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Z폴드·플립6 공시지원금 '반토막', 단통법에 숨어 경쟁 피한 통신3사

▲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삼성전자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6·폴드6' 시리즈에 책정한 공시지원금이 전작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가입자 유치를 위한 통신시장의 경쟁 강도가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이동통신 3사가 삼성전자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6·폴드6’의 예고 공시지원금을 전작 대비 절반 이하로 책정하면서, 지원금 대신 선택약정을 택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이 지난 4월 총선을 지나며 약화하자, 다시 통신3사가 출혈경쟁을 자제하고 마케팅 비용을 줄여 수익을 먼저 챙긴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제4 이동통신사’로 기존 통신 시장에 경쟁을 촉진시키겠다는 정부의 정책과 달리, 스테이지엑스가 제4 이통사 자격 취소 위기에 몰리며 기존 통신 3사의 수익성 위주 경영이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동통신 시장 경쟁 촉진을 위해선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이 속히 폐지돼야 한다는 지적이 다시 일고 있다.

1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지난 12일부터 사전예약 판매에 들어간 삼성전자의 갤럭시Z6 시리즈에 최대 24만5천 원의 비슷한 공시지원금을 책정했다.

SK텔레콤은 5GX 플래티넘 요금제(월 12만5천 원)에 가입하면 최대 24만5천 원을 지원하고, KT는 초이스 프리미엄 요금제(월13만 원)에 24만 원을 공시지원금으로 지급한다. LG유플러스는 월 13만 원 요금제에 23만 원의 공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유통업체가 지원하는 공시지원금에 추가지원금(공시지원금의 15%)을 더해 최대 28만1700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이번 통신 3사가 정한 지원금은 예고 공시지원금으로, 사전판매 개통일인 오는 19일에 최종적으로 확정되는데, 큰 금액 변동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갤럭시Z6 시리즈의 공시지원금은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Z5 시리즈의 최대 공시지원금 65만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갤럭시Z플립·폴드6의 가격은 전작보다 8만~17만 원가량 인상됐다.

게다가 이용자가 이동통신사를 변경하는 번호이동을 하면 최대 50만 원을 지원해주는 ‘전환지원금’은 전혀 책정되지 않았다. 통신 3사가 올해 4월 갤럭시S24에 약 30만 원의 전환지원금을 지급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 같은 통신사들의 지원금 축소 움직임을 두고, 여당인 국민의힘이 지난 4.10 총선에서 패배하면서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도 힘이 빠졌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야는 국민 통신비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점에는 뜻을 모으고 있지만, 세부 입법 방향에서는 시각 차가 여전히 크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가 추진하는 단통법 폐지도 이른 시일 내 결정되지 않고, 지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전국 어디서든, 국민 누구나 똑같은 단말기 지원금을 받도록 하는 단통법이 살아 있는 한, 통신 3사는 굳이 출혈 경쟁에 나설 필요가 없고 기존 가입자만 지키면 되는 상황인 것이다.
 
삼성 갤럭시Z폴드·플립6 공시지원금 '반토막', 단통법에 숨어 경쟁 피한 통신3사

▲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6 실버 쉐도(왼쪽), 네이비 제품. <삼성전자>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통신사들은 매출 기준 시장 점유율을 높일 목적으로 마케팅 경쟁에 돌입하는데,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경쟁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낮다”며 “새로운 요금제가 출시되기 전까진 단통법 폐지 여부와 상관없이 통신 시장 과열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스테이지엑스가 '제4 이통사' 후보 자격을 잃을 위기에 처하면서, 기존 통신3사는 지원금 확대와 요금인하를 통한 가입자 확보 경쟁을 할 필요성이 더 줄어들고 있다.

SK텔레콤과 KT는 이미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 수익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갤럭시S24 시리즈가 출시됐던 올해 1분기에도 SK텔레콤과 KT의 마케팅 비용은 각각 7194억 원, 6206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4.9%, 0.9% 각각 감소했다. 같은 기간 3위 업체인 LG유플러스 마케팅비만 2.3% 증가했다.

SK텔레콤과 KT의 마케팅 비용 감축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KT는 올해 경영 키워드를 ‘비용 효율화’로 잡았고, SK텔레콤은 통신사업 비용을 줄이는 대신 인공지능(AI) 분야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은 올해 2분기 임직원 수 증가로 인건비는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마케팅비는 전년 대비 감소 추세를 유지했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라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영업이익 성장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