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열 발전설비 확대하는 중국, '들쑥날쑥' 태양광 단점 대안 부각

▲ 중국 국내에 건설된 50메가와트(MW)급 집중태양열발전소(CSP). <위키미디아 커먼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최근 태양열 발전소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태양열 발전은 건설비용이 높아 지난 몇 년 동안 태양광 발전에 밀려 세계 전력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태양광 발전의 공급 불안정성, 높은 2차전지 의존도 등 문제점이 부각되며 대안으로 태양열 발전이 주목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중국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중국은 10곳이 넘는 태양열 발전소를 완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태양열(solar thermal) 발전은 태양에서 나오는 열을 모아 전기를 만드는 방식을 말한다. 금속 물질이 빛에 노출되면 전자가 방출되는 현상을 통해 전기를 얻는 태양광(photovoltaic) 발전과는 별개의 방법이다.

현지 언론 파사적보(巴士的報)에 따르면 지난 17일 중국 간쑤성 주취안시 과저우현에서 싼샤공사 주도로 세계 최초로 이중타워 형태의 집중태양열발전소(CSP)가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

CSP는 태양열을 반사하는 거울 수만 개를 설치해 태양열을 한 곳으로 집중해 열을 얻는 발전소를 말한다. 통상적으로 거울들이 반사하는 열을 수백 미터 높이의 탑 하나에 집중하는데 이번에 중국이 건설한 발전소는 이런 탑이 두 개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웬지양홍 이중탑 집중태양열발전소 프로젝트 매니저는 "이중탑 구조가 갖는 장점은 거울들이 반사하는 열을 양쪽 탑 모두에서 받아 발전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번에 새로 건설되는 발전소는 최대 6시간까지 용융염(molten salt)을 저장할 수 있는 설비도 갖췄다"고 말했다.

용융염은 소금이 고온에 녹은 물질을 말한다. 열전달 성능이 뛰어나며 물처럼 유동성이 좋기 때문에 CSP 내에서 열을 전달할 때 활용된다. 

탑 꼭대기에서 집중된 열을 받은 용융염은 565도까지 가열되고 파이프를 통해 발전 설비로 옮겨진다.

용융염이 전달한 열은 물을 끓이게 되고 끓은 물이 터빈을 돌려 전력을 발생시킨다. 재래식 화석연료 발전소와 같은 원리이나 열원이 태양열이라는 데 차이가 있다.

열을 방출한 용융염은 약 260도까지 식으면 다시 파이프를 통해 탑으로 순환한다.

용융염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은 열 보존율이 높다는 점이다. 적합한 저장 설비만 갖추면 용융염은 온도가 1시간에 1도밖에 떨어지지 않는다.

사실상 한 번 가열해 놓는다면 언제든 열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즉 해가 지고 난 밤중에도 낮 동안 용융염에 모인 열을 활용해 계속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태양열 발전설비 확대하는 중국, '들쑥날쑥' 태양광 단점 대안 부각

▲ 2009년 촬영된 미국 네바다주 솔라원 집중태양열발전소 반사판. < Flickr >

이번에 중국이 준공한 발전소는 완전히 가동되면 연간 18억 킬로와트시(kWh)에 달하는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됐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일반적인 태양광 패널 9억 개에 맞먹는 발전 규모다.

지난 1월 중국 태양열산업기술혁신연합(太阳能光热产业技术创新战略联盟)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CSP 8곳을 완공했으며 올해도 수백 메가와트급 CSP 건설 프로젝트 2개를 진행하고 있다.

1982년 최초로 실험적 CSP를 도입한 미국이 2015년 이후로 신규 CSP 건설 프로젝트를 하나도 내놓지 않은 것과 대조된다.

미국이 태양열 발전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2011년을 기점으로 태양광 발전 비용이 훨씬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태양열 발전소는 한 번에 많은 열을 모아야 하는 특성 때문에 CSP처럼 대규모 단지 형태로 지어야 하는데 2010년대에는 건설 비용이 최소 수백만 달러에 달했다.

또 열전달에 사용하는 용융염은 2010년대 기술로는 관리가 까다로운 물질이었고 이 때문에 미국에 건설된 CSP에서 여러 차례 사고도 발생했다. 한 번 유출되면 고체화된 소금이 파이프를 막거나 토양 염화 현상을 일으키는 등 치명적 단점이 있었다.

실제로 2011년 착공해 2016년 가동을 시작했던 미국 CSP '크레센트 듄스'는 소금 유출 사고 한 번에 8개월 동안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 이후로도 여러 차례 가동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사고가 이어져 2019년부터는 발전소를 전면 폐쇄했다가 운영사가 바뀐 2021년부터 재가동했다.

이 때문에 미국과 함께 CSP 건설에 주력하던 스페인과 알제리 등 여러 국가들도 태양열에서 태양광으로 방향을 바꿨다.

도이체벨레(DW) 집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태양광 발전량은 1700기가와트(GW)에 달하는데 태양열 발전량은 단 7기기와트에 불과하다.
 
태양열 발전설비 확대하는 중국, '들쑥날쑥' 태양광 단점 대안 부각

▲ 미국 네바다주에 위치한 크레센트 듄즈 집중태양열발전소(CSP). 발전량은 110메가와트로 세계 태양열 발전소 가운데 열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다. < Flickr >

이렇듯 태양광이 널리 확산한 시점에서 중국이 미국에서도 포기한 태양열에 주목하기 시작한 이유는 태양광 발전이 가진 한계 때문으로 분석된다.

밤 중에는 발전을 할 수 없는 태양광과 달리 태양열은 밤에도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또 최근 여러 번 화재 사고가 나며 그 위험성이 주목받고 있는 이차전지가 들어간 에너지저장장치(ESS)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뉴욕시 소방청(FDNY)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뉴욕시에서만 이차전지가 원인으로 파악된 화재가 400건이 발생했으며 부상자 300명, 사망자 12명이 나왔다.

이차전지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사고 규모도 확대될 공산이 높아지는데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대규모 ESS에 문제가 생기면 대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 태양열이 기존에 문제로 제기됐던 용융염 문제와 태양광보다 높은 발전 비용도 최근 기술 발전으로 많이 완화된 덕분에 중국을 중심으로 관련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태양열발전협회 헬리오스CSP에서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CSP 발전 비용은 2010년만 해도 시중에서 가장 저렴한 화석연료 발전 방식보다 591% 비쌌으나 2022년 기준 71% 수준까지 내려왔다.

1킬로와트시당 기준으로 보면 0.38달러에서 0.118달러까지 약 69% 감소했다.

헬리오스CSP는 가격 경쟁력 향상에 힘입어 2010년 이후 매우 느린 성장을 이어오던 글로벌 CSP 발전량이 2020년 이후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주로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중국 등 일조량이 높은 국가들을 위주로 신규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리처드 토니그 포츠담 지속가능연구소 헬름홀츠센터 연구원은 "중국의 태양열 탑들은 개발도상국을 위한 친환경 에너지 대안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태양광과 풍력에서 그랬던 것처럼 중국이 성공을 거둬 아프리카 국가들처럼 가난한 나라들은 물론 유럽과 미국도 활용할 수 있는 더 싸고 향상된 제품들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