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이 원통형 배터리 ‘4680’에 양산 및 설비투자 지속 의지를 내비쳐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시장의 수요성장 둔화(캐즘) 장기화에 대응해 일부 해외공장의 증설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등 '투자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4680을 통해 기술 격차를 벌리고 수주물량을 선점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LG에너지솔루션 ‘어닝쇼크’, 그래도 김동명 '원통형 배터리 4680’ 설비투자 하는 이유

▲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이 캐즘 장기화에 따라 일부 투자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와중에도 원통형 배터리 4680의 양산 및 증설투자는 계획대로 밀어붙인다.


25일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취재를 종합하면 2025년 말 가동을 목표로 미국 애리조나에 짓고 있는 원통형 배터리 '4680' 생산공장에 대한 투자는 예정대로 집행한다.

이 곳은 4680을 연간 36GWh 규모로 생산할 예정이다. 원래 지름 21mm, 길이 70mm의 ‘2170’ 생산라인을 조성하려 했으나 주요 고객사인 테슬라에 납품하기 위해 2023년 말 4680으로 선회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5일 열린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충북 청주 오창2공장의 하반기 4680 양산을 공식화했다.

이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 2022년 6월부터 5800억 원을 들여 구축한 곳으로 연 9GWh의 4680을 생산할 수 있다.

4680은 지름 46mm, 길이 80mm의 원통형 2차전지다. 기존 ‘1865’, ‘2170’ 등 기존 원통형 배터리보다 큰 규격을 바탕으로 에너지 용량과 출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어 배터리 업계에서는 ‘게임체인저’로 통한다. 

완성차 업체인 테슬라는 4680을 자체적으로 생산해 ‘사이버트럭’과 ‘모델Y’ 등 물량 일부에 탑재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 이외에도 일본 파나소닉이 4680을 시범 생산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4680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생산 수율을 비롯한 기술적 문제로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진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이른 시기에 4680 양산에 성공한다면 수주물량이 크게 늘어날 수 여지가 있는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실적 발표회에서 "이미 확보한 고객사 외에도 다수 고객사와 4680뿐 아니라 다양한 스펙의 46파이 제품군의 공급을 협의하고 있다"며 "현재 증설 중인 애리조나 공장에서 2026년 이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은 캐즘 장기화에 대응해 전략적 우선순위에 따른 필수적 신규증설 투자(CAPEX)만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만큼 4680이 우선순위가 높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실제로 우선순위에서 밀린 일부 증설 투자건은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4월 착공에 들어간 애리조나주의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설비 건립을 착공 2달 만에 일시 중단시켰다. GM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제3공장 건립도 일시 중단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시장에 불어닥친 캐즘 영향으로 공장 가동률이 하락해 고정비 부담이 커졌고 이는 수익성 악화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2조2906억 원, 영업이익 3527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29.9%, 영업이익은 67.8% 줄어든 것이다.

상반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액 6367억 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영업손실 2525억 원을 기록한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 ‘어닝쇼크’, 그래도 김동명 '원통형 배터리 4680’ 설비투자 하는 이유

▲ LG에너지솔루션은 25일 실적발표회에서 올해 하반기 원통형 배터리 4680의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생산된 4680은 테슬라에 납품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다만 하반기에도 LG에너지솔루션을 둘러싼 녹록하지 않은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의 주요 고객사들의 전기차 판매 목표 하향조정과 배터리산업 내 경쟁심화로 미래 실적 추정치 하향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하반기 및 2025년에는 배터리 공급과잉 규모가 축소될 것이지만 공급과잉에 따른 불황이라는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전망을 반영하듯 LG에너지솔루션은 25일 2024년도 연간 실적 목표치를 ‘전년 대비 매출 20% 하락’으로 하향조정하고 또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생산규모를 기존 45~50GWh에서 30~35GWh로 낮췄다. 

김 사장은 당분간 가동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생산능력(CAPA) 확대를 잠시 접어두고 리튬인산철 배터리 등 새로운 배터리 개발,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생산설비로의 전환 등 유연한 생산체계를 갖추는 데 집중한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는 이날 "전기차 시장의 캐즘이 배터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여러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며 "당분간 전략적으로 필수적 투자만 하겠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