 230억 엔(약 2180억 원)으로 훨씬 저렴해졌을 것으로 분석됐다.

미쓰이 토유키 일본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 반도체위원회 부위원장은 재팬타임스를 통해 “일본의 전기 요금은 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높은 수준”이라며 “산업용 전력 가격을 가정용 전력 가격보다 낮춘다면 재생에너지 확산에 도움이 됐을 것이나 현시점에서는 비용과 공급 문제 때문에 어렵다”고 설명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