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시행 추가 유예 가능성, 개인투자자 '코스피 3000' 견인차 될까

▲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금투세가 내년 초 시행되면 국내 주식시장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을 6개월 가량 앞두고 또 다시 도입 시기가 뒤로 밀릴 가능성이 나온다.

그동안 금투세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왔던 개인투자자들은 도입 연기가 확정되면 투자 부담이 크게 줄면서 증시에도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 증권업계와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2025년 1월1일부터 도입 예정된 금투세가 여야 합의로 유예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금투세 도입 시기를 유예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면서다.

이 전 대표는 10일 차기 당대표 출마 선언 뒤 “금투세는 증권거래세와 연동돼 있어 함부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대한민국 주식시장만 역행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금투세 도입 시기를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다음날인 11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곧바로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진정성 있는 거라면 환영할 만하다”고 화답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8월 전당대회에서 금투세에 관한 전향적 발표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은 여전히 원안대로 내년 초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이 전 대표의 결정에 따라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충분하다.

최근 민주당 의원 상당수도 금투세 신중론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로 얻은 소득이 1년 합산 5천만 원을 넘으면 수익의 22%(3억 원 초과분 27.5%, 지방소득세 2%)을 양도소득세로 걷는 것을 말한다.

애초 2023년부터 시행하기로 했지만 2년 유예됐다.

이 전 대표가 또 다시 도입 시기 유예 가능성을 내비친 데는 1400만 개인투자자의 반발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장에서는 금투세가 도입되면 주식·채권시장뿐 아니라 서학개미까지 전방위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과세대상은 15만 명 수준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큰 손들의 이탈과 투자심리 악화로 증시 자체가 흔들리면서 개미투자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금투세가 예정대로 시작된다면 국내 주식시장은 크게 하락할 것이다”며 “정부와 금융당국 및 금융투자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투세가 도입되면 조세 회피목적의 단타 매매증가와 해외투자 이동 등에 중소형주 수급 이탈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투세와 비슷한 세제를 도입해 증시가 실제 하락한 해외사례도 있다.
 
금투세 시행 추가 유예 가능성, 개인투자자 '코스피 3000' 견인차 될까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하며 금투세 도입시기를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대만은 1988년 주식 양도차익에 최대 50% 세금을 부과하는 세제개편안을 전면 시행한다고 발표한 뒤 19일 만에 지수가 36% 급락했고 거래량도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를 고려하면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는 관측도 가능한 셈이다.

당시 대만이 금융실명제를 같이 시행하면서 자금이 빠져나간 영향도 크지만 1990년 1월 주식양도세를 폐지한 뒤 증시에 활력이 붙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도소득세가 증시에 악영향을 줬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금투세는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금투세는 개인투자자에게만 적용되는 세금으로 기관은 10~24%에 해당하는 법인세만 적용된다. 또한 외국인투자자는 적용되지 않아 2025년 0.18%에서 0.15%로 떨어지는 증권거래세율 수혜만 보게 된다.

금융투자업계 역시 증시에 악영향 등을 우려해 지속해서 금투세 도입 유예 혹은 폐지를 주장했다.

국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3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만나서도 연말 세금 회피성 매물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금투세 도입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전달했다.

실제 코스피는 금투세 유예 가능성을 내비친 이재명 전 대표의 발언 이후 10일과 11일 이틀 연속 연중 최고가를 새로 썼다.

증권업계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미국 증시 상승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금투세 유예 기대감도 반영된 결과라고 보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2일 보고서에서 “금투세 유예 가능성이 생기면서 연말 개인투자자의 국내 주식시장 이탈 우려가 완화했다”며 다음 주 코스피 상승 요인 가운데 하나로 ‘금투세 도입 재검토’를 꼽았다. 류수재 기자