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가 열렸다.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주로 다룬 이번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증인으로 출석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 등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청문회 개최 자체가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채 상병 1주기에 열린 윤석열 탄핵청문회, 임성근 태도에 특검 여론 거세지나

▲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19일 열린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국회방송 유튜브 갈무리>


그러나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 전 사단장은 증인 선서를 거부한 데 이어 의원들의 질의에 불분명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또한 청문회 도중에 외부와 부적절한 연락을 취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청문회장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었다.

이런 임 전 사단장의 행태를 비춰볼 때 특검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관련 청문회'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지난 6월21일 '채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에 이어 이번에도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임 전 사단장은 증인 선서 거부 의사를 밝히며 “현재 여러 수사기관에 고발된 피고발인 신분으로 특검법안의 수사 대상에도 고발 내용이 포함돼 있어 법률상 증인 선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증인 선서 거부 이후 진행된 질의 과정에서도 임 전 사단장의 석연찮은 답변은 민주당 의원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이 “지난 1월에 공수처가 휴대폰을 압수수색 했는데 비밀번호 알려줬나”라고 묻자 임 전 사단장은 “안 알려줬다”고 대답했다. 

박 의원이 “억울함이 많다면 알려줘야 하지 않나”고 따져 묻자 “알려줄 의사는 있는데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공수처에 압수수색된 휴대폰 말고 현재 임 전 사단장이 쓰고 있는 휴대폰의 검증을 요구했고 임 전 사단장은 동의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충분한 근거 없이 ‘대통령 탄핵’이라는 엄중한 사안을 다루는 청문회가 열렸다고 맞섰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대통령이나 대통령실로부터 직접 구체적 수사 관련 지시를 전달받은 적은 없다는 답변을 받은 뒤 “국방과 외교에 관한 건은 대통령 통치권 범위에 들어가는 것이고 위법사유나 무엇을 위반했는지 구체적 내용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의원은 “외압을 행사했다는 구체적 내용도 없고 박 대령이 대통령실로부터 누구를 빼라는 등의 전달을 받은 적도 없는데 (청원은) 탄핵사유로 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임 전 사단장의 진술거부권은 적법한 권리임에도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진술거부권 행사가 마치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며 엄호에 나서기도 했다.

유상범 의원은 “진술거부권은 형사절차 뿐 아니라 행정절차나 국회 질의과정에서도 침해할 수 없는 헌법상 권리로 법원에서 오랫동안 인정돼왔다”며 “진술거부권 행사는 증언이 거짓인지 아닌지 문제가 아니라 (증인들이) 자기 구제의 침해를 받지 않겠다는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위원장은 증언 거부가 허위를 말하기 위한 것인 냥 말한다”며 “증인이 헌법적 권리를 행사했고 위증을 하면 처벌하면 되는데 국민들이 듣기에는 마치 잘못된 행사인 냥 비쳐진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오전 청문회가 끝난 이후 청문위원들이 임 전 사단장의 휴대폰 연락 내용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임 전 사단장이 부적절한 행위를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방어는 빛이 바랬다.

임 전 사단장이 청문회가 진행되던 도중 자신의 친척인 현직 검사에게 청문회와 관련된 법률 자문을 구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채 상병 1주기에 열린 윤석열 탄핵청문회, 임성근 태도에 특검 여론 거세지나

▲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문회에서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 의혹 당사자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해병대 1사단 훈련을 참관하고 같이 찍은 사진을 가리키며 임성근 전 사단장에게 질문하는 모습. <연합뉴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이 임 전 사단장을 향해 “휴대폰을 확인하자고 하는 것에 관해 문자 주고받았나”라고 묻자 임 전 사단장은 “친척인 법조인과 했다”고 대답했다. 

장 의원의 질의가 끝난 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임 전 사단장이 연락한 친척이 현직 검사였던 사실을 밝히면서 문제를 제기했다.

정 위원장은 “현직 검사는 변호사가 아닌데 청문회 도중 현직 검사한테 조력을 받아도 되는 건가”며 질타했고 임 전 사단장은 “제 법 상식으로는 가능하다고 판단해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이 조언을 구한 내용에 관해 구체적으로 묻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황급히 “거기까지 하시죠”라고 제지했고 임 전 사단장은 “거기까지 답하겠다”며 답변을 멈췄다.

이처럼 임 전 사단장이 청문회에서 보인 부적절한 행태를 지켜본 국민들의 의구심을 키워 채상병 사망사건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더욱 높일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19일 MBC 뉴스바사삭에서 “증인선서를 거부한 임 전 사단장에게 수사가 아니고서는 정직한 진술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특검을 통해 수사를 받아야 될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